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애플 페북 나이키 코카콜라 샤넬 프라다 구찌 에르메스…기부금도 중요하지만 고용, 세금 등도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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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부감사법)' 개정안(2020년)에 기대 커 [민강인의 케렌시아]
  • 승인 2018.06.08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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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다수 명품 국내 법인들은 유한회사여서 배당금, 세금 등 실적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볼보자동차코리아, 페르노리카코리아, 디아지오코리아, 코리아후드써비스, 다임러트럭코리아, 롯데아사히주류, 페라가모코리아, 콘티넨탈오토모티브시스템, 아디다스코리아, 동일드방레, 이베이코리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에드링턴코리아, 스와치그룹코리아, 한국로렉스, BMW코리아, 포르쉐코리아, 동서유지, 발렌티노코리아, 비케이알, 보테가베네타코리아, 르크루제코리아, 한국닛산, 고세코리아, FRL코리아, 불가리코리아, 몽클레르신세계, 베르사체코리아, 자라리테일코리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리바이스트라우스코리아, 아디다스코리아, 스타벅스커피코리아 등.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감사보고서 또는 사업보고서를 공시하고 있는 국내 외국계 기업 명단 일부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홈페이지 첫 화면

대부분의 이들 기업들은 1년간의 사업실적 보고를 5월이면 마치는데, 이때 ‘외국계기업들, 쥐꼬리 기부금…배당금은 본사로 퍼날라’라고 하면서 국부 유출에 앞장서는 외국계 기업의 민낯이라는 기사가 쏟아지곤 한다. 민낯을 볼 수 있는 회계과목으로 기부금, 배당금과 함께 본사로 송금하는 로열티 지급액과 각종 지급 수수료 등이 주로 언급된다.

국내 외국계 회사들은 대한민국 땅에 발을 딛고, 대한민국 국민을 고객으로 물건을 팔았으니 기부도 하고, 본사 배당금 일부를 투자에도 쓰라는 질책을 들을 만하다. 국내 언론이 이런 항목들을 살펴 충고할 것은 충고하고 칭찬할 부분이 있으면 칭찬하는 것은 당연하다.

2016년도 외국계 대기업 배당성향 및 기부금 비중 표[CEO스코어데일리]

하지만 달을 가리키는데 손가락만 보는 경우가 있다. 달만 보는 것도 문제이지만 손가락만 보는 것은 더 큰 문제다. 함께 봐야 한다. 기부금, 배당금도 중요하지만, 이들 기업이 세금은 잘 내고 있는지, 세금 적게 내려고 비용을 과다계상하거나 각종 공제항목을 무리하게 끼워 넣지는 않았는지를 함께 봐야 한다.

고용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매출은 성장함에도 불구하고 상시로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외국계 기업이, 기부금 엄청 많이 냈다고 해서 좋게 볼 수 있을까? 또한 현재 몸 담고 있는 국내 직원들의 처우가 어떤지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위 기업들 중 세 곳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봤다. A사 재무제표 퇴직급여충당부채금액은 45억원(2016년)에서 39억(2017년)으로 1년 새 6억원 감소했다. 한경닷컴 경제용어사전에 따르면 퇴직급여충당금은 사업연도 종료일 현재 전 임직원이 일시에 퇴직할 경우 지급하여야 할 퇴직금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설정해야 하기 때문에 임직원 전체 고용변화 상황을 알 수 있다. 

통계청이 작년에 발표한 임금근로자 월평균 소득 329만원(2015년 기준)과 평균 근속연수 5.7년(2016년 기준)을 갖고 계산해보면 1년 동안 30여명의 근로자가 A사를 떠났음을 알 수 있다. 이는 개략적인 수치이며, A사 임직원의 평균 연봉과 근속연수를 알아야 정확히 산출할 수 있지만, 종업원이 상당히 감소했음은 분명하다. A사는 복리후생비 항목을 따로 설정하지 않아 평소 직원들의 복리 수준을 살펴볼 수는 없었다.

