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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민 조현아 욕하지 말자 … 오히려 그들이 고맙다
조현민 조현아 욕하지 말자 … 오히려 그들이 고맙다
'땅콩회항' '물컵갑질'이 일깨워 준 '밥상머리 교육'의 위대함 [민강인의 케렌시아]
  • 승인 2018.04.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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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 한 자리에서 함께 식사하는 모습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장면 캡처]
가족이 한 자리에서 함께 식사하는 모습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장면 캡처]

예전에 가끔 일찍 퇴근하면 가족과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함께 할 때가 있었는데 으레 "엄마가 밥 준비하면 빨리 와서 같이 먹어야지!"라고 TV 보면서 딴 짓하고 있는 아이들에게 호통을 치곤 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그냥 잔소리일 뿐이었을 것이다. 아무 때나 먹으면 되지, 굳이 그 시간에 TV 끄고 모여야 하는 이유를 몰랐을 것이다. 배가 고프니 아빠 말 듣는 척만 하지 않았을까 싶다. 
잔소리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반찬 골고루 먹어야 한다, 밥 한 톨이라도 흘리지 마라 농사 짓는 분들이 얼마나 고생했는데 하는, 씨알도 먹히지 않을 쉰 소리를 해대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턴가 애들이 듣지도 않을, 잔소리해서 점수 깎이는 것보다는 …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서로 스트레스 없는 것 같아 별 소리를 하지 않고 있었다. 실제로 편해졌다.

2012년 미국 하버드대 어느 연구팀은 3세 자녀를 둔 83개 가족을 대상으로 2년간 아이들의 언어습득 능력을 연구한 결과를 발표했다. 이 기간 아이들이 습득한 어휘는 평균 2000여 개 정도였는데, 독서를 통해 얻은 단어는 140여 개에 불과한 반면, 엄마 아빠와 식사하는 도중 배운 단어는 무려 1000개가 넘었다. '밥상머리 교육'의 힘이다. 

1914년 조지프 P. 케네디와 결혼한 로즈 여사
1914년 조지프 P. 케네디와 결혼한 로즈 여사

케네디가(家)의 밥상머리 교육은 유명하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어머니 로즈 여사는 아이들이 식사 시간을 어기면 밥을 주지 않았다. 약속과 시간의 소중함을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케네디 전 대통령의 연설 실력은 밥상머리에서 길려졌다. 식사할 때마다 신문 기사나 책에 대해 서로 토론하고 의견을 나눴는데, 식사시간이 무려 2시간이 넘었다. 

밥상머리 교육을 철저히 했던 조선시대 명재상 서애 류성룡의 초상화
밥상머리 교육을 철저히 했던 조선시대 명재상 서애 류성룡의 초상화

조선시대 대표 명문가이자 이순신 장군을 천거하여 나라를 구하는 데에 일조한 서애(西厓) 류성룡가의 핵심 교육법은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지금은 아재식 발언이라 폄하 받고 있을지 모르지만, 이 명문가 가르침의 하나인 '어른이 숟가락을 들기 전에 숟가락을 들어선 안 된다'는 지침은 아이들에게 먹고 싶은 음식을 앞에 두고 참을성과 절제력을 키우려는 목적이었다. 또한 어떤 일이 있더라도 밥을 먹을 때만큼은 모든 가족이 모여야 했다. 이는 타인에 대한 배려를 배우게 하기 위함이었다. 조선시대 대표적 인성교육은 바로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대한항공 일가의 갑질과 상식 이하의 행동에 국민 모두가 분노에 차있다. 조양호 회장의 차녀 조현민 전 전무가 외부 업체 회의 자리에서 물인지 매실음료인지 모르겠지만 액체가 담긴 물컵을 던진 것을 시작으로 최근에는 그녀의 모친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의 욕설과 갑질, 노예 논란으로 분노가 확산되는 모양새다. ‘그 어미에 그 딸’이라 하기도 하고 ‘콩 심는데 콩 나고 팥 심는데 팥 난다’는 속담도 회자되고 있다. 

옛날 조회장과 이이사장은 아마도 너무 바쁜 나머지 자식들과 식사할 자리가 그다지 없었을 듯하다. 만약 밥을 같이 먹었다면 아들과 딸 면전에서 악다구니나 욕을 하긴 어려웠을 것이고, 밥 그릇이나 물컵을 딸이나 아들 ‘눈탱이’에 집어 던지지는 않았을 테니. 즉, 조현아와 조현민 욕할 일이 아니다. 거의 모든 국민이 어렸을 때 받았던 밥상머리 교육을 그네들은 불행하게도(?) 받지 않았을 뿐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템에 등록된 대한항공 감사보고서의 임원 현황을 보면, 조현아 전 부사장은 1974년생이다. ‘땅콩 회항’이 일어난 2014년 당시 한국 나이로 41세였고, 조현민 전 전무는 1983년생이니 ‘물컵 갑질’의 원년인 올해 36세다. 그러나 두 자매는 ‘나잇값’을 못했다. 부모의 밥상머리 교육도 없었고, 나이 들면서 나잇값도 못했던 것이 요즘 같은 사단이 난 것이다.

이들에게 고맙다. 한 동안 멈췄던 밥상머리 교육을 다시 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 스스로 나이를 잘 먹고 있는지 셀프 점검하고 있다. 다시 한 번 고맙게 생각한다.

궁금한 점이 생겼다. 이명희 이사장은 그녀의 부모로부터 밥상머리 교육을 받았을까? 조현아의 남동생이자 조현민의 오빠인 조원태 대한항공 대표이사 사장은 2007년 70대 노인을 폭행한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었는데, 당시 나이가 32세였다. 이 나이면 나잇값해야 하는 나이인가 안 해도 되는 나이인가?

글쓴이 민강인, 공대를 졸업하고 20여 년간 금융업과 소매업에 종사했다. 최근 대학원에 진학해 '전략커뮤니케이션'을 공부 중이다. 요즘에는 사주명리학에 심취하며 ‘케렌시아(피난처)’와 '사회 소통 전문가'를 동시에 꿈꾸고 있다. strongman.min@gmail.com

* 본 칼럼의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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