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시설 강행 벤츠 KCC오토, 지역 주민들과 대화 시작해야 
'발암물질' 시설 강행 벤츠 KCC오토, 지역 주민들과 대화 시작해야 
"어린이, 학생의 건강권 환경권 무시하는 KCC오토…존속 이유 없어" [민강인의 케렌시아] 
  • 승인 2018.07.26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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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CC오토 홈페이지의 이상현 대표이사 인사말
KCC오토 홈페이지의 이상현 대표이사 인사말

"인근 초중고 학교 무려 5곳, 아이들 발암물질 마시게 할 순 없어"

"아이 둘이 앞으로 10년 넘게 근처 초중고를 다녀야 하는데, 집 바로 앞에 자동차를 판금, 도장하는 '발암물질 배출 시설'이 들어 선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의 얘기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가 사는 곳은 금천구 시흥동이다. 여기에는 1700여 가구의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있고, 빽빽한 빌라들에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가 한 곳에 모여 있는 곳이다. 오전 시간이면 수 백 명의 아이들이 한꺼번에 등교하는 전형적인 주민 집단 거주지이다. 그런데 발암물질 배출 시설이라니?.

금천구 시흥동 남서울힐스테이트 아파트 단지 내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 '병든 차 수리하다 우리 애들 골병 든다’
금천구 시흥동 남서울힐스테이트 아파트 단지 내에 걸려 있는 플래카드
건축 중인 KCC오토 벤츠 금천서비스센터 건물. 센터 바로 뒤 거주용 오피스텔이 보인다
건축 중인 KCC오토 벤츠 금천서비스센터. 바로 뒤에 거주용 오피스텔이 보인다.

KCC오토. “우려 해소 위해 성실히 대화 하겠으나 법적 문제 없어, 그대로 강행”

지인이 발암물질 배출 시설이라고 지칭한 곳은 KCC오토(이상현 대표이사)가 서울 금천구 시흥동에 짓고 있는 지하 4층, 지상 10층 규모의 벤츠 금천서비스센터였다. 벤츠 차량을 전시, 판매하고 정비 서비스를 제공할 곳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초등학생 아이 둘이 있는 지인은 지난해 여름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했다. 이사 당시 벤츠 서비스센터 건물은 한창 올라가고 있었다. 그 시설이 설치될 것을 충분히 알았을텐데도 그곳으로 이사를 한 것이다. 

"이사 전에 알았다면 당연히 다른 곳을 알아봤을 것이다. 6월 말에야 주민들이 알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상담, 전시, 단순 정비센터 기능만 있는 줄 알았다. 판금과 도장을 하는 시설이 들어설지는 그 누구도 몰랐다. 모든 주민들이 뒷통수를 맞은 것이다”

KCC오토 측은 '사전에 도장 시설에 대해 주민 설명회를 열었다'고 했는데, 그가 이웃들에게 물어보니 어느 누구도 설명회 참석은 커녕 개최 소식조차 듣지 못했다고 한다. 나중에야 주민들 몇 명 초대해 형식적인 설명회를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금천구 주민들은 '전시 및 사무 공간만 들어서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며, KCC오토에 판금 도장 시설을 설치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회사 측은 '법적 하자가 없으니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라고 한다. 주민과 KCC오토 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하게 됐다. 

판금 도장 예정 시설, 주민 거주지 불과 10m

이에 주민들이 최근 'KCC 벤츠 발암물질 도장공장 퇴출 주민 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를 구성하고 행동에 나섰다. 각종 발암물질과 유해물질을 다량으로 배출할 수밖에 없는 시설에서 불과 10~300미터 거리에 초등학교 2곳, 중학교, 고등학교 2곳, 아파트, 빌라촌, 거주용 오피스텔 그리고 유치원, 각종 학원 건물들이 밀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창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발암물질을 마시게 할 수 없다'는 절박감이다.

KCC오토 벤츠 금천서비스센터 예정지와 인근 오피스텔, 아파트, 학교 등과의 거리. 10~300미터에 불과하다
KCC오토 벤츠 금천서비스센터 예정지와 인근 오피스텔, 아파트, 학교 등과의 거리.
10~300미터에 불과하다

대책위는 25일 오전 금천구청 앞 기자회견을 통해 'KCC오토 벤츠 금천서비스센터는 하루 150대 차량을 도장할 수 있는 시설'이며, '도장 시 배출되는 페인트에는 톨루엔, 자이렌, 아세트알데하이드 등 1군 발암물질로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아무리 독성이 약해도 (매일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등) 노출도가 높아지면 유해성은 배가된다'는 관련 학계의 일치된 의견도 밝혔다.

