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9-11 13:13 (수)
우리 동네 마트에서도 신선 과일을 맛보는 어린이들을 보고싶다
우리 동네 마트에서도 신선 과일을 맛보는 어린이들을 보고싶다
새로운 헌법에 우리 아이들 이야기를 써주세요~ [민강인의 케렌시아]
  • 승인 2018.03.31 09:15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3일 방영된 TV조선 '사랑은 아무나 하나' 프로그램 캡처
지난 3일 방영된 TV조선 '사랑은 아무나 하나' 프로그램 캡처

지난 3일 방영된 TV조선 '사랑은 아무나 하나' 프로그램에서 뉴질랜드에 사는 한국인 김희정 씨의 가족 이야기가 방송됐다. 김 씨는 두 딸과 하굣길을 함께 하던 중 근처 대형마트에 들렀다. 딸 중 한 명이 과일 코너에서 바나나 하나를 들고 오더니 엄마에게 껍질을 벗겨 달라 했고, 엄마가 벗겨준 바나나를 맛있게 먹었다.

놀라운 점은 계산도 하지 않은 바나나를 그 자리에서 바로 먹는 것 이었다.  김 씨의 설명으로는, 뉴질랜드 마트에는 성장기 아이들을 위한 공짜 과일 코너가 있다고 한다. 눈치 보지 않고 아이들이 과일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다. 호주에서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했다. 이 나라가 아이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 기본적인 태도와 정책의 방향을 알 것 같다. 

지난 26일 대통령이 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입장에서 지금의 헌법과 비교해 어린이들을 위한 내용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개정안 전문을 꼼꼼히 읽어봤다. 한 문장이 추가됐다. 제2장(기본적 권리와 의무) 제36조 항에 "어린이와 청소년은 독립된 인격 주체로서 존중과 보호를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명시했다. 지금 헌법에는 없는 내용이다. 우리 미래 세대인 어린이들을 위해 한 걸음 더 다가선 느낌이다.

지난 26일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 제2장 제36조 내용
지난 26일 대통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 제2장 제36조 내용

헌법은 법치주의를 지향하는 나라와 국민의 생각과 행동과 생각에 방향성을 알려주는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규범이다. 헌법을 바탕으로 수많은 세부 법률과 조례, 규정 등이 정해지고, 이는 우리 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예를 들어,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인권 보장이 헌법에 쓰여 있기에 아무리 죄를 지었다 하더라도 경찰이나 검찰이 함부로 대할 수 없게끔 헌법의 하위법인 형사소송법에 피의자의 인권 보호가 명시돼 있는 것이다.

잊을 만하면 '아이 이름 법'이 나온다. '세림이법', '하진이법', '원영이법' 등등. 정말 보고 싶지 않은 법 이름이다. 2013년 3월 충북 청주시에서 김세림 양(당시 3세)이 자신이 다니는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치여 목숨을 잃은 사건이 발생했다. 아이가 통학차량에 승하차할 때 아무런 보호자의 도움이 없어 벌어진 사고로 도로교통법이 개정되는 계기가 되었다. 통학차량에 일정한 안전 요건을 갖추어야 하고 성인 보호자의 탑승을 의무화하는 등 한층 어린이의 기본권과 생존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세림이법'이다.

2016년 3월 신원영 군(당시 7세)은 초등학교 예비소집일에 참석하지 않았다. 학교 측은 입학식에도 원영 군이 보이지 않자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 결과 원영군은 2015년 11월부터 3개월여간 학대를 당하다가 학교 입학하기 전인 2월 초 숨졌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교육부는 전국 시·도교육청, 행정안전부, 경찰청, 지자체 등 관계 기관과 함께 매년 초 예비소집에 불참하는 아동의 소재 파악에 힘쓰고 있다. 일명 '원영이 사건'이고 '원영이법'을 만들자는 여론이 일었다.

2017년 10월 추석 연휴를 맞아 놀러간 놀이공원 주차장에서 운전자가 타지 않은 차가 굴러 머리를 크게 다친 최하진군(당시 4세)는 사고 후 1시간만에 숨을 거뒀다. 하진이의 어머니는 청와대 홈페이지에 "경사진 주차장의 경고문구 설치를 의무화하고, 운전자의 제동의무 미비로 인한 사고 시 처벌할 근거를 마련해 달라"며 국민청원을 올렸다. '하진이법'을 속히 만들어 달라고 수 만 명이 동참했다. 

상상하고 싶지도 않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길 빌 뿐이다. 하지만 지금도 어느 초등학교 앞 골목에서는 경적을 울리며 시속 60km로 내달리는 차가 있을 것이다. 영문도 모른 채 어른에게 손찌검을 당한 어린이가 눈물을 흘리며 어느 길목 모퉁이에서 벌벌 떨고 있을 것이다.

헌법에 한 줄 쓰였다고 해서 어린이들이 금방 무슨 큰 보호나 혜택을 받을 순 없다. 하지만 아름드리 나무도 콩알만한 씨앗부터 시작했다. 새로운 헌법 한 줄을 바탕으로 점차 어린이들을 보호해야하고 존중해야만하는 세부 법률들이 만들어질 것이다.

대통령이 발의한 개정안이 그대로 국민투표로 갈지 어떨지는 모르겠다. 국회가 협의해 또다른 새로운 개정안이 나올 수도 있다. 어떤 경우라도 어린이를 위한 내용은 손대지 않거나, 오히려 더 보강했으면 한다. '아이 이름 법'을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이마트, 홈플러스 그리고 롯데마트에서 자연스럽게 과일을 먹고 있는 우리의 어린이들을 보고 싶다. 

글쓴이 민강인, 공대를 졸업하고 20여 년간 금융업과 소매업에 종사했다. 최근 대학원에 진학해 '전략커뮤니케이션'을 공부 중이다. 요즘에는 사주명리학에 심취하며 ‘케렌시아(피난처)’와 '사회 소통 전문가'를 동시에 꿈꾸고 있다. strongman.min@gmail.com

* 본 칼럼의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명 비에스투데이(주)
  • 제호 비에스투데이
  •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24 한국프레스센터 14층
  • 대표전화 02-734-8131
  • 팩스 02-734-7646
  • 등록번호 서울 아 03833
  • 등록일 2015-07-21
  • 발행일 2015-08-31
  • 발행인 김진수
  • 편집인 이주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홍규
  • Copyright © 2019 BSTODAY - 비에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bstoday.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