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마케팅은 권력의 척도?...어쨌든 이 분위기 쭉~ ‘가즈아!’
정상회담 마케팅은 권력의 척도?...어쨌든 이 분위기 쭉~ ‘가즈아!’
남한 곳곳에서 펼쳐지는 '김정은 마케팅'은 살아있는 권력 때문? [민강인의 케렌시아]
  • 승인 2018.05.10 11:0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초의 남북정상회담은 2000년 6월 13일부터 15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치뤄졌다. 고 김대중 대통령이 평양 순안공항에 도착한 순간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직접 영접을 나왔는데 아직도 두 정상이 악수한 장면을 잊을 수 없다.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손을 맞잡았다[연합뉴스]<br>
2000년 6월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이 손을 맞잡았다[연합뉴스]

최초라는 의미에 걸맞게 사회 곳곳에서는 ‘정상회담 마케팅’에 불이 붙었다. 일부 식당에서 실향민들에게 북한 냉면을 무료 제공했으며, 자동차를 무료로 점검해주는 카센터가 있기도 했다. 몇몇 한의원은 진료비를 받지 않았다. 특히 당시 테크노마트 한식당인 ‘금강산’에서는 정상회담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로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가면을 쓴 도우미들이 냉면을 가져다 주고 고객들과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테크노마트 한식당 '금강산'이 2000년 6월 정상회담 당시
두 정상 가면을 쓴 도우미들이 고객 시중을 들고 있다[동아일보]

백화점들도 발벗고 나섰다. LG백화점 구리점은 ‘남북 정상회담 기념 남북물산전’을 개최해 고객에게 지금은 갈 수 없는 ‘금강산 관광여행권’을 경품으로 제공했다. 현대백화점은 서울 4개 지점에서 ‘북한먹거리 초대전’을 열고 어랑만두 조랭이떡 평양식혜 등 10여종의 북한 전통음식을 판매하였다. 롯데백화점은 북한명작영화을 상영했고, 신세계백화점도 ‘북한상품 판매전’과 ‘북한 미술품 전시 판매전’을 검토했다. 


이때 다니던 회사 사보팀에서 정상회담 이슈를 활용한 사내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질문은 ‘이번 여름 휴가에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위원장 중 누구랑 같이 가고 싶은가?’였는데, 예상을 뒤엎고 과반수가 넘는 직원들이 김위원장을 선택했다. ‘세상이 바뀌겠구나’라는 순진한 생각을 했다.

2007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두 번째 남북 정상회담은 2007년 10월 2일부터 4일까지 1차와 똑같이 2박3일 동안 이뤄졌다. 고 노무현 대통령과 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만남이었는데 개인적으로 특별히 기억나는 장면은 없다. 아마 집권 말기여서 실효성 있는 남북정책이 나오기 힘든 상황이기도 했고, 차기 대통령으로 이명박이 우세했기에 지속적인 실행력을 담보할 수도 없는 환경이기에 그랬던 것 같다.

당시 사회 분위기는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온통 눈길이 쏠리고 있었다. 이렇다 보니 1차 때보다 정상회담 마케팅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순수한 상상이지만, 기업들이 차기 권력을 차지할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사람들의 눈치를 봤던 것 아닐까 싶다. 노대통령이 회담 당시 선물한 다기 제품이 행남자기로 알려져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는 정도의 소식만 들었던 것 같다. 1차와 비교해보면, 죽은 권력과 산 권력의 차이였다.

3차 남북정상회담이 지난 달 27일 판문점에서 열렸다. 느낀 감동이야 온 국민이 대동소이하지 않았을까. 정상회담 마케팅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4·27 남북정상회담에서 평양냉면이 이슈가 되면서 유통업계 냉면 매출이 급증했다. 편의점 GS25에서 남북정상회담 개최 당일을 포함해 사흘간(4월 27∼29일) '농심 둥지 물냉면'과 '둥지 비빔냉면' 매출은 일주일 전보다 145.1% 늘었다. GS수퍼마켓에서도 같은 기간 '동원 면발의 신 평양물냉면(850g)' 매출이 직전 주보다 157.1% 증가했다. 다른 면류 상품 매출은 전 주와 차이가 없었지만 유독 냉면류 매출만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한다.

