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파라치' '식파라치' '선파라치' …전문 신고꾼에게 표창장을 주자
'카파라치' '식파라치' '선파라치' …전문 신고꾼에게 표창장을 주자
'투명 사회로 가는 하나의 과정' 더 활성화해야 [민강인의 케렌시아]
  • 승인 2018.06.04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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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일명 '란파라치'에 관해 보도한 KBS.
2016년 '김영란법' 시행을 앞두고 일명 '란파라치'에 관해 보도한 KBS.

‘파라치’. ‘대중문화사전’(김기란 저, 현실문화연구)을 살펴 보면 ‘다른 사람의 불법 행위를 제보하여 포상금을 타내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이탈리아어 ‘파파라치(paparazzi)’에서 파생한 단어다. 우리말 표현으로는 ‘몰래 제보꾼’이라고 할 수 있다’라고 정의돼 있다. 

교통 법규 위반을 신고하는 사람은 ‘카파라치’, 유통기한을 넘긴 음식물 등을 고발하면 ‘식파라치’, 불법 선거 운동 장면을 신고하면 ‘선(選)파라치’, 불법 조업을 신고하면 ‘배파라치’라고 한다. 이밖에 위조 상품에는 ‘짝파라치’, 탈세는 ‘세(稅)파라치’, 유사 휘발유는 ‘유파라치’, 불법 사채업자에는 ‘사(私)파라치’, 불법 도박장에는 ‘도(賭)파라치’가 눈을 부릅뜨고 있다.

2017년 12월 ‘개파라치·식파라치·표파라치…남의 범법 기다리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보도된 적이 있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약 520명이 물품이나 음식을 받았다가 과태료를 물었는데, 이들을 신고한 13명이 받은 포상금이 1억2천만원에 달했다. 1인당 1천만원 정도 포상금을 챙긴 셈이다.

파파라치 제도는 사회의 모든 부조리에 경찰력이 미치지 못하는 현실에서 현장에서 바로 범법행위를 잡을 수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그러나 간혹 포상금에 눈이 멀어 당사자에게 잘못을 뒤집어 씌우거나 교묘히 유도하는 방법으로 합의금이나 포상금을 타내려는 사기꾼을 양성한다는 부정적인 측면 또한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덧붙여 파파라치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을 잠재적 범법자로 치부해 감시하는 것은 사회적 불신을 확산시킬 수 있는 점도 우려스럽다.

하지만 당연한 한 가지를 생각해보자. 교통 법규를 지켜야하는 것은 상식이자 의무다. 유통기한 넘긴 음식 팔면 큰일 나고, 유사 휘발유 주유는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천만한 행위다. 파파라치 걱정하지 말고 그냥 법규를 잘 지키면 된다. 이를 악용하는 신고꾼은 전혀 다른 별개의 문제이다. 식칼을 음식 만드는 데에 쓰면 아무 문제 없으나 사람을 해할 때 사용하면 문제가 되듯, 전혀 다른 차원으로 접근해야 하는 사안이다. 제도 악용을 원래의 본질적인 부분과 엮어서는 안된다. 

최근 관련 보도들을 보면 위법이나 범법 현장을 제보하는 사람들이 무슨 사기꾼처럼 비쳐지고 있어 안타깝다. 아파트 분양권 불법 전매를 신고해 포상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최근 서울시에 따르면 1년간 단 1명이 무려 60건을 신고해 현재까지 총 9450만원의 포상금을 받았다고 한다. 이 신고자는 2015년부터 1141건을 신고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이번 포상금은 해당 신고들을 순차적으로 포상금 가부 여부를 가리는 도중에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앞으로 더 많은 신고 포상금을 받을 수도 있다. 

이 상황을 어느 언론사가 ‘전문신고꾼 양산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기사를 보도했다. 익명 처리가 되었지만 기사의 특정 신고인이 마치 무슨 잘못을 한 것처럼 비춰질 수 있는 점이 걱정된다. 물론 기사는 제도의 헛점과 향후 개선을 요구하는 내용을 주로 이야기했지만, 범법을 신고해 받은 보상이 규모와 횟수로 재단되는 것은 온당치 않다. 단 1명이 1천건이 아니라 1만건을 신고해도 상관 없으며, 1억원이 아니라 10억원을 타가더라도 문제시 삼을 필요가 없다. 정부나 서울시는 앞장 서서 부지런히 신고한 이 사람에게 표창장을 줘야 한다.

불법을 신고함에 있어 어떻게 포상금의 규모로 평가할 수 있나? 법 위반 여부를 따지지 않고 마구잡이로 신고해 선의의 피해자들이 양산되면 그때 신고인을 법과 제도에 따라 처벌하면 될 일이다. 전문신고꾼에게 뭐라 할 것이 아니라 선의의 피해가 생기면 이를 보완할 방법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파파라치 연관 부처들은, 포상금 상한제 도입을 고려할 것이 아니라 우선 어떻게 하면 전문신고인을 활성화해 불법과 범법을 이 땅에서 사라지게 할지를 고민할 일이다.

약 1억원의 보상금을 탄, 아파트 분양권 불법 전매 신고인과 같은 사람들이 아파트 분양현장에서 전국적으로 수 십명이 돌아다닌다고 생각해보자. 업자들은 감히 불법 전매할 염두를 내지 못할 것이다. ‘꾼’이라고 여길 일이 아니다. 투명 사회로 가는 하나의 과정으로 생각해야 한다.

글쓴이 민강인, 공대를 졸업하고 20여 년간 금융업과 소매업에 종사했다. 최근 대학원에 진학해 '전략커뮤니케이션'을 공부 중이다. 요즘에는 사주명리학에 심취하며 ‘케렌시아(피난처)’와 '사회 소통 전문가'를 동시에 꿈꾸고 있다. strongman.min@gmail.com

* 본 칼럼의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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