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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임표 감독의 재미있는 편집이야기] 편집은 영화의 꽃

 '고임표 감독의 재미있는 편집이야기' 두 번째 편이다. 

이번엔 독자들에게 영화편집의 역사에 대해 들려주고 싶다. 사실 편집의 역사는 영화 뿐만 아니라 영상 전부를 포함하기도 한다. 다만 초기에 움직이는 그림은 영화 뿐이었기에 이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갔으면 한다.
 
■100년 넘는 영화 편집의 역사

지금으로부터 약 100년 이상 거슬러 올라가야 그 역사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미국의 영화감독인 에드윈 포터(Edwin Porter)가 1902년 `미국인 소방수의 생활'(Life of an American Fireman)과 1903년 `대열차 강도'( The Great Train Robbery)의 교차편집을 하면서 소위 '편집의 역사'는 막이 올랐다.


영화가 탄생한 19세기 후반, 감독들은 카메라로 찍은 그림을 시작부터 끝까지 자르지 않고 보여줬다고 한다. 그런데 `미국인 소방수의 생활'에선 달랐다. 화재가 발생하자 불길 속에 갇힌 사람과 이를 진화하려고 달려오는 소방수들의 장면을 나누어 붙이는 작업을 했다. 이는 이전엔 전혀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불 속의 긴박한 상황과 소방수들의 분주한 움직임, 그 속에서 구조되는 사람들… 이전까지 카메라에 찍힌 모든 것을 보다가 교차편집된 장면을 본 관객들은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 없었다. 에드윈 포터 감독의 `대열차강도' 역시 교차편집을 이용한 작품이다.
 
이후 데이비드 그리피스(D.W. Griffith)가 1915년 장편영화`국가의 탄생'(The Birth of a Nation)에서 오늘날 쓰여지는 많은 기법들을 개발해 영화에 접목시켰는데 많은 영화 전문가들은 그를 두고 편집 역사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킨 사람으로 인정하고 있다.


■영화 창작의 최종 단계가 바로 편집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볼까 한다. 많은 사람들은 어렸을 때 영화를 보았던 추억들이 있을 것이다. 어떤 이는 몰래 극장에 들어가기도 했고, 또 다른 이는 어두운 밤 가설극장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겠다.


액션 영화에서 악당과 선한 사람을 편가르고, 슬픈 장면을 보며 울거나 웃긴 장면에선 웃는 등 아주 많은 영화에 대한 기억들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이렇게 우리가 보고 즐기는 모든 영상물에는 반듯이 편집이란 작업을 거쳐야 한다. 현재 우리가 접하는 영화나 드라마 등에는 편집이 있기에 보는 재미가 배가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편집이란 무엇일까? 

쉽게 이야기하면 촬영이 끝난 그림 중에서 필요없는 것은 잘라내고, 중요한 것은 이어 붙이는 것을 말한다. 즉, 편집은 인간의 심리나 작품의 구조적 논리, 작품의 구성을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작품 전체에 대한 몽타주적인 인간의 사고라고 할 수 있다.


다시말해 화면과 화면의 시공성을 조화시켜 이야기의 전달이라는 언어적 기능 외에도 의사전달의 궁극적 이유인 예술성, 미학적, 철학적 목적을 성취하기 위한 영화 창작의 최종단계가 바로 편집이다.


편집에 대한 정의가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편집은 좀 어렵다. 영화와 드라마를 수없이 편집한 필자로서도 아직까지 '100점짜리 편집'은 있을 수 없다고 본다.


한가지 쉬운 실험을 해보자. 여러분들이 친한 벗들과 함께 영화를 보고, 그 느낌을 서로 이야기를 나눠보자. 비슷한 소감이 나올 수도 있지만 생각지 못한 다른 이야기가 돌출된다. 이는 각자의 감성과 인성을 스치며 느끼는 감정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영화를 자기가 처해진 상황과 대비하거나 주위 사람의 경험에 꿰맞추려 한다. 소설이나 다른 영화, 드라마에 비교하거나 주인공을 다른 배우와 비교하기도 한다.


