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병아리 부화시켜 닭볶음탕으로'…시작부터 위태 '식량일기'호
[기자수첩]'병아리 부화시켜 닭볶음탕으로'…시작부터 위태 '식량일기'호
  • 승인 2018.05.25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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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제공
tvN 새 예능 '식량일기' 출연진. CJ E&M 제공


tvN이 새 예능 '식량일기'를 선보인다. 식탁에 오르는 음식을 직접 재배하며 먹거리의 소중함을 되새기자는 게 프로그램의 취지다. 하지만 일부 시청자들은 프로그램의 방향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직접 기른 농작물은 물론이고, 닭 등의 동물도 길러 식재료로 사용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에 제작진은 "최대한 균형을 잡고 프로그램을 이끌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식량일기' 제작진은 25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CJ E&M 미디어센터에서 '식량일기 닭볶음탕 편'(이하 '식량일기') 제작발표회를 열고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연출을 맡은 이근찬 PD와 정상원 PD를 비롯해 출연진인 서장훈, 보아, 이수근, 박성광, 태용, 유아, 닉 등이 함께했다.
  
이 프로그램은 7명의 연예인이 농촌에서 직접 농사를 지으며 먹거리를 만드는 과정을 담는다. 이번 편에서 이들은 닭볶음탕 한 그릇을 만들기 위해 직접 땅을 일구고 당근, 감자 등의 채소를 수확하며 음식을 만들어볼 예정이다. 여기에 주요 재료인 '닭'도 직접 부화 시켜 기른다.
 
제작진은 "닭볶음탕을 첫 번째 메뉴로 선정한 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이 워낙 닭을 좋아하고 많이 먹는다"며 "쉽게 접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이 닭이 어디서부터 어떻게 오는지를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예고편에는 출연진들이 직접 달걀을 사와 부화기에 넣고 병아리를 부화시키는 과정이 담겼다. 이 과정을 지켜보는 출연진은 부화 과정에서 "달걀에서 핏줄이 보인다. 신기하다"며 한 생명의 탄생에 경외감을 드러냈다. 이 뿐 아니다. 예고편 말미에는 병아리 부화가 임박해 달걀 껍질이 갈라지는 모습이 크게 담겼다. 세상에 첫 걸음을 내딛는 한 생명의 경이로운 모습을 조명하는 듯하다.
   
하지만 이 병아리는 추후 '닭볶음탕'의 재료가 될 예정이다. 제작진은 "우리가 평소에 먹는 음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르는 것인가 하는 물음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라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결국, 달걀을 병아리로 부화시켜 정성을 다해 닭으로 기르는 것도 한 생명을 대하는 일이 아닌 '식재료를 생산하는 것'일 뿐이다.
  
시청자들은 '동물 윤리'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닭볶음탕 편'은 '식량일기'의 단편일 뿐이라는 입장이다. "추후 프로그램을 계속 좋은 방향으로 이어가고 싶다"는 제작진의 말에 비춰볼 때 다른 동물도 '소중히 길러' 음식으로 '탈바꿈 시키는' 과정이 담길 수 있다. 제육볶음 편을 다룬다면 그 대상이 돼지가 될 수 있고, 불고기가 주제라면 송아지를 열심히 길러낼 수 있다.
  
제작진은 이러한 비판에 대해 "현재 고민하고 있는 사항"이라고 밝혔다. 최초 기획 단계에선 고려하지 못했지만, 촬영을 진행하고 시청자의 의견을 본 뒤 동물의 윤리적인 부분을 생각하게 됐다는 입장이다. "저희도 많이 배우고 있다"며 근본적인 해결책은 내놓지 않았다. 
    
또 다른 예능 프로그램들을 적절히 섞어놓은 것 같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크게는 타 방송사 프로그램인 '인간의 조건-도시농부'와 자사 인기 예능인 '삼시세끼'가 꼽힌다. 연예인들이 농작물을 기르는 것과 농촌 생활을 한다는 점이 그렇다. 제작진은 '체험'이 아닌 '실제 상황'이고,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이 아닌 '음식의 재료를 만드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예인들이 직접 농촌에 가 농작물을 기르고 가축을 키운다고 해서 '진짜 농부'가 되는 건 아니다. 이 또한 프로그램을 위한 '체험'일 뿐이다. 또한 농촌의 일반 가정에는 노래방 기계가 있지도, 저녁에 일종의 이벤트성 파티를 열지 않는다. '삼시세끼'와 비교해도 그렇다. '삼시세끼'에서 출연진은 음식에 필요한 물고기를 직접 잡아와 생선구이를 하고, 텃밭에 직접 기른 무우를 뽑아 요리를 한다. '식량일기'가 '삼시세끼'와도 크게 다르지 않은 이유다.

프로그램의 의도는 나쁘지 않다. 식량을 생산하는 농부의 땀과 노력을 함께 생각해보자는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넓게 보면 익숙한 것들에 대한 고마움을 되새기자는 근본적인 장점도 있다. 다만 콘셉트와 기획의도가 좀 더 명확해야 한다. 
   
제작진이 "현재 하고 있다"는 고민은 기획 단계에서 필요한 것이다. 충분한 논의를 거친 후 출발점에 선 프로그램들도 방송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문제를 겪는다. 방송은 일단 해보고 결정하는 시험대가 아니다. 

송혜원 기자  songsong@bs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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