전북 비료공장 인근 익산 장점마을 주민 25명 폐암 등으로 사망 또는 투병 중

대책위 유인물을 살펴보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익산 장점마을 사례를 담고 있었다. 2001년 전북 익산시에 세워진 한 비료공장은 지난 17년간 유독 물질을 배출했다. 인근 장점마을 주민들 몸에 이상이 생기기 시작한 것은 10년 전부터였다. 지금은 주민 80명 중 30%가 넘는 25명이 폐암 등으로 사망 또는 투병 중에 있다. 상황을 조사한 환경부에 따르면, 질병의 주된 원인이 탄화수소 계열인 '다핵방향족 탄화수소'였다. '차량 도장 공장'에서 배출되는 발암물질과 같은 계열이라고 한다. 대책위는 이 점을 들어 벤츠 도장 시설이 인근 아이들과 주민의 건강에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25일 금천구청 앞에서 KCC오토 벤츠 도장시설에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주민대책위원회.
25일 금천구청에서 KCC오토 벤츠 도장시설 반대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주민대책위원회.

살펴본 김에 금천구청의 입장이 궁금해졌다. 구청은 주민들의 민원에 대한 홈페이지 답변에서 “해당부서에서 현장 방문하여 검토한 바 자동차관련시설(정비공장) 건축허가를 받아 9월경 건물 사용승인 시점에 있다. 도장 시설이 신고되면 대기 방지시설 검토 후 처리하게 되어 있다”며 “업체에 이중 저감장치를 요청하겠으며, 11월 초 도장시설 설치 후 주기적으로 검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시설 설치 전에는, 주민과 업체 사이에서 중재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벤츠 도장 시설에 반대하는 주민 민원에 대한 금천구청의 답변
벤츠 도장 시설에 반대하는 주민 민원에 대한 금천구청의 답변

금천구청 해결 의지 의구심, 업체 '성실히 대화하지만 설치는 강행' …"말장난이다. 업체 대변인?"

주민들은 이런 구청의 답변에 대해 '업체 대변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또 "선거가 끝난 후라 구청장은 전임 구청장 일이니 나몰라라 신경도 쓰지 않고 있다" "구청 답변은 마치 KCC오토 홍보팀이 작성해준 것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로, 주민 안전은 뒷전이고 업체 입장만 대변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KCC오토 측은 최근 한 언론을 통해 '주민 불안감을 불식시키기 위해 플라스마 저감장치를 추가할 계획'이며 '민원이 해소되도록 성실히 대화에 응하겠지만 판금‧도장시설은 절대 뺄 수 없다'고 못박았다. 말장난이다. ‘성실히 대화에 응하겠다’와 ‘설치를 강행하겠다’라는 내용을 함께 얘기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해결 의지가 없음을 보여줬을 뿐이다.

이에 대책위는 앞으로 매주 토요일 금천구청 광장에서 도장공장 퇴출을 위한 집회와 시위를 계속할 계획을 밝히며, 금천구청은 해당 건축물 준공 허가를 무기한 연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주민대책위 유인물. 매주 토요일 집회를 열 계획이며 금천구청은 건축 허가를 내주지 말라는 요구가 담겨 있다
주민대책위 유인물. 매주 토요일 집회를 열 계획이며 금천구청은 건축 허가를 내주지 말아 달라는 요구가 담겨 있다

"돈 없어 서러운데…부잣집 벤츠 발암물질을 아이들 마셔야 하나?" 

KCC오토 홈페이지를 찾아 봤다. 이상현 대표는 CEO 인사말에서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보다 ‘어떻게 서비스할 것인가’에 아이디어와 전략의 초점을 맞춘다"라는 포부를 담았다. 전 세계가 인정하는, 고급차의 대명사 벤츠를 수입하는 CEO다운 말씀이다.

이에 대해 지역주민들과 대책위는 "고급차인 벤츠를 소유한 사람들을 위한 서비스를 왜 여기 시흥에서 하는지 모르겠다. 판매는 강남에서 하고 (발암물질 배출하는) 때 빼고 광 내는 서비스를 왜 상대적으로 낙후한 여기서 하나?" "돈 없는 것도 서러운데, 우리 아이들이 강남이나 부잣집의 벤츠로 인해 발생하는 발암물질을 마셔야 하는 현실이 참담하다. KCC오토가 우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지역 주민과 아이들의 건강을 무시하는 기업이 존재할 필요가 있을까? 아니 지속가능하게 존속할 수 있을까? KCC오토는 ‘절대 강행’이라는 입장에서 이제라도 주민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발 딛고 자리한 곳의 여론을 무시한 기업들이 어떤 행보를 걸었는지 꼭 얘기해야 알아듣겠나. 

칼럼을 쓰는 사이, '주행 중 엔진 화재' 때문에 BMW가 10만6000천대 리콜을 시작한다는 뉴스가 전송된다. 고급차의 대명사이자 영원한 라이벌인 벤츠는 어떤 결론을 내릴 지 앞으로가 궁금해진다. 


글쓴이 민강인, 공대를 졸업하고 20여 년간 금융업과 소매업에 종사했다. 최근 대학원에 진학해 '전략커뮤니케이션'을 공부 중이다. 요즘에는 사주명리학에 심취하며 ‘케렌시아(피난처)’와 '사회 소통 전문가'를 동시에 꿈꾸고 있다. strongman.min@gmail.com

* 본 칼럼의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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