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효성 없는 '생색' 정책, 언제까지 바라봐야 할까
실효성 없는 '생색' 정책, 언제까지 바라봐야 할까
문화생활도 즐기고 실제 도움되는 정책 펴 주길 [민강인의 케렌시아]
  • 승인 2018.06.20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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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도서관 [연합뉴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7월1일부터 책을 사거나 공연을 관람한 비용에 대해 소득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발표했다. 문화예술계는 문화산업 활성화를 위해 무려 10년 동안 요청해온 숙원 사안이 이뤄진 것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혔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모든 이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연간 총급여가 7천만원 이하인 근로소득자만 해당되며, 신용카드 등의 사용금액이 총급여의 25%를 넘는 경우 100만원 한도 내에서 혜택을 볼 수 있게 설계되었다.

별도의 자료를 살피지 않더라도 소득이 적은 가정일수록 공연이나 도서를 접할 기회가 떨어진다는 사실은 쉽게 유추할 수 있다. 현실적으로 가정의 생계유지를 위해 문화생활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많다. 형평성 차원에서 금번 제도가 고소득자들을 배제한 것은 옳은 방향이라 생각한다.

매년 연말정산 때가 되면 연말정산 시뮬레이션 앱의 소득공제와 세액공제 각각 항목에 예상 금액을 쓴 후 개략적으로 계산을 해본다. 복잡한 공제율이나 한도, 계산식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금액만 기입하면 프로그램이 알아서 계산해준다. 다시 말하면 도서 구입비와 공연 관람비가 어떻게 계산, 연계되어 소득공제가 되는가를 자세히 알 필요는 없다. 공제 대상자는 단지 ‘그래서 내가 문화생활을 향유한 후 얼마나 세금을 환급 받는가?’하는 점을 가장 궁금해할 것이다.

신한은행이 지난 3월 발간한 ‘2018년 보통사람 금융생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정규직 월평균 소득은 319만원으로 조사되었다. 1년으로 계산하면 3천828만원이다. 지난 5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7 가계동향조사(지출부문)’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 이상 가구의 월 평균 소비지출 규모는 255만6800원이었다. 이는 가계지출에서 세금과 건강보험료 등 이자비용, 주택관련 비용 같은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액수다. 1년으로 계산하면 3천67만원이다. 주택금융공사는 지난 1월 '주택금융 이용실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 가구의 25%가 주택담보대출을 쓰고 있었는데, 월 소득이 200만~400만원 미만인 가구는 소득의 14%를 주택담보대출 상환으로 쓰고 있었다. 319만원의 월 평균 소득자에게 1년치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은 535만원이다.

서울의 한 서점 [연합뉴스]

통계 자료들을 살펴보면, 주택담보대출이 없는 가구는 월 63만원 정도의 여유가 있고, 대출이 있는 가구는 평균적으로 월 19만원의 여유가 있는 셈이다. 전월세자금 대출이자, 월세, 전기 수도 가스 등 각종 관리비, 노후자금이나 자녀들 결혼자금 저축, 경조사비, 예상치 못한 비용 지출 등을 모두 이 여유자금에서 써야한다. 

가구가 처한 상황은 천차만별이겠지만, 이런 정도의 여유자금으로 이번 도서 공연 소득공제 제도가 평균 근로소득자로 하여금, 없는 살림에 연극 티켓을 사게 하고 일부러 교보문고에 가게 하는 유인책이 될 있을까?

근로소득 과세표준표

앞서 설명했듯, 이 혜택을 받으려면 총급여의 25%를 신용카드나 직불카드로 써야 한다는 전제가 있다. 총급여가 4천만원인 근로자의 가구는 일단 연간 1천만원을 카드로 긁어야 한다. 그래야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이 생긴다. 그리고 한도가 100만원이다. 3인 가구이고, 각종 공제를 적용한 후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을 적용해보면 이번 제도로 인해 환급 받을 수 있는 세금은 잘해야 1년에 4~5만원 정도이다.(최근 환급액을 약 2만원 정도로 산출한 보도가 있었다) 적은 돈은 아니지만 문화체육관광부가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생색낼 만한 이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카드공제가 어떻고, 한도가 어떻고 하는 복잡한 설명을 활용해 마치 엄청난 혜택을 주는 것처럼 포장하는 일 말고, 연극 티켓 값의 10~20%를 캐시백해주는 식의 실질적으로 살림에 도움이 되면서 동시에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요즘 보통사람들은 돈도 돈이지만 문화를 즐길 시간이 없다는 점도 참작했으면 한다.


글쓴이 민강인은 공대를 졸업하고 20여 년간 금융업과 소매업에 종사했다. 최근 대학원에 진학해 '전략커뮤니케이션'을 공부 중이다. 최근에는 사주명리학에 심취하며 ‘케렌시아(피난처)’와 '사회소통전문가'를 동시에 꿈꾸고 있다. strongman.min@gmail.com

 

* 본 칼럼의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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