B사의 퇴직급여는 56억원(2015년) → 42억원(2016년) → 8억원(2017년)으로 변했다. 2015~2016년 2년 동안 급격한 인력 구조조정이 있었던 것으로 생각된다. 작년 퇴직급여가 예년에 비해 급감한 것으로 보아 더 이상의 구조조정은 하고 않고 있다는 점을 예상할 수 있다. 이 회사는 복리후생비로 인력이 급격히 줄어든 2016년에 85억원 지출했는데, 고용이 어느 정도 안정이 된 2017년에는 74억원을 사용해 2016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지금 직원들의 복리 수준을 어떤지는 몰라도 최소한 복리후생이 갑자기 나빠지지는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어느 외국계 기업의 2017년도 손익계산서. 어디에도 급여, 퇴직급여, 복리후생비 등의 항목이 없다. 이해관계자들을 무시하는, 깜깜이 실적 보고서의 전형적인 사례다.

C사는 재무제표를 보고자 하는 이해관계자들을 아예 무시하고 있다. 이 회사의 감사보고서에는 퇴직급여, 급여, 퇴직급여충당부채, 복리후생비 등 어느 항목 하나 존재하지 않는다. 대충 뭉뚱그려 판매비, 관리비 등으로 눙쳐서 알 수 없게 숨겨 놨다. 2015년 매출 1500억원에 법인세 14억원 냈고, 작년에는 1411억원에 고작 10억원 세금 낸 것 밖에는 알 수 없었다.

또 다른 부류의 국내 외국계 기업들을 보자. 샤넬코리아, 루이비통코리아, 프라다코리아, 구찌그룹코리아, 에르메스코리아,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코리아, 애플코리아, 페이스북코리아, 나이키코리아, 코카콜라 등. 이들은 실적이나 사업현황을 공개할 의무가 없는 유한회사들이다.

A사, B사, 그리고 C사는 그나마 매출이나 지급한 세금이 얼마인지 알 수 있었으나, 유한회사들 내역은 그야말로 깜깜 그 자체다. 국내 법인에 문의를 해도 의무가 아니니 밝힐 필요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공개하는 회사는 ‘쥐꼬리 기부금이네’, ‘국부 유출이네’라며 비난을 받고 있는데, 정작 모든 것을 숨기고 있는 회사는 ‘공개하지 않아 유감’이라는 평만 들을 뿐이다.

지난 4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금융위원회가 외부감사 대상의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여, 앞으로는 외국계 기업들도 법인 형태에 상관 없이 실적을 공개해야 한다. 2020년부터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부감사법)’ 개정안에 따라 샤넬코리아 같은 외국계 유한회사도 의무적으로 감사보고서를 공개하도록 한 것이다. 회계 감독의 사각지대를 없애 국내 기업이든 외국기업이든 국내에서 활동하는 모든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높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전자의 2017년도 사업보고서 중 '임원 및 직원 등에 관한 사항' 일부 내용.
직원수, 정규직 여부, 근속연수, 연간 급여 등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반쪽짜리 개정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국내 기업들이 감사보고서를 낼 때 포함하는 내용에 ‘임원 및 직원 등에 관한 사항’이 있다. 이를 통해 임직원 보수 현황, 고용 상황, 정규직 및 비정규직 현황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앞서 일부 외국계 기업의 감사보고서를 살펴봤지만 고용현황, 인력 구조조정 등을 추론만 할 뿐 정확하게 파악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의무적으로 기재할 필요가 없기에 그렇다. 개정안 실행에는 앞으로 2년여가 남아 있다. 임직원 현황을 자세히 공개할 수 있도록 조치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국세청에 세금을 잘 내는지도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각종 세금공제 항목들과 함께 본사 지급 수수료 및 로열티 지급액 등을 보다 자세히 공개하게 하여 세금을 일부러 적게 내려고 비용을 필요 이상으로 과다계상하는 지도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절세 방법이 비록 합법적일지라도 외국계 기업의 소비자인 우리는 그네들이 어떻게 절세했는지 알 권리가 있다.


글쓴이 민강인, 공대를 졸업하고 20여 년간 금융업과 소매업에 종사했다. 최근 대학원에 진학해 '전략커뮤니케이션'을 공부 중이다. 요즘에는 사주명리학에 심취하며 ‘케렌시아(피난처)’와 '사회 소통 전문가'를 동시에 꿈꾸고 있다. strongman.min@gmail.com

* 본 칼럼의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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