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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콩사' '분필 장인'을 아시나요?
'초콩사' '분필 장인'을 아시나요?
장애인 고용, 시혜 아닌 기업 경영 측면에서 봐야 [민강인의 케렌시아]
  • 승인 2018.04.19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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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4월 20일이 '장애인의 날'이라 4월 말이면 고용노동부가 연례행사 격으로 발표하는 자료가 있다. '장애인 고용 현황'으로 직전 년도의 장애인 고용률, 장애인 의무고용 사업체 현황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조만간 '2017년 장애인 고용 현황'에 대한 자료를 볼 수 있을 것이다.

2014년, 2015년 그리고 2016년, 3년간의 장애인 고용 현황을 살펴 봤다. 종업원 50명 이상 공공기관 및 민간기업 사업주에게 장애인을 일정 비율 이상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지정한 장애인 의무고용 사업체의 수는 2014년 2만7488곳, 2015년 2만8218곳, 그리고 2016년 2만8708곳으로 점차 증가하는 추세였다. 장애인 고용 여부를 떠나 종업원 50명이상 사업장이 많아 지고 있다는 점은 나라 경제에 긍정적인 현상이다.

장애인 노동자는 15만8388명(2014년), 16만4876명(2015년), 16만8614명(2016년)으로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른 장애인 고용률 또한 2.54%(2014년) → 2.62%(2015년) → 2.66%(2016년)으로 상승함을 볼 수 있다. 수치로만 판단하면 우리나라는 점점 장애인 고용 선진국가로 가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의무고용률을 달성한 기관이나 기업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2014년 1만3227곳으로 해당 사업체들의 48.1%에 불과했다. 2015년에는 47.8%이고 2016년은 47.9%였다. 거의 변함이 없었다. 여전히 절반이 넘는 기관이나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을 외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발달장애인을 커피 원두 선별 작업에 고용하고 있는 커피지아 회사 홈페이지 캡처
커피 원두 선별 작업 중인 발달장애인. 커피지아 회사 홈페이지 캡처

2016년 한 경제지는 '초콩사'라는 독특한 명칭을 보도했다. 풀어 쓰면 '초능력 콩 감별사'다. '커피지아'라는 회사에서 고용한 발달장애인들을 부르는 애칭으로, 이들은 수입되는 커피 원두에서 벌레 먹은 콩이나 덜 익은 콩 등 결점두를 직접 손으로 골라내는 일을 한다. 이 회사 김희수 대표는 "이 작업은 고도의 집중력과 반복 작업이라 일반인들은 흥미를 가지고 계속 하기 어렵다”며 "초콩사들은 커피 결점두를 '썩은 콩'이라고 부르며, 한 알 한 알 골라낼 때마다 '썩은 콩을 골라냈다'며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당시 커피지아 총 16명 종업원 중 발달장애인은 11명이었다. 

일본 니혼리카가공업 회사의 분필 제조 라인에서 일하고 있는 지적장애인 종업원[동아일보 보도 캡처]
일본 니혼리카가공업 분필 라인에서 작업 중인 지적장애 종업원[동아일보 캡처]

지난 14일 동아일보는 4대째 분필을 제조하고 있는 일본 니혼리카가쿠공업의 성장 비결을 보도했다. 비결은 바로 장애인 고용이었다. 회사 종업원 85명 중 무려 63명이 지적장애인이다. 현재 일본 내 분필 시장점유율 60%로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지적장애인은 보통 사람 10배 정도의 집중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회사의 제작라인 직원 15명 모두가 지적장애인이다. 회사 관계자는 높은 집중력으로 생산성이 여느 사람보다 높고, 회사에 대한 애착이 무척 강하다고 한다. 대부분 65세 정년까지 일을 한다고 하니 그 노하우가 고스란히 분필 품질로 이어지고 있음은 자명할 것이다.

정부는 장애인 고용 확산을 위해 채찍과 당근을 제시하고 있다. 의무고용률에 미달하는 기업 이름을 공개하는 망신주기부터 장애인 고용 촉진 지원금까지 다양한 방책을 실행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자료가 말해주듯 아직도 수많은 기업들이 장애인 고용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른 측면으로 접근해보면 어떨까. 기업 고용주 입장에서 살펴보자. 기업이라는 곳은 수익 극대화가 지상 최대의 목적이다. 사회공헌활동은 그 다음이다.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은 넓게 보면 단순하다. 잘 만들어서 많이 팔고, 비용을 최대한 아끼면 된다. 일본 분필회사와 커피지아 회사의 사례를 보면 ‘물건 잘 만들고 인건비 아끼는 방법’을 쉽게 알 수 있다. 두 회사에서 일하는 장애인들은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는 분필제조와 커피 원두 감별의 달인들이다. 이 이상 어떻게 더 잘 물건을 생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정부로부터 장애인 고용 지원금을 받고 있으니 인건비를 최대한 절감할 수 있다.

시혜성 장애인 고용 대책도 중요하지만 특정 분야나 업무에서 비장애인보다 높은 생산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점과 정부 지원으로 비용도 절감할 수 있는 경영이 바로 장애인 고용이라는 사례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알리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애인은 불쌍한 존재가 아니다. 생산능력과 업무 재능을 충분히 갖추고 있는 인재다. 우리만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뿐이다.

글쓴이 민강인, 공대를 졸업하고 20여 년간 금융업과 소매업에 종사했다. 최근 대학원에 진학해 '전략커뮤니케이션'을 공부 중이다. 요즘에는 사주명리학에 심취하며 ‘케렌시아(피난처)’와 '사회 소통 전문가'를 동시에 꿈꾸고 있다. strongman.min@gmail.com

* 본 칼럼의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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