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의 '발빠른' 주52시간 마트 홍보…전근대식 동원 캠페인 부활?
산업부의 '발빠른' 주52시간 마트 홍보…전근대식 동원 캠페인 부활?
유통 관계자 "지금이 어느 때인데, 기업 동원해 정책 홍보하는지"[민강인의 케렌시아]
  • 승인 2018.07.0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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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어느 대형마트 고객센터 앞에 세워져 있는 고용노동부 정책 배너(왼쪽)와
에스컬레이터 옆 광고물 자리에 부착돼 있는 포스터(오른쪽)

서울 동작구에 위치했던, 40여년 전 다니던 국민학교에서 가끔 단체로 여의도 광장을 가곤 했다. 어린 시절 버스를 타고 동네를 벗어난 거의 유일한 기억이다. 당시 전두환 전 대통령이 해외 순방하고 귀국하는 날이면 공항에서 청와대까지 카페레이드를 했다.

이때 도로 양 옆으로 사람들이 손에 태극기를 흔들며 환영했는데 억지로 동원된 인파였다. 무작정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던 군중 속 한 명이 필자였다. 돌이켜보면 그때 여의도 광장에 가야했던 이유가 참 어이 없다. 북한의 붉은 카드섹션 마냥 전형적인 ‘보여주기식 관제 홍보 캠페인’이었다. TV로도 방송되었지 않았나 싶다.

유물 속에나 있을 법한 관제 캠페인 동원령이 집 근방 대형마트에서 살아났다. 주말에 아들에게 야구글러브 사주려고 들른 마트의 에스컬레이터 벽면에 ‘7월 1일, 우리는 과로사회에서 탈출합니다’라는 제목의 고용노동부의 포스터가 걸려 있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오가며 벌인 카퍼레이드 모습. 왼쪽은 1981년 2월 8일,
오른쪽은 1982년 9월 8일[한국일보]

이번 달부터 시행되는 ‘주 52시간 근무제’의 취지와 목적에는 동의한다. 일과 생활의 균형을 꾀하고 일하는 이들에게 ‘저녁 있는 삶’을 보장하는 것은 당연히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최근 보도를 보면 시행 초기 실질적으로 적용하기 힘든 사업장들이 존재하는데, 대표적인 사업장이 대형마트이다. 

마트들은 시행 전 영업시간을 미리 단축하는 등 준비했다고 하지만 일각에서는 저녁 11시까지 문을 열어야 하는 대형마트의 속성상 제도가 정착되려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마트 종사자들 사이에서 당장 근무시간은 줄지만 소화해야 할 업무량은 예전과 그대로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는 이유이다. 

종사자들이 느끼는 이런 우려 속에 주 52시간 근무제를 홍보하는 포스터가 사업장에 붙여있는 모습이 의아하여 마트 관계자에게 포스터를 붙이게 된 연유에 대해 문의했다. 이 관계자는 “6월 말 (고용노동부를 대신해) 산업통상자원부가 협회를 통해 주 52시간제 대국민 홍보를 위해 상의할 일이 있다며 여의도 협회 사무실로 긴급 미팅을 요청했다”라고 말하며 “지난 주 사무실에 가보니 익숙한 얼굴의 마트 담당자들이 앉아 있었고, 산업부 담당자는 매장 내 포스터 부착 등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아직 내부적으로 제도가 정착되지 않아 현장 포스터를 본 직원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이 쓰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수소문해보니, 산업부는 대형 마트뿐만 아니라 백화점, 온라인쇼핑기업 등 거의 모든 유통업계에 협조를 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기업에는 포스터 부착 등을, 온라인 기업에는 회원 대상 메일 발송 등의 방안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현실이 답답하다. 진행하면서 내부적으로 일정 비용도 들어간다. 누가 메워줄지…"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요즘 같은 불황에 물건 하나라도 더 팔아야 하는데 이런 관제성 홍보 캠페인에 동원되는 현실이 답답하다”며 “이런 일을 하는 데에는 내부적으로 일정 비용이 들어 갈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정부가 요청한 것을 외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 이 부분은 누가 메워줄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지난 6월 25일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자들 앞에서 고용노동부 장관을 향해 “장관이 청와대 말을 듣지 않는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청와대가 최저임금 문제를 국민에게 잘 설명하라고 했지만 장관이 실행하지 않아 홍 원내대표가 작심하고 발언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고용부는 두 번 실수하지 않기 위해서, 산업부는 최근 분위기를 잘 읽은 탓인 듯하다. 뒷말이 나오기 전에 미리 움직였을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 사람은 비단 필자 뿐일까? 정부 부처가 정책 홍보를 위해 발벗고 뛰는 일에 토를 달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정책 홍보를 위해 전근대적인 70~80년대식 민간 기업 강제 동원이 떠오르는 이런 방식에는 찬성할 수 없다.

글쓴이 민강인. 공대를 졸업하고 20여 년간 금융업과 소매업에 종사했다. 최근 대학원에 진학해 '전략커뮤니케이션'을 공부 중이다. 요즘에는 사주명리학에 심취하며 ‘케렌시아(피난처)’와 '사회 소통 전문가'를 동시에 꿈꾸고 있다. strongman.min@gmail.com

* 본 칼럼의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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