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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생이었다, 조용필과 동시대에 살아서' 악천후도 압도한 공연 열기
'좋은 생이었다, 조용필과 동시대에 살아서' 악천후도 압도한 공연 열기
  • 승인 2018.05.13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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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왕, 전설이라는 타이틀보다 더 자랑스러운 오빠라는 이름. 변함없는 오빠로 있어 줘서 고마워요. 땡큐! 조용필'
'비처럼 젖어들었습니다. 햇살처럼 스며들었습니다. 내 삶에 깃든 당신의 음악으로 50년이 행복했습니다'
- 5월 12일 조용필 데뷔 50주년 전국투어 서울 공연 객석 플래카드 중

초유의 우중 취재였다. 일찌감치 비 예보가 있었고 '예정대로 공연은 개최된다'는 공지도 있었지만, 이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 같이 비가 내린 야외(이면서도 실내와 유사한 좌석 배치) 공연은 흔치 않다. 국내 록페스티벌의 효시였으나 엄청난 폭우로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저주받은' 전설의 공연 '트라이포트 록페스티벌'(1999년)도 있었지만, 이는 별도의 좌석이 마련되지 않은 페스티벌이었고 언제든 자유 이동, 관람의 취사선택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물론, 12일 오후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조용필 50주년 콘서트 땡스 투 유(Thanks to You)' 역시 언제든 이동이 가능한 야외공연이긴 했다. 그러나, 고정좌석이 있는 스탠드석은 물론, 그라운드석(잔디석)도 마치 실내 공연장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 한 번 자리를 잡고 앉으면 (언제든 이동은 가능하되) 처음부터 끝까지 관람모드로 있어야만 할 것 같은 좌석배치였다. 

이미 빗물이 흥건한 좌석에는 예고된 대로 우비와 생수 한 병이 놓여있었다. 노트북이나 수첩은 커녕 핸드폰 문자 메모도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취재는 눈으로만 하고 공연을 즐기라는 계시인가 보다'하고 우중 관람을 만끽하기로 했다. '폭우'까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빗줄기가 가는 것도 아니고, 얇은 솜이 누벼진 '쫄딱 젖어도 좋은' 헌 외투(실제로 그날 이후 재활용함으로 직행)를 입지 않았으면 영락없이 오돌오돌 떨 상황이었다. 

공연 시작 예정 시각인 오후 7시 30분이 조금 지나 KBS-2TV '불후의 명곡-조용필 특집' 3회 우승을 차지한 아이돌그룹 '세븐틴'의 영상이 잠깐 나오고 이들이 무대에 등장했다. '위대한 선배' 조용필의 역사적인 50주년 콘서트의 포문을 여는 오프닝무대의 주인공이었다. '부담 되지만 '불명' 출연하길 잘했어' 하는 세븐틴 멤버들과 스태프들의 멘트가 들리는 듯했다. 각이 딱딱 맞는 남다른 칼군무와 시원시원한 라이브 실력까지 갖춘 '아이돌그룹의 모범사례' 세븐틴은 최근 히트곡 '박수'와 함께 센스 있는 편곡이 돋보이는 '단발머리' 무대로 관객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잠시의 준비시간을 거쳐 드디어 나왔다. '용필 오빠'와 위대한 탄생. 3면에 걸쳐 시원하게 펼쳐지는 영상, 변화무쌍한 조명-폭죽 등의 화려한 효과, 무엇보다 멤버 한 명 한 명 모두 엄청난 플레이어인 '위대한 탄생'의 연주 그리고 '용필 오빠'의 압도적 카리스마까지, 시작부터 벅찼다. 첫곡은 엔딩, 앙코르곡으로 각광받았던 '여행을 떠나요' 그리고 '못찾겠다 꾀꼬리'였다. 

