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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시라 "배우는 나와 참 잘 맞는 직업…항상 정도를 가고 싶다"
채시라 "배우는 나와 참 잘 맞는 직업…항상 정도를 가고 싶다"
  • 승인 2018.08.1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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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과목을 좋아해서 대사 외우는 것도 재미있게 할 수 있었어요. 이 직업이 저와 참 잘맞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 채시라(50)는 지난 4일 종영된 MBC 주말드라마 '이별이 떠났다'에서 서영희 역으로 성공적인 복귀식을 치렀다.

2015년 '착하지 않은 여자들' 이후 3년 만에 출연한 작품이지만, 공백기를 전혀 느낄 수 없을 만큼 안정적인 연기력을 보여준 것. '역시 채시라'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올해 데뷔 35년차에 접
어든 그는 여전히 열정이 넘치고 기본에 충실한 '진짜 배우'다.

■ "보람있고 행복했던 작품"

'이별이 떠났다'는 결혼 및 임신으로 인해 자신을 희생하는 여성의 현실적인 모습을 그린 작품. 혼전 임신, 불륜 등 자극적인 소재를 오히려 담백하게 표현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서영희가 정효(조보아)의 존재로 인해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성장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자체 최고 시청률은 10.6%. '여명의 눈동자', '서울의 달','애정의 조건'등 평균 40%대 시청률을 기록한 그의 대표작과 비교하면 아쉬움이 남는 부분. 채시라는 시청률보다 작품성에 의미를 뒀다. 

"엄마, 아내 이전에 한 여자의 성장기를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인데 그 부분이 잘 마무리된 것 같아서 보람을 느꼈어요. 힐링 드라마라고 많이들 얘기해주셔서 너무 좋았고요. 우리 작품이 대중의 마음을 보듬어주고 선한 영향력을 줬다는 거잖아요. 싫은 소리 하면서 보는 작품도 많은데, 좋은 평가를 받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시청률을 떠나서 의미있는 작업이었다고 봐요."

그는 "월드컵 중계 때문에 방송을 하루 쉰 적이 있는데 한창 (시청률)이 올라가고 있던 타이밍이라 아쉽긴 하다. 그때 방송을 안 쉬고 쭉 갔으면 마지막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또 "아무도 다친 사람 없이 무사히 끝난 것도 정말 감사할 일이다. 기온이 38~40도에 이를때 야외에서 찍었다"며 "잠깐만 촬영해도 어지러울 정도였는데 모두들 같이 견디고 이겨냈다. 참 좋은 팀과 작업할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떠올렸다.

■ "나 역시 아내이자 엄마, 평상시 느꼈던 기분 극대화해 표현한 게 서영희"

그가 맡은 서영희는 결혼 후 직장에 사표를 던지고 남편 한상진(이성재), 아들 한민수(이준영)의 뒷바라지에 모든 것을 바치는 인물. 그러나 남편의 외도를 알게 된 후 받은 배신감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은 채 3년간 은둔생활을 이어간다. 그럼에도 가슴 한 구석에는 가족의 따뜻함과 행복을 늘 그리워하는 감정이 남아있다.

채시라는 "나도 작품을 안할때는 보통의 엄마, 아내들돠 똑같다. 그저 멍하니 집에 있거나, 피곤하면 커튼을 친 채 잠만 잘 수도 있고...사시사철 기분이 좋으리란 법은 없지 않냐"며 "일상에서 겪는 소소한 부분과 경험을 끄집어내서 극대화했다. 그럴 때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느끼는 서영희의 감정이 충분히 이해가 됐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으로 영희가 꿈속에서 가족을 찾아 헤매는 신을 꼽았다. 홀로 남편과 아들의 이름을 외치며 울부짓는 영희의 모습은 매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너무 마음 아프고 가슴이 찡했어요. 바깥으로 나가고 싶은데 그럴순 없고 혼자 밖에 없다는 영희의 절망감과 답답함이 와 닿았죠. 작가님께서 대사에 담겨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걸 표현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해주셨어요. 날씨도 햇볕이 드리웠으면 분위기가 덜 살았을 텐데, 어둡고 비가 내리다 보니까 감성이 저절로 잡혔던 것 같아요."

■ "상대 연기자 늘 똑같이 대하는 게 배우의 기본"

'이별이 떠났다'에서 채시라보다 선배인 연기자는 양희경과 마지막회에 특별출연했던 최불암 뿐이었다. 그만큼 주연배우이자 선배로서 채시라에게 주어진 책임감이 막중했다. 그는 항상 기본을 강조했고, 이런 철칙은 자연스레 후배 연기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쳤다.

"이번에 정말 많은 후배들하고 연기를 했어요. 원래도 그랬지만 항상 정도를 가고 싶어요. 그 정도라는 게 고리타분한 것이 아니라 기본이 돼있다는 거죠. 저는 상대 배우의 나이가 어리던 많던 늘 똑같은 마음으로 대해요. 제 신이 끝났다고 해서 대충 가버리고 그게 아니라 그 신이 마무리 될 때 까지 늘 함께 있어요. 그 사이 부족하거나 잊어 버렸던 게 나올 수 있으니까요. 그건 배우의 기본이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부터 이런 마음가짐을 가져왔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렇게 할 거예요."

