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혼술 보다 더 무섭다는, '벤조메시(便所飯)'를 아시나요?
혼밥 혼술 보다 더 무섭다는, '벤조메시(便所飯)'를 아시나요?
'런치메이트 증후군'이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리지 않는 요즘 [이태문의 도쿄통신]
  • 승인 2018.04.10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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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는 몇 년전부터 '혼밥' '혼술' 등이 크게 유행하기 시작해 지금은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일본은 혼자 식당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굳이 이런 말이 따로 필요없다. 거의 모든 식당에는 주방 쪽으로 카운터석이 설치돼 있어 혼자 묵묵히 식사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 일본에서는 '벤조메시(便所飯)'라는 말이 한국의 혼밥처럼  흔히 사용하게 된다. 우리말로 옮기면 '변소 밥' '화장실 식사'를 의미한다. 친구랑 동료랑 다 같이 먹는 즐거움을 두려워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커뮤니케이션의 갈등으로 학교나 직장에서 함께 식사할 상대가 없는 것에 대해 일종의 우울증을 겪는다는 '런치메이트 증후군'… 자신이 있을 곳을 찾지 못해 변소에서 혼자 밥을 해결하는 벤조메시와 같은 말이 등장해 이제는 만화와 드라마의 소재로도 사용되고 있다.

원래 벤조메시는 인터넷에서 2005년초부터 '외로운 학교 생활'을 뜻하는 말로 사용되기 시작됐다. 2009년 7월 6일자 아사히신문의 석간에서 사회적 현상으로 다룬 뒤 다음날 후지TV 등 주요 아침 정보프로그램에서도 소개돼 실시간 검색어 상위로 껑충 뛰어올라 큰 반응을 일으켰다. 

'설마 그런 일이?' '너무 심한 거 아니냐?' 등의 반응도 많았지만, 트위터 등 SNS에서 실제로 벤조메시를 봤다는 목격담도 심심치 않게 올랐다. 또 어느 앙케이트 사이트의 조사 결과 '멘조메시를 한 적이 있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 12%에 달했다.  

실제 목격하지는 못했지만, 대학과 회사 구내 화장실에 붙어 있는 '음식을 먹지 말라'는 공지문을 신기하게 여겨 사진으로 올리는 사람들도 있다는 걸 보면 음식의 배설물을 쏟아내는 공간을 음식을 섭취하는 장소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꽤 있긴 있나 보다.

이런 사회적 현상이 나온 이유는 함께 할 상대가 없어 외롭게 혼자 식사하는 모습을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래서 사람들 눈을 피해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독립된 공간에서 맘 편히 식사를 해결하는 것이다.

사실 벤조메시는 사회적으로 고립된 공간에서 더욱 철저하게 정서적 고립을 일상화시키는 행위다. 은둔형 외톨이인 '히키코모리'의 변질된 형태이지 아닐까 싶다.

'혼자서 밥 먹는 사람'은 따돌림 당한 사람이거나 친구가 없고 불쌍한 사람이라는 편견 내지 선입견에 사로잡혀 대인 관계에서 소외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증거다.

좀 다른 이야기이지만, 카운터석에 칸막이를 설치한 라면집이 큰 인기를 얻어 전국적으로 체인점이 크게 늘어났다. 라면 먹는 모습이 칸막이와 커텐 덕분에 보이지 않아 남들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오직 라면의 맛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소통이 부재하는 현대사회, 사람들과 사귀는 것 자체가 피곤한 현대인 등등 갈수록 개인주의가 확산되고, 혼자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벤조메시라는 말이 먼, 남의 나라 일로만 느껴지지 않는다.

글 사진 = 이태문 시인, 한류 칼럼니스트 gounsege@gmail.com 

* 본 칼럼의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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