"(객석을 둘러보며)감격스럽습니다. 항상 저는 여러분들 앞에 있어야 좋은 것 같아요. 무대에 나오면 긴장한다는데 전 안 그래요. 너무 편해요. 평생 딴따라인 것 같습니다"

조용필도 '가사가 정말 좋은 곡'이라고 표현한 '바람의 노래'가 이어졌다. 조용필의 수많은 앨범 중에서도 특히 많은 사람들이 유독 좋아하고 '명반'으로 꼽는 7집 수록곡 '그대여' '어제 오늘 그리고' 그리고 '자존심'이 후끈 분위기를 달궜다.

조용필 공연이 재미 없을래야 없을 수가 없는 건 기본적으로 그의 수많은 히트곡들에 기인한다. '히트곡이 너무 많아 다 하려면 3일을 해야'한다고 농담처럼 한 그의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실제로 3일 내내 다 다른 곡으로 세트리스트를 짜도 못들어서 아쉬운 히트곡(그냥 수록곡이 아니다)이 존재할 만한 그다. 

그리고 '창밖의 여자'. 조용필에게도 '정말 잊을 수 없고 의미있는' 이 곡은 '떼창'의 분위기를 일순 '숨죽이는 관람모드'로 바꿔놓는 '태세전환'을 이뤄냈다. 이 '숨죽이며 몰입하는 관람모드'는 '한오백년' '간양록'까지 이어졌다. 모든 곡이 다 의미있겠지만 특히 더욱 그러할 '돌아와요 부산항에'는 어쿠스틱 기타 버전으로 들을 수 있어 색달랐다.

이제 무대가 관객석 깊숙히 전진하는 '무빙스테이지'와 함께 신나는 무대가 계속됐다. 조용필의 음악적 출발이 록이며, 그가 기타리스트, 록커 출신임을 새삼 일깨워주는 '미지의 세계', '바운스'와 함께 젊은 팬들에게 강력하게 어필한 '헬로', '기도하는~ 꺅~'의 신화가 여전히 이어지는 '비련', '고추잠자리'와 '단발머리'까지. 

대단한 팬이 아니더라도, 그저 '라이트한 팬'마저도 '정말 모르는 노래 1도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할 대단히 희귀한 뮤지션, 조용필. 공연은 서서히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양인자-김희갑 콤비의 내공이 응축된 최고의 명곡 '킬리만자로의 표범', 세월의 간극에도 불구하고 듣는 이들을 흥겹게 하는 '장미꽃 불을 켜요'와 '나는 너 좋아', 깊은 여운을 주는 '모나리자'와 '슬픈 베아트리체'로 본 공연은 '일단' 막을 내렸다. 

이전 공연에서 '앙코르가 1시간'일 정도로 후반부 열기가 더 뜨거워지는 조용필의 공연, 이날도 두 차례의 앙코르 무대를 통해 '꿈'과 '친구여', 가장 최근 히트곡인 '바운스'를 끝으로 '조용필 50주년 전국투어' 서울 공연은 마무리됐다. 

"그동안 주욱 날씨 좋았는데... 어제도 맑고 내일도 좋다는데 하필 오늘. 비, 지겹습니다." 그의 말처럼 비는 공연 내내 그치지 않고 한결 같은 굵기로 내렸다. 공연 열기에 비가 온다는 사실 자체를 잠시 잊기도 했지만 공연 관람이 결코 쉽지 않은 악천후임은 분명했다.

물론 '관객 한 사람도 자리를 뜨지않고'라는 표현은 과장일 수 있지만 정말 거의 모든 관객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 자리에서 한 마음으로 뜨겁게 즐긴 공연이었다. '가왕'의 클라스는 달랐다. 관객과의 소통도 남달랐다. 그리하여 다소 오글거릴 수 있는 이런 멘트도 조용필에게라면 설득이 됐다. '좋은 생이었다. 조용필과 동시대에 살아서, 그의 음악을 오롯이 즐길 수 있어서'.

사진=조용필 50주년 추진위원회

김윤미 기자 millim@bs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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