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이스 제친 닐로, '역주행 노하우'의 실체는?
트와이스 제친 닐로, '역주행 노하우'의 실체는?
  • 승인 2018.04.13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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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오다'로 주요 음원차트 1위를 기록 중인 가수 닐로.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제공)
'지나오다'로 주요 음원차트 1위를 기록 중인 가수 닐로.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제공)

"도대체 닐로가 누구야?" 전날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닐로라는 이름을 본 대중은 한번 쯤 내뱉었을만한 말이다. 닐로는 최근 트와이스, 위너, 엑소 챈백시 등 거대 팬덤을 자랑하는 아이돌 그룹을 제치고 음원차트 1위를 기록 중인 '역주행'의 주인공이다. 축하받아야 마땅할 상황이지만 다소 찜찜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음원 사재기'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닐로의 소속사는 편법을 쓰지 않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2일 국내 최대 점유율을 자랑하는 음원 사이트 멜론에서는 이례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생소한 이름의 닐로가 트와이스, 위너, 챈백시 등 대형 기획사 소속 인기 아이돌 그룹의 신곡들 사이에서 1위를 차지한것. 닐로가 지난해 10월 발표한 발라드곡 '지나오다'는 전날 새벽 1시께 멜론 실시간 차트에서 트와이스의 '왓 이즈 러브(What is love?)', 첸백시의 '화요일(Blooming Day)', 위너의 '에브리데이(EVERYDAY)' 보다 순위가 높은 1위에 등극했다. 

음원사이트에서 일반 이용자수가 적은 새벽 시간대에는 아이돌 팬덤의 스트리밍이 집중된다. 수천명 규모로 이루어진 이들의 응집력을 이겨내기는 힘들다는 평이 대부분. 음원 강자로 꼽히는 빅뱅, 아이유 등도 이 시간대 팬덤의 힘으로 움직이는 아이돌 그룹 간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경우가 별로 없다.

'지나오다'의 역주행을 향한 의심은 여기서 시작된다. 이 노래가 새벽 시간에 아이돌 그룹의 팬덤을 제칠 만큼 대중적으로 유명한지를 짚어보면 의문이 생긴다. 닐로의 '지나오다'가 너무 좋아서 새벽 1~2시가 넘은 시간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노래를 찾아서 들었을 수도 있지만, 이제 데뷔 3년차에 접어든 닐로의 인지도가 그 정도까지 왔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오히려 이번 논란으로 닐로를 알게 된 후 그의 노래를 들어보는 이들은 증가했을 수도 있다.

닐로의 '지나오다'는 최근 페이스북에 영상이 공개되면서 조금씩 화제를 모으고 있었다. 흔히 '페북픽'이라고 하는데, 소속사에 따르면 여기서 영상을 본 사람들의 입소문과 영향으로 번지면서 지금의 역주행을 만들어냈다는 논리다. 물론 SNS의 입소문과 영향력은 어마어마하지만 그것만으로 아이돌 팬덤을 모조리 누르고, 음원차트 1위를 기록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아하다는 반응이 많다. 

올해 1월 역주행 열풍을 일으켰던 남성 3인조 그룹 장덕철은 공교롭게도 닐로와 같은 리메즈엔터테인먼트 소속이다. 이 회사는 SNS를 기반으로 하는 바이럴 마케팅 등을 전문으로 하고 있다. 장덕철에 이어 닐로까지 이른바 '역주행'을 이뤄내 '역주행의 명가'로까지 거론되고 있다.

이들은 현재 로맨틱펙토리라는 협력사를 통해서도 닐로와 비슷한 SNS 바이럴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너만 들려주는 음악'이라는 계정을 운영하면서 여러 가수들의 영상을 소개하고 있다. 얼핏 보면 객관적인 공개 커뮤니티에서 소개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회사와 연관된 아티스들을 홍보하는 페이지다. 이 같은 시도를 불법이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의도적인 홍보 임에도 마치 제3자에 의해 자연스럽게 입소문을 타는 것처럼 꾸미는 듯한 느낌이 드는 건 사실이다.

닐로의 소속사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홍보를 대행하는 메이저세븐컴퍼니 관계자는 전날 음원차트 역주행 관련 의혹에 대해 "일부에서 제기하는 사재기, 조작 의혹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리메즈 자체가 마케팅을 기반으로 하는 회사이기 때문에 그동안 쌓아온 영상 콘텐츠 관련 노하우가 적중한 것"이라고 했다.

