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의 보이지 않는 위협! KOMCA의 위기!(1)
'한류'의 보이지 않는 위협! KOMCA의 위기!(1)
  • 승인 2018.03.13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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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단체의 총회가 벌어지는 행사장 앞에 회원 몇 명이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시위자들을 향해서 총회에 참석하는 회원들은 각각의 심정에 따라 싸늘하거나, 안타깝거나, 암묵적인 지지의 눈짓을 보낸다. 이윽고 성대한 규모의 총회가 열리고 퇴임을 앞둔 회장은 미리 공지한 안건을 발표한다. 여기저기서 고성이 터져 나오고, 회장을 지지하는 몇 사람은 연단 앞에까지 나와 안건 통과를 소리 높여 독려한다.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회장은 자신의 권한을 활용하여 안건 처리의 의사봉을 두드린다. 이로써 퇴임하는 회장 등 전 임원의 성과금 명목으로 몇 억 원이 집행되고, 고급 뷔페 식사와 경품 추첨 순서로 넘어간다. 하지만 소동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고성의 난타전은 계속된다.

앞선 광경으로 보자면 갈피를 잡지 못하는 무능한 정당의 당원 대회처럼 보이기도 하고, 각도를 좀 달리하면 대형 피라미드 사업체의 사업 보고 회의 같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는 전혀 다른 성격의 행사장이다. 바로 대한민국 음악계(대중음악, 동요, 국악 등)의 정체성을 담보하는 저작권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막대한 저작권 수익을 수탁, 관리하는 단체인 (사)한국음악저작권협회(K.O.M.C.A.)의 총회다.

손목인, 황문평, 길옥윤, 박춘석, 지명길 등 한국 대중음악계의 거목들을 거쳐 벌서 23대 회장이 선출된 한국 최대의 사단법인이기도 한 (사)한국음악저작권협회(이하 '한음저협')는 2만8000여 명의 저작자들이 직, 간접적으로 저작권을 위탁, 관리하도록 맡긴 단체이고, 작년 한 해 회원들이 저작권 수수료로 납입한 운영비가 220여 억원에 이른다.

서태지 등 유력한 저작권자들이 협회의 불투명한 저작권 산정, 지급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탈퇴를 한 이후 새로운 저작권 위탁 단체가 생기면서 저작권 관련 유일 위탁 단체의 지위를 잃기는 했지만 음악 저작권에 대한 허가, 요율, 정책, 유통 등 전반에 걸쳐 여전히 가장 강력한 단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23대 회장 선출 과정에서 그동안 쌓인 다양한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회장 취임 무효 또는 협회 운영에 대한 고발 준비 등 내부 분란이 심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대량의 회원 탈퇴 상황까지 회자될 정도로 심각해진 상태다.

전 세계적으로 한국의 대중음악이 붐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한음저협의 분란은 한류의 발전에 보이지 않는 위협이다. 마치 스타워즈의 예로 따지면 제다이에게 '포스'의 균형이 깨지는 것과 같은 위기다. '한류'는 대형 기획사(레이블), 한류 스타, 유튜브의 클릭수로만 만들어질 수 없다.

세계에 어필하는 '한류'의 차별성은 바로 한음저협을 구성하는 2만여 명의 저작권자들의 정체성과 실력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잘 나가는 '한류' 바람을 타고 순풍에 돛 달고 순항해야 할 이 한음저협에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고, 또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한음저협의 최우선 해결 과제로 꼽히는 것은 구성원의 비민주적 계급 분할이다. 협회에 저작권 관리를 위탁한 저작권자는 약 2만7346명이다. 그중에 회원으로 의결 투표권을 가진 정회원은 878명 밖에 되질 않는다. 그 외에 투표권이 없는 준회원 자격의 저작권자는 1만8481명으로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단순히 저작권리를 위탁한 신탁 계약 체결 자 7987명은 정산 대상자일 뿐이다.

물론 초기에는 작품 활동이 미미하거나 협회 참여가 미미한 저작권자들과의 차별을 위해 정회원 제도가 필요하기도 했다. 그리고 사단법인의 특성상 대부분의 사단법인이 그런 정관을 채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협회를 구성하는 저작권자들이 크게 늘어나는데도 정관은 변하지 않았다. 현재로서도 협회 가입 후 준회원 자격으로 3년이 지난 후 협회의 별도 규정(준회원 3년 차 해당 연도의 저작권 수입 순위에 따른 상위 00명 승격)에 따른 승격이라는 방식에는 회원들조차도 이해를 하지 못하겠다는 사례가 많다. 이 때문에 많은 수의 구성원들은 정회원들이 정관을 이용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 운영과 인사, 그리고 감사권을 독식하고 있다는 불만이 크다.

정회원들만이 투표권을 갖는다는 것은 당연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다. 한음저협은 정회원뿐 아니라 준회원과 신탁 계약자의 저작권 수입에서 공히 수수료를 떼어 협회의 운영 자금으로 쓰기 때문이다. 정관을 개정해야 한다는 협회 구성원들은 이런 점을 근거로 정회원 외에도 모두 투표권을 보장하는 정관으로 개정돼야 한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최근에 벌어진 23대 회장 선거 과정에서 그런 제도적인 문제점이 선거 결과에도 당락을 결정하는 적폐로 드러났다. 이번에 선출된 작곡가 홍진영 씨는 232표를 얻어 회장으로 선출됐다. 준회원까지 합한 투표권자의 비율로 따지면 1% 남짓의 표로 막중한 권리와 의무를 가진 한음저협의 회장으로 당선이 된 것이다.

하지만 다수의 저작권자들은 홍진영 씨가 표절 논란이 많은 작품자라는 점을 들어 회장 출마 자격에 문제가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하지만 투표권이 없는 관계로 이들의 의견은 묵살됐다. 만약 준회원도 투표권을 가지고 있다면 홍진영 씨가 당선이 됐을까?라는 물음표가 생긴 것이다.

홍진영 씨의 회장 당선에 분통을 터트리는 한 회원은 말한다.

"회장 출마는 정회원만 할 수 있는데 이번에 회장 당선된 사람은 정회원 자격을 얻게 된 바로 그 히트곡이 표절로 판명됐어요. 저작권자들의 대표라는 자격을 얻은 사람이면 단순한 협회 행정의 운영자일 수도 있지만, 저작권에 대한 존중과 보호에도 막중한 책임이 있는 상징적인 자리입니다. 저작권 보호 차원에서 보면 이번에 선출된 사람은 정회원 승격 자격도 없는 사람인 것이죠. 다른 사람이 내 저작권을 침해하고 빼앗아가면 협회장이 앞장서서 싸우고 막아야 하는 건데, 어떻게 다른 사람의 곡을 베낀 표절곡을 쓴 사람이 정회원도 되고 회장 출마를 할 자격이 있나요?"

박종규 방송작가

 

* 본 칼럼의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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