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산부'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워라벨]
'임산부'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워라벨]
  • 승인 2018.03.12 10:3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일상생활에서 임산부 대하기가 힘들어졌다. 산부인과 폐업이 속출하고, 유치원 학급이 줄어들고 초등학교가 문을 닫는다는 얘기가 실감나는 세상이다. 국가가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내놓지만 반응은 아직 신통치 못하다. 직장여성들에게 출산과 육아는, 직장과 맞바꿔야하는 선택이기 때문이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초혼 신혼부부 중 자녀를 출산하지 않은 부부는 전체의 36.3%로 전년보다 0.8% 증가했다.  맞벌이 부부 중 자녀가 있는 부부의 비중은 57.8%(평균 출생아 수 0.71명)로 외벌이 부부의 69.1%(평균 출생아수 0.88명) 보다 낮게 나타났다. 일과 여가의 균형을 추구한다는 '워라벨'이 요즘 트렌드이지만, 임산부에게는 먼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이런 와중에 CJ가 '임산부사원증'을 제작해 사내 배포한다고 12일 밝혔다. 평소 '생활문화기업'이라고 스스로를 얘기해 온 CJ스럽기도 하다. 

이 제도는 임신 초기의 경우 외형상으로 임산부라는 점을 알아보기 쉽지 않아 별도의 배려 장치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착안됐다. 그래서 임산부용 사원증은 눈에 잘 띄는 밝은 분홍색으로 결정됐다. 또 임신한 직원은 임산부용 사원증과 함께 근무환경에 유용한 지원용품들을 담은 '맘제일(MomCheil) 핑크박스'를 제공받는다. 이 박스는 전자파 차단 담요, 임산부용 차(茶)세트, 음료, 육아 서적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이 회사는 지난 해부터 정부의 출산장려정책에 맞춰 임신 초기와 후기에 1일 2시간 근로시간을 단축해 근무하는 '임신 위험기 단축근로'를 비롯해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일 전후로 최장 4주간 휴가를 부여하는 '자녀입학 돌봄휴가' 등을 시행하고 있다.

농협도 최근 농협중앙회 본관에서 '일ㆍ생활 균형을 위한 조직문화 개선' 일환으로 '임산부 배려 문화 확산'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날 김원석 농업경제대표이사는 임산부 직원에게 근무환경 개선 물품(전용의자, 화장품 등)을 지원하고 출산을 앞둔 직원, 어린 자녀를 키우는 맞벌이 부부 직원, 예비 부모인 결혼 5년차 이내 직원들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또 농협은 '임산부 배려 문화 확산' '남성 직원의 육아 참여 지원' '집중근무시간대 활성화' '연휴 DAY 도입' 등을 도입키로 했다. 
 
현대백화점도 일과 가정이 양립하는 문화를 만들기 위해 임산부 직원들을 위한 종합 지원 프로그램을 시행하기로 했다. 

현대백화점은 최근 임산부 직원을 대상으로 '예비맘 배려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에 시행되는 프로그램은 '임신 전(全) 기간 2시간 단축 근무' '임산부 직원 교통비(택시) 지원' '임산부 직원 전용 휴가 및 휴직제도 신설' 등이다. 현대백화점의 여성 직원 비중은 지난 2012년 33.2%에서 2015년 43.6%, 2016년 43.8%로 매년 늘고 있다.

임산부 직원들의 반응도 당연히 긍정적이다. 오는 5월에 출산 예정인 CJ 김지은 대리는 "임신한 직원들이 불편함 없이 근무할 수 있게 됐다. 또 여러 면에서 배려하는 제도와 문화가 정착, 확산되고 있음을 느낀다"며 "임신한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와 애사심 향상에도 영향을 줄 것 같다"고 말했다.

농협경제지주 이은주 과장은“임산부 전용의자와 전자파 차단용 무릎 담요 등이 직장생활을 하는 예비맘에게 꼭 필요한 물품이라 도움이 많이 되며, 회사에서 배려를 받고 있다는 마음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임산부 직원들을 위한 회사의 배려가 느껴진다는게 핵심이다. 

그러나 최근 한샘에서 최근 분위기에 역행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불법으로 임산부에게 야간·휴일 근무를 시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샘 사업주는 검찰에 기소 의견으로 송치될 것으로 보인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11월 7일부터 약 한 달간 한샘 본사에 대해 근로감독을 실시한 결과 임산부(임신 중이거나 산후 1년이 지나지 않은 여성)의 야간·휴일 근로 등 근로기준법 위반 사례를 다수 적발했다고 최근 밝혔다. 고용부에 따르면 회사 측은 임산부 16명에 대해 고용부 장관의 인가를 받지 않고 야간(오후 10시∼오전 6시)·휴일근로를 시켰다. 또 27명에 대해서는 시간외 근로 한도를 초과해 연장근로를 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부는 이와 함께 사내 성희롱 예방교육 미실시 건에 대해 과태료 200만원을 회사 측에 부과했다. 또 성희롱 행위자 징계 미조치 5건을 적발해 총 2천만원의 과태료도 내도록 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임산부를 위한 정책이나 프로그램은 이미 준비된 상태다. 그런데 그것을 실행하지 못한 '의지'가 문제일 것이다. 출산이 저조해지면 기업에게도 미래가 사라지는 것이다. 정부나 국가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워라벨'을 소비를 촉진시키는 단어로 사용하지 말고, 기업 경영이나 국가의 정책 아젠다로 삼을 일이다. 

박홍규 기자 4067park@bstoday.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법인명 비에스투데이(주)
  • 제호 비에스투데이
  •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24 한국프레스센터 14층
  • 대표전화 02-734-8131
  • 팩스 02-734-7646
  • 등록번호 서울 아 03833
  • 등록일 2015-07-21
  • 발행일 2015-08-31
  • 발행인 안병길
  • 편집인 이주환
  • 청소년보호책임자 박홍규
  • Copyright © 2018 BSTODAY - 비에스투데이.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bstoday.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