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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한 아버지는 어느 기업에 필요한가?...구직자들의 '자소서 포비아'
엄격한 아버지는 어느 기업에 필요한가?...구직자들의 '자소서 포비아'
  • 승인 2018.03.15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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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무적O대!!! 강철공대!!! 선봉OO!!! 민!강!인! 여러 선배님들 앞에 당차게 인사 드립니다!!!"

대학 과 신입생 환영회 때 목이 터져라 외쳤던 자기 소개말이다. 목소리가 작다거나, 혹은 선배들 기분에 따라 계속 반복해야 했다. 생전 처음 '목구멍에서 피가 터질 수도 있겠구나'하고 생각했다. 이때는 목소리 크기만 신경 쓰면 됐다. 환영회 하기 전 바로 위 선배가 소개말 문구를 가르쳐줬기에 1번부터 끝 번까지의 동기들은 이름만 바꿔 외치기만 하면 됐다. 몸이 힘들 뿐 어떤 말을 해야 할까라는 고민은 없었다.

환영회, 이성과 첫 만남 등 자기 소개를 해야 할 인생의 여러 단계들 중에서 가장 공들여야 할 단계가 취업 때라 생각한다. 입사 서류의 자기소개서 모든 칸을 딱딱하지만 딱딱하지 않게, 유머러스하지만 유머러스하지 않게 써야 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게 표현해야 했고, 형이상학적인 단어와 형이하학적인 단어를 조화롭게 배치해야 했다. 자애로운 부모가 필요할 때가 있던 반면, 엄격한 부모를 모셔와야 할 때도 있었다. 태어나 연필 잡기 시작한 이래로 가장 힘든 글쓰기였다.

지난 12일 구인구직 사이트 사람인에서 구직자 400명을 대상으로 '자소서 포비아*'에 대해 조사한 결과,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가장 큰 이유로 '무엇을 써야 할지 막막해서'가 꼽혔다. 다음으로 '쓸 만한 스토리가 없어서', '기업마다 요구하는 항목이 너무 다양해서', '원래 글솜씨가 없어서' 등이 이어졌다.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항목으로는 '지원동기'가 1위를 차지했고, '입사 후 포부', '성장과정', '어려움을 극복한 경험', '직무 관련 경험', '특정 이슈에 대한 견해', '성공과 실패 경험', 그리고 성격의 장단점 순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기업들이 채용전형에 변화를 준 목적을 이해하는 것이 우선이며, 기업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지가 관건인 만큼 이에 대한 꼼꼼한 사전조사를 바탕으로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고, 기업입장에서 듣고 싶어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작성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자소서 포비아: 자기소개서(자소서)에 많은 생각을 요구하는 질문을 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구직자들이 자소서 작성에 극심한 어려움을 느끼는 공포증(포비아, Phobia)

좋은 조언이다. 개인적으로는 '기업이 듣고 싶어하는 내용'에 방점을 찍었다. 20여 년 전 공부를 더 하겠다고 하는 바람에 공교롭게도 IMF 외환시기에 취업 전선에 뛰어 들게 되었다. 지금보다 청년 취업이 나았을 지는 몰라도 꽤 험난한 취업 과정을 밟았는데, 당시 수 십 군데 각기 다른 자기소개서를 쓴 후 달랑 몇 곳의 면접을 본 결론은, 그래도 면접관들이 듣기 좋은 소리하는 것이 최고였지 않았나 싶다. 면접 회사의 한 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을 단자리까지 외우며 '성장하는 곳에서 제 꿈을 키워보고 싶습니다'라고 했으니.

자기소개서 쓰기는 몸도 고되고 스트레스가 큰 작업이다. 쓰는 내내 '서류는 통과 될지', '안되면 또 어딜 써야 하나'와 같은 고민으로 밤잠을 설치곤 한다. 하나만 명심하자. 세상 모든 이들은 어딘가에 반드시 쓸모가 있음을.

어딘가에서 자소서를 쓰고 있을 취준생을 위한 면접 팁 하나를 덧붙인다. 거의 모든 면접에서 1~2분간 자기 소개 시간을 준다. 미리 1분 30초 정도 분량의 글을 작성하여 통째로 외운다. 외울 때 기계처럼 외우지 말고 연극 대본처럼 지문을 넣고 연기하듯 외우면 좋다. '평소 남을 설득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영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자신이 있습니다'라는 글에 '(미소를 지으며) 평소 남을 설득하는 것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가운데 면접위원을 보며) 영업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자신이 있습니다(잠시 쉰다)'는 식으로 연기하면서 외우는 것이다. 글에 회사가 좋아할 만한 수치 두 개 정도를 단자리까지 포함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하다.

글쓴이 민강인, 공대를 졸업하고 20여 년간 금융업과 소매업에 종사했다. 최근 대학원에 진학해 '전략커뮤니케이션'을 공부 중이다. 요즘에는 사주명리학에 심취하며 ‘케렌시아(피난처)’와 '사회 소통 전문가'를 동시에 꿈꾸고 있다. strongman.min@gmail.com

* 본 칼럼의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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