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이 타이밍에 택배가…?" 日 주부들의 명화 감상법 화제
"이런, 이 타이밍에 택배가…?" 日 주부들의 명화 감상법 화제
"레고 밟았다!" “우리집 남편 촌스러워…" 해시태그를 통해 확산 중 [이태문의 도쿄통신]
  • 승인 2018.05.14 1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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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트위터를 중심으로 일본 주부들의 명화 감상법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매일 반복되는 집안일의 피로 속에서 한 폭의 그림은 오아시스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이는데, 요즘 일본 주부들의 명화 감상법은 색다르다.

명화를 그린 유명 화가의 일생이나 그림에 얽힌 뒷이야기로 잠시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라 명화에 자신들의 일상을 덧씌우는 솔솔한 재미로 그림을 즐기는 것이다. 트위터에서 해시태그 '#명화로 배우는 주부업(名画で学ぶ主婦業)'을 검색해 보면 미술사에서 거론되는 수백 장의 명화들이 나오는데, 그 내용은 바로 2018년 현재를 살아가는 일본 주부들의 현실이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

“이런 이 타이밍에 택배가…?” “아빠한테 전화? 엄마 외출했다고 말해 줘”

가령,  프랑스 화가 폴 샤바스(Paul Chabas, 1869-1937)이 1912년에 그린 대표작 ‘9월 아침(September Morn)’에는 “이런 이 타이밍에 택배가…?” “아빠한테 전화? 엄마 외출했다고 말해 줘” 등의 상황 설명이 붙은 채 공유와 입소문을 통해 확산되며 신선한 웃음을 유발하고 있다.

“레고 밟았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의 ‘우는 여인(Weepig Woman)’에는 “레고 밟았다!”라는 설명이 붙어 아무 생각없이 레고 조각들을 밟아 밀려오는 엄청난 아픔 때문에 심하게 일그러진 얼굴이 떠오른다.

"결국 저녁 거리를 생각하는 사람” “우리집 남편 촌스러워…"

에드가 드가(Edgar Degas, 1834-1917)의 ‘압생트 한 잔’을 설명과 함께 들여다 보면 마음 한 구석이 짠해지는 느낌이다. “갑자기 1시간이 생겨 일단 카페에 왔지만 별다르게 하는 것 없이 결국 저녁 거리를 생각하는 사람” “우리집 남편 촌스러워… 사랑이 식었을 때 보이는 현실” 등 지금 주부들의 생얼이 보이는 듯하다.

“다들 사용하고 난 뒤 조금 남은 목욕탕 물에 온몸을 담그고 몸을 덥히기로"

존 에버렛 밀레이(John Everett Millais, 1829-1896)의 ‘오필리아(Ophelia)’에는 “다들 사용하고 난 뒤 조금 남은 목욕탕 물에 온몸을 담그고 몸을 덥히기로 결의”라는 설명을 읽으면서 비장함까지 느껴져 눈시울이 붉어진다. 

“어떡하면 이런 식으로 우산이 망가지니?” “부인 죄송해요! 너무 마시지 말라고 말했는데도…”

그렇다고 해시태그가 붙어 있는 모든 포스팅이 슬프고 어두운 현실만을 빗대어 표현한 것은 아니다. 장 바티스트 시메옹 샤르댕((Jean-Baptiste-Siméon Chardin, 1699-1779)의 ‘여자 가정교사(The Governess)’에는 “어떡하면 이런 식으로 우산이 망가지니?”라고,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1573-1610)의 ‘매장’에는 “부인 죄송해요! 너무 마시지 말라고 말했는데도…”라는 설명이 달려 있다.

이런 식으로 일본 주부들이 유명 그림과 함께 자신이 처한 현실을 우회적으로 빗댄 설명들이 큰 공감을 얻고 또 다른 그림과 색다른 해석이 덧붙여진 해시태그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비단 일본 주부들만의 상황은 아닐지 싶다. 참고로 일본 후생노동성이 집계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당시 맞벌이 세대는 1077만 세대, 남편이 일하고 부인은 직업이 없는 전업주부 세대는 720만 세대였다. 약 40년 전인 1980년의 맞벌이 세대는 614만 세대에 전업주부 세대는 1114만 세대였는데, 1990년대에 들어서 함께 일하는 부부가 크게 늘어나 맞벌이 세대가 전업주부 세대를 앞지르기 시작했다.
 
전업 주부든 맞벌이 주부든 시간을 쪼개 집안일을 해야 하고, 늘 가족의 건강과 행복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에서 '#명화로 배우는 주부업'처럼 잠시나마 자신이 처한 현실을 재치있고 유머 넘치게 하소연하면서 주부라는 시선에서 새롭게 그림을 해석하는 재미도 크다는 점에서 앞으로 해시태그는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글 사진 = 이태문 시인, 한류 칼럼니스트 gounsege@gmail.com 

* 본 칼럼의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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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5-16 14:14:10
레고를 밟았다는게 완성 단계에 다다른 레고를 밟아서 산산히 부셔져버렸다는 얘기가 아니라

레고를 맨발로 밟게 되면 엄청난 고통이 따라오고 그 고통을 표현한것같이 얼굴이 일그러진것

을 말하는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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