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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지금, 벚꽃이 피었습니다!
일본은 지금, 벚꽃이 피었습니다!
'하나미' 명당 확보는 신입사원의 주요 미션 [이태문의 도쿄통신]
  • 승인 2018.03.2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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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상징하는 나라꽃, 즉 국화(國花)는 무엇일까? 벚꽃(사쿠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은데, 실은 국화(菊花)다. 그런 선입견을 갖게 된 것은 물론 일본하면 사쿠라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했기 때문인데, 사실 일본과 벚꽃은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 봄, 한국에서는 다음달 4월 1일부터 10일까지 진해군항제가 열리는 것을 시작으로 많은 사람들이 벚꽃 명소를 찾을 것이다. 

나 역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고 외친 뒤 잽싸게 뒤돌아 눈을 부릅뜨고 작은 움직임 하나라도 잡아내려던 어린 시절, 엄마 손을 잡고 창경원(당시엔 동물원과 식물원, 그리고 케이블카도 있었음)에 가서 벚꽃을 구경한 기억이 새롭다. 벚꽃놀이하면 창경원이었던 시절이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어른이 되어서 1907년 창경궁 안 건물을 헐어내고 동물원과 식물원, 박물관 등을 건립해 1911년 이름을 창경궁으로 바꿨고, 수천 그루의 벚꽃이 장관을 이루기 시작한 1924년부터 창경궁 벚꽃놀이가 시작되었다는 걸 알았다. 

해방 후 1946년 1월 창경원은 다시 오픈해 벚꽃 구경과 함께 서울의 대표적인 유원지로 사랑을 받았으며, 한국전쟁이 끝난 1958년에는 '창경원 밤 벚꽃놀이'라는 이름으로 야간 개장도 다시 실시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1983년 창경궁 복원 당시 벚나무 1천3백여 그루를 여러 학교와 기관에 분양하였고, 남은 6백여 그루를 과천 서울대공원과 여의도 등으로 옮겨 심어 지금의 '여의도 벚꽃축제'가 성대하게 열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상춘(嘗春), 봄나들이에 최고의 계절이다. 봄하면 만물이 소생하고 꽃이 피기 시작하니 일본인들도 '하나미(花見,꽃놀이)'라고 해서 매화로 시작해 여러 꽃들을 구경하며 봄을 만끽한다. 그중에서 벚꽃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하나미하면 으레 벚꽃을 뜻할 정도이다.

한국에서 겨울을 앞두고 김장전선을 발표하듯 일본에서는 새해 1월께 일찌감치 벚꽃이 필 시기를 예상하는 개화전선을 발표하면서 일본 국민들은 설레기 시작한다. 

실제로 벚꽃놀이 현장을 가 보면 깜짝 놀란다. 이게 평소 얌전하고 조용하던 일본사람들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낮술로 시작해 음주가무를 즐기는 모습이 낯설기까지 하다. 마치 1년을 기다렸다는듯이 벚꽃을 핑계로 모여서 먹고 마시고 논다. 

신입사원의 첫번째 중요 임무가 벚꽃놀이의 좋은 자리 차지하기다. 상사와 선배의 두터운 신임을 얻기 위해 미리 현장을 가서 구석구석 둘러본 뒤 최고의 명당을 확보해내는 거야말로 '미션'이다. 경쟁이 심한 명당은 전날부터 철야를 하는 신입사원도 있을 정도로 선후배 관계없이 주요 연례행사의 하나, 아니 신입사원의 통과의례 중 하나가 하나미이자 좋은 자리 잡기인 것이다.

벚꽃은 짧은 시간에 피고 지고 만다. 그런 벚꽃을 일본인들은 피기 전부터 설레고 핀 것을 보며 감탄하고,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것까지 만끽하고서 다시 필 내년 봄까지 더욱 부지런히 살아가는 것 같다. 

흔히들 한꺼번에 피었다가 한꺼번에 지는 속성을 가진 사쿠라가 일본인의 민족성을 잘 나타낸다고 하는데, 벚꽃의 절정은 만개한 모습이라기보다는 일제히 꽃잎이 지는 광경일지도 모르겠다. 일본 전통극 중의 하나인 가부키 무대와 여러 공연에서 사쿠라 꽃잎들이 마구 흩날리는 가운데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겠다. 

이 계절 사쿠라모치(떡), 사쿠라센베(전병), 사쿠라차 등 분홍빛 상품들이 속속 등장해 봄기운의 도래를 알려준다. 한국에서는 적군인지 아군인지 정체가 불분명한 사람을 '사쿠라'라고 부르는데, 정체를 파악하기에는 벚꽃처럼 너무 짧게 피고 져 버리기 때문은 아닐까?

아무튼 버스커 버스커의 노래 '벚꽃 엔딩'이 다시 주요 음원차트에 오르며 거리 곳곳에서 울려퍼질 시기가 왔다. 

글 사진 = 이태문 시인, 한류 칼럼니스트 gounsege@gmail.com 

* 본 칼럼의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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