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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 치료를 위하는 것이 그리 어렵나…병원은 치료가 먼저다
환자 치료를 위하는 것이 그리 어렵나…병원은 치료가 먼저다
  • 승인 2018.03.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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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자본주의 세상이라지만 어떤 직업이든 돈보다 우선해야 하는 것이 있다. 건축하는 사람이라면 건물의 안전이 우선이다. 그 다음 미관과 이익을 따질 일이다. 구급차는 응급환자를 빠르고 신속하게 가장 가까운 응급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우선이다. 대중교통 운전자는 승객의 안전이 먼저이고, 빨리 도착하는 것은 그 다음이다.

그럼 병원이라는 업종은 어떤 것을 우선해야 할까? 두말할 필요 없이 환자의 치료다. 치료나 환자가 안중에 없으면, 의료 폐기물을 분리하지 않고 그냥 버리고, 주사기를 재사용하여 C형 감염이 집단으로 발병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일부 병원이 주사기를 재사용하여 환자들 사이에서 C형 간염이 집단으로 발병했다는 기사들(네이버 캡처)
최근 일부 병원이 주사기를 재사용하여 환자들 사이에서 C형 간염이 집단으로 발병했다는 기사들(네이버 캡처)

지난 주말 오랜만에 친구 부부와 식사를 함께 했다. 나이가 나이인지라 자연스레 건강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거동이 불편할 정도가 되면 병원 가까운 곳에 사는 것이 큰 복이라는 말이 나오자 갑자기 친구 아내가 분통을 터트렸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병원이 이익이 되지 않는 서비스에는 너무 소홀한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친구는 강남 S종합병원에서 지난 해 가을부터 병원 진료를 받고 있던 중이었다. 지난해 12월 담당 의사가 "(여러 검사 후) 다행히 아직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혹시 모르니 3개월 후 피 검사를 받는 것이 좋을 것 같다"라고 해서, 최근 채혈을 하려 이 병원에 갔다. 그런데 비용을 결제하고 영수증을 받을 때 어떤 처방전이 같이 프린트되어 나왔다. 

진찰 전이라 의아해서 처방전을 살펴 보니 하단에 ‘2018년 01월 02일까지 외부약국에서 약을 구입 가능합니다’라고 쓰여 있었다. 유효 기간이 지난 처방전이 나와 황당해서 안내데스크에 문의하니 “작년 진찰 후 고객님께 처방전 기계에서 프린트해 가시라고 설명을 드렸습니다”라고 안내를 했다는 것이다.

3개월 전 일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기도 하고, 당시 회사 업무 도중 잠시 짬을 낸 것이라 급히 병원 문을 나서는 바람에 깜빡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별다른 항의를 하진 못했다. 집에서 이 얘기를 들은 그의 아내는 버럭 화를 냈다고 한다.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일정 기간 약을 먹지 못해 병이 더 악화되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2018년 3월 17일 발급받았지만 유효기간이 2018년 1월 5일인 처방전
2018년 3월 17일 발급받았지만 유효기간이 2018년 1월 5일인 처방전

예전에는 진료가 끝나면 처방전을 환자 앞에서 바로 줬다. 지금은 환자가 직접 병원 로비에 있는 기계에서 뽑아야 한다. 업무 효율성과 인건비 절감을 위해 도입한 시스템이겠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환자가 순간 깜빡 잊고 처방전을 프린트하지 않고 그냥 가버리면 일정 기간 약을 복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병이 악화되거나, 최소한 병의 호전이 더디게 된다. 친구가 문의했을 때 안내하는 사람이 "가끔 비슷한 상황으로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하니 아주 드문 일도 아닌 것이다.

친구의 무심함을 탓하면서도 한 켠으로 다른 생각이 들었다. 이 병원은 진찰과 각종 검사를 예약할 때는 예약하자마자 문자를 보내고, 진찰이나 검사 하루 전 재차 문자로 안내해준다. 즉, 돈 되는 일에는 고객을 놓치지 않으려고 친절히 그리고 꼬박꼬박 안내를 해주는 반면에 이미 돈을 다 지불한 이후인 처방전에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강남 S종합병원 예약 문자
강남 S종합병원 예약 문자

예약한 진료를 놓치지 말라는 문자를 보낼 수 있는 시스템이라면 ‘OOO님, 혹시 O월 O일 진료 받으신 후 처방전을 가져가셨는지 확인을 부탁합니다’라는 문자 하나 보내는 것이 그리 어려웠을까? 혹여 비용이 꽤 들어 못했을 거라 이해는 하지만, 친구는 피 검사 결과만 듣는데 3분에 2만원이 들었다고 한다.

병원이 이런 의도를 갖지 않았을 것이다. 단순한 오해였으면 한다. 하지만 아무리 번거롭고 귀찮고 이익과 무관하더라도 환자가 필수 항목을 놓쳤다면 상황을 지속적으로 알려줘야 하는 시스템을 반드시 갖춰야 한다. 처방전 종이 한 장이라 사소하게 여기지 말자. 이건 생명이 달린 일이다.

글쓴이 민강인, 공대를 졸업하고 20여 년간 금융업과 소매업에 종사했다. 최근 대학원에 진학해 '전략커뮤니케이션'을 공부 중이다. 요즘에는 사주명리학에 심취하며 ‘케렌시아(피난처)’와 '사회 소통 전문가'를 동시에 꿈꾸고 있다. strongman.min@gmail.com

* 본 칼럼의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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