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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사냥 가해자' 안 되려면 … 뉴스, 끝까지 들어봐야
'마녀사냥 가해자' 안 되려면 … 뉴스, 끝까지 들어봐야
엎치락 뒤치락 하는 요즘 뉴스에 일희일비 마시길 [민강인의 케렌시아]
  • 승인 2018.05.23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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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가게 셔터문에 붙어 있는 폐업 안내 [연합뉴스 일러스트]

2012년 채선당 사건은 유명하다. 손님이었던 한 임신부가 자신의 배를 종업원이 걷어찼다는 주장으로 시작돼 결국 해당 식당의 폐업으로 종결됐다. 얼마 후 임신부가 홧김에 글을 올린 것으로 밝혀져 해당 식당은 마녀사냥의 희생양이 되어 버렸다. 

같은 해 ‘국물녀 사건’. 아이에게 뜨거운 국을 쏟아 화상을 입힌 가해 여성이 아무런 사과도 없이 사라졌다는 내용의 글이 일파만파 퍼졌고, 결국 경찰 조사가 시작되었다. 그러나 알고 보니 그 아이가 가해자로 지목된 여성에게 일방적으로 부딪친 사건으로 여성만 억울하게 화상 테러범으로 몰렸다.

지난해 버스기사를 마녀사냥으로 몰고 간 최초의 게시 글
[서울시버스운송조합 홈페이지 캡처]

지난 해 9월 버스의 한 승객이 운전기사의 못마땅한 처사에 관해 버스운송사업조합 홈페이지에 올린 글이 마녀사냥의 빌미가 된 적이 있었다. 어떤 아이가 내렸는데 미처 따라 내리지 못한 아이 엄마가 기사에게 정차를 요구했지만 기사가 요청을 무시하고 다음 정거장까지 운전했다는 비난이었다. 결과적으로 버스기사는 아무런 잘못이 없었고, 글을 최초 게시한 네티즌은 결국 사과했다. 전형적인 SNS 마녀사냥이었다. 버스기사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자살까지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최근 마녀사냥 일원이 될 뻔한 일이 있었다. 지난 18일 오전에 ‘초등생 고속도 휴게소 방치 혐의 교사 벌금 800만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본 순간 화가 치밀었다. ‘어떤 선생이기에 이런 돼먹지 못한 행동을 하는가’라며 혀를 찼다. 기사 내용도 예상한 그대로였다. 복통으로 힘든 아이를 부모가 온다고 하기에 휴게소에 그냥 내려놓고 간 사건이었다. 이때는 학부모 편이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서너 시간이 지난 오후에 ‘체험학습 인솔 교사 벌금 800만원?…네티즌 “교사가 너무 억울”’이라는 보도가 쏟아졌다. 첫 기사가 담지 못한 정황이 속속 들어 나고 있었다. 학생이 체험학습을 떠나기 전 장염이 있었고, 휴게소 커피숍 직원에게 아이를 부탁했으며, 부모가 한사코 휴게소로 데려 가겠다고 한 사실 등이 알려졌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해당 교사가 앞으로 10년간 어떤 교육기관에도 취업할 수 없는 형벌을 받은 것은 너무 억울하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교사 편이 되었다.

그런데 또 반전이 일어났다. 불과 한 시간 후에 아이 홀로 남겨진 채 체험학습을 떠난 버스에는 해당 교사 외 보조교사가 한 명 있었다는 기사가 보도되었다. ‘아니, 보조교사가 있었으면 당연히 그 교사에게 휴게소에서 아이를 돌보라고 해야 했던 것 아닌가’라며 바로 부모 편이 되었다.

그런데 또 반전이 일어났다. 교원단체에서 발표한 성명이 이 날 저녁 보도되었다. 그 교사의 돌발상황 대처가 일부 최선이 아니었더라도 교직을 떠나야 할 정도의 잘못이었는지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 요지였다. ‘그렇지. 뺨 때린 일을 살인죄로 다스릴 순 없지. 형벌이 너무 과한 것 같네’라는 생각에 바로 교사 편이 되었다.

그런데 또 반전이 일어났다. 21일 오후 법원 판결문을 분석한 기사가 보도되었다. 판결문 어디에도 커피숍 직원에게 아이를 맡겼다는 내용은 없었다. 교사가 학생을 아무런 조치 없이 그대로 버스에 내리게 했다는 것이다. 또한 하차를 망설이는 학생에게 ‘(버스에서) 내릴 거야, 말 거야, 다른 아이들이 너 때문에 피해를 보잖아’라는 말로 강요했음을 지적했다. ‘아니 그럼, 커피숍 직원 얘기는 거짓이었나. 그리고 저런 식으로 학생에게 말하다니. 그냥 너 혼자 내리라는 명령이잖아’라며 바로 부모 편이 되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나흘 동안 마음이 이렇게 갈팡질팡한 경우는 없었던 듯하다. 귀 얇은 탓을 자책하지만, ‘끝까지 들어 봐야’ 진실이든 뭐든 알 수 있음을 다시금 느꼈다. 

한국시각으로 24일 새벽 1시경 한미정상회담이 열렸다. 최근 급작스러운 북한의 태도 변화와 다음 달에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논의하며, 회담 성공을 위해 다양한 실행방안과 의견을 교환했을 것이다. 회담 후 미래 상황 예측에 대해 긍정에서부터 부정까지 전문가들의 수많은 해석이 쏟아지고 있다. 일상사 이슈에도 귀가 이리 흔들리는데, 대한민국, 북한 그리고 미국 수장의 말은 끝까지 들어 보자. 최소한 6월 12일까지는. 


글쓴이 민강인, 공대를 졸업하고 20여 년간 금융업과 소매업에 종사했다. 최근 대학원에 진학해 '전략커뮤니케이션'을 공부 중이다. 요즘에는 사주명리학에 심취하며 ‘케렌시아(피난처)’와 '사회 소통 전문가'를 동시에 꿈꾸고 있다. strongman.min@gmail.com

* 본 칼럼의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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