리메즈 엔터테인먼트의 이시우 대표도 닐로의 음원 사재기 의혹을 강력히 부인했다. 그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결단코 사재기를 하지 않았고 하는 방법도 모른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면서 "지난 5년간 방송에 나갈 능력이 없는 수많은 뮤지션들을 어떻게 대중에게 알릴 수 있을까라는 고민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며 "실력 있는 아마추어 뮤지션들을 소개해 대중들에게 평가받고 숨겨진 좋은 음악을 알리자라는 생각 끝에 많은 아마추어 뮤지션들을 소개할 수 있는 ‘'반인들의 소름 돋는 라이브'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게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 제가 정말 속상하고 마음이 아픈 건, 저희 회사와 함께 한 뮤지션들이 '사재기 가수' 혹은 '적폐세력'으로 불리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닐로 측의 입장이 나온 후에도 일부 네티즌들의 의심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음원사이트 멜론은 '사재기' 혹은 또 다른 이상 징후의 가능성을 일축했다.

닐로의 '지나오다'가 13일 오전 11시 기준 멜론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멜론 캡처)
닐로의 '지나오다'가 13일 오전 11시 기준 멜론 실시간 차트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멜론 캡처)

멜론 관계자는 13일 비에스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원래 음원차트의 성격상 어떤 곡이 인지가 한번 되고나면 이용자들이 많이 찾기 때문에 차트 그래프가 튀고, 차트 메인에 뜨면서 더 많은 고객들에게 노출된다"며 "내부에서 봤을 때 '지나오다'의 비정상적인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지나오다'의 순위는 지난달 말부터 꾸준히 상승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새벽 시간에도 올라온 게 이례적이긴 하지만, 차트의 로직 상 어떤 특이사항도 없다"면서 "음원차트는 공신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여러가지 필터링을 거쳐 이상 징후는 걸러내는 시스템이 내부에 있다"고 밝혔다.

'지나오다'는 이날 현재 멜론을 비롯한 주요 음원사이트 1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음원 스트리밍 및 다운로드가 실시간 점유율에서 집계 범위를 넘어서는 것을 뜻하는 '지붕킥'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메이저세븐컴퍼니 관계자는 이날 본보에 여전히 "SNS를 통한 바이럴 마케팅, 입소문 외에 불법적으로 진행한 것은 전혀 없다"며 "모든 회사들은 음원을 발표할때 많이 알려지기를 바라지 않느냐"며 문제 될 게 없음을 강조했다.

전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문체부에서 부디 ' '닐로' 와 '장덕철' 의 음원 사재기와 순위 변동 사건을 해소해 주시기 바랍니다"는 요청 글까지 올라왔다. 이 관계자는 "청원까지 나온 것은 모르고 있었다. 불법적인 건 없으니까...그냥 아이돌 팬덤을 이겼다는 것?"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지만 결국 노이즈마케팅에는 성공했다. 전날에 이어 닐로의 '지나오다'를 찾아서 들어보는 대중은 점점 늘어나는 중이다. 일각에서는 닐로의 '지나오다' 사례가 '역주행'의 본질을 흐리고, 자칫 부정적인 인식으로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사실 사태가 이렇게까지 오게 된 데에는 음원차트 시스템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 현재 차트는 순위권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아이돌의 대형 팬덤과 어떻게 서든 틈을 비집고 들어가려는 중소 기획사 간의 권력 싸움으로 번지는 듯한 모양새다. 

앞서 지난해 2월 27일 각종 음원사이트서 심야 시간대 순위 왜곡 현상을 방지하는 차원으로 차트 개편안이 시행됐다. 개편 이전에는 사용자가 급격히 줄어드는 심야, 새벽 시간대 아이돌 그룹의 팬덤에서 단체로 음원 스트리밍을 돌리며 차트 순위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이 만연했다. 개편안은 ▲0시부터 12시 사이 실시간 차트 사라짐 ▲발매된 음원은 다음날 13시 순위부터 적용 ▲단 12시부터 18시 발매 음원은 실시간 차트에 적용. 이에 따라 멜론을 비롯한 8개 음원사이트 등은 해당 개편안을 즉각 실행에 옮겼다. 적용 된지 1년이 넘었지만, 개편안의 실질적인 효과는 미비하다. 

결국 닐로를 향한 의혹은 아직까지 '추측'에 불과하다. 닐로 소속사의 주장대로 오로지 바이럴 마케팅만의 힘으로 이 같은 성과를 만들어냈다면, 그것을 명확히 증명할 수 있다면 말이다. 단순한 '노하우'로만 현 상황을 설명하기에는 문제가 너무 커졌다. 곧 컴백을 앞둔 장덕철, 40 등 리메즈 엔터테인먼트 소속 다른 가수들도 이전보다 더 면밀하게 지켜볼 필요가 있다. 이번 '닐로 사건'이 음원 생태계 전체에 악영향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바라본다. 

김정수 기자 ksr86@bs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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