실로 엄청난 변수가 있기에 영화를 보는 이들의 관점과 해석이 정말 다르다. 그래서 필자가 100점짜리 장편영화의 편집이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 편집은 전문가 영역? 어렵게 생각말고 일상에서 쉽게 접근

색다른 질문을 던져본다. 만약 편집 감독이 다르다면 어떤 상황이 올까. 감독 각각의 개성이 다르기 때문에 영화 또한 달리 편집될 것이다. 실제로 한 작품을 두고 여러 사람이 편집한 사례가 있다.

1997년 선보였던 정흥순 감독의 '현상수배'라는 작품이 좋은 본보기다. 이외에 몇편의 저예산영화에서 필자는 이런 경험을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왜 벌어지는 걸까. 그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앞서 편집한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제작자나 연출자가 전혀 다른 사람으로 편집감독을 교체하면서 빚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편집을 너무 어렵게 생각지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일상의 작은 것부터 시작해보라. 먼저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어 간단한 편집프로그램으로 활용해 좋은 그림을 골라 순서대로 이어 붙여보면 그것 또한 편집이라 할 수 있다. 

또 미디어 홍수에 빠져있는 요즘 남들이 찍고 편집해 SNS에 올린 영상을 하루에도 수십 건씩 볼 것이다. 남의 것만 보지 말고 여러분들도 자신만의 영상을 찍고 편집해 SNS에 올려보는 것이 어떨까.
 
조금 더 공을 들인다면 멋진 영상의 주인공도 될 수 있다. 만약 편집하지 않은 그림을 통째로 올려야 하는 상황도 있겠다. 하지만 더 재미있고 알찬 이야기의 구성과 좋은 음악과 효과음들을 추가하면 재미있는 영상으로 대접받지 않을까.


거듭 말하지만 편집을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자. 순서대로 이어붙이기를 하면 된다. 친근하고 가깝게 접해보면 생각지 못한, 의도하지 않은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될 것이다. 이 때 편집자는 큰 희열을 느낄 것이다. 그래서 편집을 하다보면 밤새는 것도 모르고 새로운 이야기의 탄생을 즐긴다.


■  '악마의 편집'은 피하라

하지만 '악마의 편집'은 피하는 것이 좋다. 솔직히 편집을 통해 사람 하나 나쁘게 만드는 것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또한 극중 배우 하나 없애거나 분량을 줄이는 것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필자가 편집한 영화 중 2000년 개봉한 '천일동안'(종합병원)이란 영화가 있다.여기에 아역 배우 한 명의 촬영분이 꽤 많았는데 정작 편집된 영화 속에선 그의 모습을 전혀 찾아 볼 수 없었다.40분이 넘는 그의 분량을 통째로 들어낸 것. 

그 이유는 런닝타임이 넘쳤기 때문이다. 무려 200분이 넘었는데 이를 100분 내외로 줄이려면 어쩔 수 없는 일. 그는 당대 '미달이'로 유명세로 날리던 아역 배우였는데 이래저래 아쉽게 됐다.
 
2005년 개봉한 `강력3반'도 비슷한 예다. 일차로 편집한 런닝타임이 무려 240분이 넘었다. 안되겠다 싶어 김민준과 허준호의 두 형사 이야기로 정리에 나섰다. 때문에 나머지 배우들 촬영분은 엄청 잘라내야 했다.


편집 과정에서 이런 예는 허다하다. 그래서 친한 배우들은 가끔 "왜 제 분량이 적냐"고 애교 썩인 항의를 해오곤 했다. 그럴 때 난 이렇게 화답한다. "안 짤리려면 주인공해, 주인공은 잘려도 주인공이야."


■편집이란? '영화가 시작되는 곳

''한국영화의 메카' 충무로의 많은 사람들은 편집이 중요하다고 한다. 또 미국 할리우드의 한 편집실에는 이런 문구가 내걸려 있다고 한다. '영화는 이곳에서 시작된다.' 

그만큼 영화를 살리고 죽이는 것은 바로 '편집'이다. 편집이 영화의 흥행을 좌우하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전문가들은 '편집은 영화의 꽃'이라 입을 모은다. 그 `꽃'을 아름답게 잘 가꾸어보자.

박홍규 기자 4067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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