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대령실이 아니야, 이 바보야!" 
"문제는 대령실이 아니야, 이 바보야!" 
지드래곤 일병 '특혜 논란', 형평성 문제부터 바라봐야[민강인의 케렌시아] 
  • 승인 2018.06.28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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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the economy, stupid!"(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

1992년 미국 대선 당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빌 클린턴은 '이 한 마디로' 공화당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를 누르고 승리를 따냈다. 1년 전 대통령 부시는 이라크를 상대로 걸프전을 승리로 이끌며 지지율이 무려 91%에 달했다. 반면 클린턴은 미국에서도 아주 작은 주에 속하는 아칸소 주의 젊은 40대 주지사일 뿐이었다. 부시의 압승을 의심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국민의 마음을 읽은 단 한마디가 성패를 좌우하고 말았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인 의제 설정 이론과 미디어 틀짓기(framing) 이론을 잘 활용한 예이다. 유권자가 원하는 바인 경제를 의제로 설정해 미디어가 경제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쉴새 없이 보도하게 한 전략이 결국 대통령이라는 자리를 거머쥐게 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의제 설정 이론은 ‘미디어는 특정 이슈(의제)를 반복 보도함으로써 공중의 마음에 그 이슈의 중요성을 부과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다’고 간략히 설명된다. 미디어 틀짓기 이론은 ‘미디어가 현실의 특정 측면을 선택, 강조하는 반면, 다른 주제는 무시하는 보도 성향을 보임으로써 그 특정 이슈를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민주당 클린턴 캠프는 ‘경제’ 이슈를 의제로 삼아 밀고 나갔으며, 미디어들이 이를 반복적으로 보도하게함으로써 결국 성공을 거둔 것이다.

경기도 양주시에 있는 국군양주병원 전경[디스패치]

최근 빅뱅 지드래곤의 군 병원 입원 논란이 한창이다. 지난 26일까지 가장 많이 회자되는 논란은 ‘과연 지드래곤이 1인실이자 일반 사병은 사용할 수 없는 ‘대령실’에 입원했냐’는 점이다. 대령실에 입원했다면 군이 그에게 특혜를 준 것으로 비난 받아 마땅한 일이지만, 사병이라도 특수한 경우 1인실을 이용할 수 있기에 대령실이 아닌 그냥 1인실이었다면 문제가 없다는 의견으로 팽팽히 맞섰다.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는 "특혜는 전혀 없고 대령실은 병원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정상적인 절차와 기준에 따라 입원했다"라고 하면서 처음 특혜 의혹을 제기한 보도를 반박했다. 국방부 또한 "국군양주병원에서 대령 병실을 운영하고 있지 않다"고 YG를 옹호하고 나섰다.

소속사와 국방부가 의도적이었든 아니었든 첫 해명은 ‘대령실의 존재’에 초점을 맞췄다. 아마도 전체적인 여론의 흐름이 여기에 따라 흐른다고 판단했을 수 있을 듯하다. ‘대령실이 없다’는 주장을 제기함으로써 일정 부분 특혜 이슈가 흐려지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런데 효과는 불과 하루를 지속하지 못했다. 의혹을 처음 제기한 미디어가 2차 보도를 통해 2개월간 33일의 휴가 과다 사용, 해당 병원의 입원실 현황 등을 새롭게 제기하며 특혜 의혹을 재차 강조했다. 다시 특혜 이슈로 온통 뒤덮였다. 도루묵이었다.

의제 설정 이론을 처음 제기한 도널드 쇼(Donald L. Shaw)

왜 이렇게 되었을까? 바로 첫 해명의 의제 설정이 틀렸다. 핵심은 ‘대령실’이 아니다. ‘형평성 문제’다. 여기에 대한 해명이 첫 입장문에 있어야 했다. 왜 ‘짧은’ 두 달 동안 33일의 ‘긴’ 휴가를 사용했는지에 대한 ‘자세한’ 이유와 지드래곤 병영생활이 관찰일지라는 글로 SNS에 노출되어 이로 인해 수 명 또는 수 십 명이 함께 입원하기 어려운 현실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로 풀어야 했다.

징병제가 현실인 이 땅의 장삼이사들은 연예인이나 유명인의 아들과 비교해 자신의 아들이 이유 없이 군 복무 차별을 받는다면 분노할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 부모만이 안고 있는, 아리랑의 한(恨)과 같은 독특한 인지상정이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아들이 ‘탁월한 코너링’ 실력을 연마해 운전병으로 복무한 사실에 왜 그렇게까지 분노했을까? 국정농단 범죄자의 아들이기에? 아니다. ‘내가 못나서 내 아들이 그 고생을 하고 있다’는 대한민국 부모들의 자책과 자괴감 때문이다. 바로 형평성 문제다. 

만약 소속사와 국방부는 미디어가 ‘대령실’에만 초점을 맞췄을 것이라 기대했다면, 오판했다. 미디어는 틀짓기를 좋아하지만 여론의 큰 줄기를 벗어나는 의제나 가십성 주제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 당연히 본래 의제인 ‘특혜 의혹’으로 되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미디어가 특혜 의혹을 무시할 만한 색다른 틀(frame)을 제시하면 좋은데, 대부분의 군 문제는 현실적으로 이게 거의 불가능하다. 유일한 해법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자세한’ 설명과 해명이고, 일정 부분(설령 합법이었고 문제가 없었을 지라도) 국민의 감정을 헤아리지 못한 부분을 인정하는 것이다.

클린턴 캠프는 유권자의 마음에 경제가 있다는 점을 간파했다. 군대 간 또는 갈 아들이 있는 대한민국 부모들의 마음에는 항상 형평성이 있음을 간파해야 한다. 군 특혜 의혹에 대한 해명이나 입장발표는 형평성을 따지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앞으로 군 문제로 언론에 할 얘기가 있는 사람이나 기관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문제는 대령실이 아니야, 이 바보야!"

글쓴이 민강인, 공대를 졸업하고 20여 년간 금융업과 소매업에 종사했다. 최근 대학원에 진학해 '전략커뮤니케이션'을 공부 중이다. 요즘에는 사주명리학에 심취하며 ‘케렌시아(피난처)’와 '사회 소통 전문가'를 동시에 꿈꾸고 있다. strongman.min@gmail.com

* 본 칼럼의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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