네이버 검색창에 '리설주 패션'을 치면 나오는 유관한 연관 검색어들을 볼 수 있다
[네이버 검색 캡처]

'우래옥', '필동면옥', '을밀대', '을지면옥' 등 서울 유명 평양냉면집들이 문전성시를 이뤘다는 소식은 이제 뉴스도 아니다. SPC그룹이 정상회담 당일 고양 킨텍스 프레스센터에서 전 세계 취재진들에게 무료로 제공한 '라이언 미니설기'가 이목을 끄는가 하면 정상회담 만찬에 합류한 리설주 여사의 패션이 눈길을 사로잡아 포털사이트에 '리설주 패션' 연관 검색어로 '리설주 백', '리설주 구두', '리설주 스타일', '리설주 클러치백' 등이 만들어질 정도로 3차 정상회담의 인기와 관심은 가히 폭발적이다.

김정은 위원장의 말투를 패러디한 홈플러스 이벤트[홈플러스 홈페이지 캡처]

패러디도 뜨고 있다. 홈플러스는 김 위원장이 “대통령께서 편한 마음으로 평양냉면, 이 멀리서 온...멀다고 말하면 안 되겠구나”라고 한 농담 발언을 활용한 우유 이벤트를 선보였다. 유통기한이 짧은 우유 행사 페이지에 ‘유통기한 짧다고 하면 안 되갔구나’라고 패러디했다. 

서울 삼성역 근방 핸드폰 대리점에서 진행 중인 '김정은 마케팅'

며칠 전 삼성역 인근에서 점심 미팅 가는 도중 어느 핸드폰 대리점 창가에 붙은 그림과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 위원장으로 추정되는 그림 인물이 ‘노트8 폭탄 할인’ 문구 밑에 폭탄을 만지고 있는 모습이었다. ‘김정은 마케팅’인가 싶었다.

서두에 김대중 대통령보다는 김정일 위원장과 여름 휴가를 같이 가고 싶어 하는 직원들이 더 많았다고 했는데, 이 결과에 고무된 홍보부서가 설문결과를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연합뉴스에서 ‘남한 대통령보다 북한 김정일 위원장이 더 인기’라는 제목으로 첫 보도가 나왔는데 순간 내외부에서 난리가 났다. 정상회담을 축하할 수는 있을지라도 그때까지만 해도 북한이 남한보다 더 나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암묵적으로 금기시 되었다. 더군다나 대통령과 위원장 비교라니. 연합 기사 빼고 다른 미디어에 연락해서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하는 등 생난리 부르스를 쳤다.

요즘은 ‘정상회담 마케팅’도 활발하고, 비록 길거리를 가다 발견했지만 ‘김정은 마케팅’을 해도 거부감이 없다. 정상회담을 한 권력이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사회 자체가 질적으로 변모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런 분위기가 계속 되면 좋겠다. 


글쓴이 민강인, 공대를 졸업하고 20여 년간 금융업과 소매업에 종사했다. 최근 대학원에 진학해 '전략커뮤니케이션'을 공부 중이다. 요즘에는 사주명리학에 심취하며 ‘케렌시아(피난처)’와 '사회 소통 전문가'를 동시에 꿈꾸고 있다. strongman.min@gmail.com

* 본 칼럼의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명 비에스투데이(주)
  • 제호 비에스투데이
  •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24 한국프레스센터 14층
  • 대표전화 02-734-8131
  • 팩스 02-734-7646
  • 등록번호 서울 아 03833
  • 등록일 2015-07-21
  • 발행일 2015-08-31
  • 발행인 안병길
  • 편집인 이주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홍규
  • Copyright © 2018 BSTODAY - 비에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bstoday.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