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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서가 틀렸다...다산신도시 택배 논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져
순서가 틀렸다...다산신도시 택배 논란,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져
먼저 이익을 추구하면 반드시 욕을 먹을 것이다 先利而後義者辱[민강인의 케렌시아]
  • 승인 2018.04.20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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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한 아파트 단지가 택배 차량 지상 진입을 통제하여 배송 업체들이 아파트 정문 인근 도로에 택배를 쌓아 두고 있다[연합뉴스]
택배 차량 지상 진입을 통제해 아파트 인근 도로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택배들[연합뉴스]

유교 경전인 '대학'에 '사물에는 근본과 말단이 있고 일에는 처음과 끝이 있다(物有本末 事有終始). 어떤 것을 먼저 할지 뒤에 할지 안다면 진정 도에 가까울 것이다(知所先後則近道矣)'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에서 중심 단어는 본말(本末), 시종(始終), 그리고 선후(先後)이다. 모두 순서가 중요하다는 뜻이다. 순자는 '명분을 추구하고 이익을 뒤로 하면 영광을 얻을 것이고(先義而後利者榮), 먼저 이익을 추구하고 명분을 나중에 한다면 반드시 욕을 먹을 것이다(先利而後義者辱)'라고 했다.

동양철학에서는 어떤 일을 함에 있어 '순서'에 신경 써야 한다고 가르친다. 명분을 취하고 이익을 도외시하라 하지 않으며, 함께 추구하고 생각하되 '순서'가 상식적으로 맞아야 일이 잘 풀림을 얘기한다

요즘 온라인 한 켠에서는 어느 아파트 단지의 택배 배달에 국민 세금이 쓰이는 것은 부당하다는 여론으로 시끄럽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실버 택배 비용을 입주민 관리비로 충당해야 한다’는 청원에 정부가 답변해야 하는 수준인 찬성 20만 명을 이미 넘어섰다.

아쉽다. 아파트 주민들이 애초 어린이들 안전을 위한 방안을 더 살펴 봤어야 했다. 명품 이미지를 위해 택배 차량 운행을 금지한다고 선언할 것이 아니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다. 포털에서 검색 한 두 번만 하면 방법은 쉽게 유추할 수 있었다. 실버 택배 사업은 이미 2007년부터 시작하고 있었다. 지자체에 간단히 문의만 했어도 일이 이 지경까지는 오지 않았다. 지난 19일 결국 국토부는 여론에 밀려 실버 택배 중재안을 내놓은 지 이틀 만에 철회했다.

일의 순서가 틀렸다. 차량을 무조건 금지하기 전에 대안을 생각해 실행했다면 택배 차량은 자연스럽게 단지 내로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고, 주민들은 국민 세금이나 지자체 지원금으로 택배 서비스를 받고 있었을 것이다. 단순히 일의 순서만 잘못된 것이 아니다. 명분과 이익을 내세운 순서도 틀렸다. 어린이 안전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어야 했는데, 명품 이미지라는 이익을 앞세웠다. 여론이 우호적으로 형성될 리 없었다. 커뮤니케이션을 업으로 하는 입장에서 보면 참 아쉬운 대목이다.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일, 명분과 이익의 순서를 바꿔서는 안 된다.

글쓴이 민강인, 공대를 졸업하고 20여 년간 금융업과 소매업에 종사했다. 최근 대학원에 진학해 '전략커뮤니케이션'을 공부 중이다. 요즘에는 사주명리학에 심취하며 ‘케렌시아(피난처)’와 '사회 소통 전문가'를 동시에 꿈꾸고 있다. strongman.min@gmail.com
* 본 칼럼의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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