채시라는 "후배들도 그런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싶다. 극중 보아가 임신 중독증으로 쓰러진 후 산소마스크를 하고 있는 정효의 모습을 찍었는데 나중에 이성재와 연기할 때도 그러고 있었다고 하더라. 그걸 본 성재가 '너, 시라 누나라 작업 하더니 맞출 때 제대로 한다'는 말을 해줬다는걸 들었다"며 "알게 모르게 내가 하는 것들이 그런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니까 보람있었다. 상대를 배려해주고 약간의 신경을 써주면 현장 분위기가 훨씬 더 좋아질 수 있다"고 했다.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별이 떠났다'에서는 문어체가 자주 나왔다. 자칫 어색하게 보일 수 있지만 채시라의 부단한 노력 덕분에 독특한 매력으로 비춰졌다. "문어체로 연기하니까 신선하고 소소한 재미가 있었어요. 후반부로 갈수록 대사가 많아졌지만 제가 워낙 암기과목을 좋아해서(웃음)... 이 직업이 저와 참 잘 맞는 것 같아요. 마지막에는 머리에 과부하가 걸렸나 싶을 정도로 안 외워져서 고생했어요. 대본 여덟 페이지를 혼자 읽는데 정말 외워지지가 않는 거예요.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다행히 외우긴 했어요. 그렇게 몇날 며칠을 외웠는데 금방 끝나니까 허무하기도 했죠."

"대사가 자연스럽게 익어야만 감정도 전달이 잘 돼요. 어설프게 하는 건 말도 안 되고 스스로 용납할 수 없어요. 그런 면 때문에 고통스럽기도 해요. 감정신을 표출하기 전까지 절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거든요. 대사를 완벽하게 내뱉어야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는 편이에요."

■ 아이들은 채시라의 영원한 팬

2000년 가수 김태욱과 결혼한 채시라는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그의 딸과 아들은 언제나 채시라에게 절대적인 성원을 보내는 열혈팬이다.

"아이들이 제가 연기자라는걸 무척 좋아해요. 한번은 제 딸이 유치원을 다닐때 선생님한테 귓속말로 '우리 엄마가 채시라에요'라고 말했다는 거예요. 근데 점점 크면서 엄마가 배우라는 걸 드러내는 게 항상 좋지 만은 않다는 걸 느꼈나봐요. 요즘에는 주변에서 엄마 이야기를 하면 싫다고 할 때도 있어요. 기본적으로는 저에 대한 하트로 가득해요. '이별이 떠났다'를 보면서도 '엄마가 제일 잘하고 예뻐요. 엄마 발음이 제일 정확해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어요. 식구들의 배려와 응원은 정말 큰 힘이 돼요."

"아빠가 노래를 하고 나는 연기를 하니까, 애들도 기본적으로 끼가 없지는 않아요. 만약에 연예인을 한다고 하면 큰일인데요.(웃음) 최대한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판단해야죠. 단순히 겉멋이 든건 지, 진짜 진득하게 하려는 마음이 있는 건지 보는 게 중요해요. 세상은 넓고 할일이 많으니까 다양한 경험을 주고 싶긴 하죠. 아직은 모를 미래니까 지켜보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배우, 엄마, 아내. 채시라의 인생 속 역할은 세 가지다. 그는 배우 채시라, 엄마 채시라를 확실히 분리하고 있었다.

"식구들이 가끔 '왜 영희같이 말을 하고 있냐'고 하더라고요. 무섭다는 반응도 있었고(웃음). 그만큼 제가 역할에 빠져있다고 볼 수 있는 건데, 그래도 웬만해서는 집에 들어가면 원래 채시라의 생활로 돌아오려고 하죠. 작품 속 역할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제가 결혼을 하지 않고 아이도 없었다면 그런 게 좀 오래갈 수도 있었을 것 같아요. 하지만 집에 오면신경 쓸 것과 제 역할이 너무 많으니까 배우로서의 감정이 오래 남아 있을 틈은 없어요."

그는 "아이들한테는 기본적으로 열정을 쏟는 편이다. 배우, 엄마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지만 그렇게 하는 건 너무 내 욕심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면서 "최소한의 신경만 쓰고 어느 정도 내 손에서 놓을 건 놔야지 이 작품을 끝낼 수 있겠더라. 아이들도 점점 커가니까 예전보다는 열정이 식는다. 사실 그래야 애들도 좀 편할 것"이라고 웃었다.

"엄마 역할이 가장 힘들어요. 어떤 게 아이를 위하는 건지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좋은 엄마, 훌륭한 엄마가 되고 싶은데 아이한테 그런 영향을 주는 건 항상 어렵더라고요. 저희 어머니가 사람은 죽을 때 까지 경험하고 끊임없이 여러 가지 길을 가는 거라고 말씀 해주셨는데 진짜 맞는 얘기에요. 매번 새로운 걸 경험하고 느끼면서 인생을 살아가고 있어요."

■ "좋은 작품 있으면 언제든 할 것, 장르 가리지 않아"

채시라는 그동안 현대물, 시대극 등 여러가지 장르에 출연해왔다. 영화보다는 드라마에서 두각을 나타낸 그는 차기작으로 영화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남편도 '너 영화 할 때 되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하고, '채시라 영화에서 보고 싶다'는 댓글도 자주 봤어요. 장만옥이 쫙 붙는 치파오를 입고 나왔던 '화양연화' 같은 시대물이나 우리 것을 잘 표현한 사극 영화도 하고 싶어요. 액션도 너무 좋아하고, 캐릭터가 좋으면 삭발도 할 수 있어요." 

채시라는 "배우는 예쁘게만 보이는 직업이 아니다. '이별이 떠났다'에서 영희가 중반 이후 점점 예뻐진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기분은 좋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초반에 머리가 헝클어지고 자연스럽게 나왔던 모습이 더 멋있고 아름다웠다"며 "지금은 예전보다 참 좋은 시대다. 배우들도 계속 달라지고 변화하고 있는데 나도 그런 부분을 더 이끌어나가고 싶다. 배우로서 보여줘야겠다는 의무감이 생기고 얼마든지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든다"고 말했다.

사진=씨제스엔터테인먼트, 슈퍼문픽처스, PF엔터테인먼트 제공

김정수 기자 ksr86@bs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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