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그라든 현대그룹, 활로는 금강산관광-남북접촉에 기대감
쪼그라든 현대그룹, 활로는 금강산관광-남북접촉에 기대감
현대아산,2008년 관광객 피살사건 이후 10년간 이름만 유지
  • 승인 2018.03.09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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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관계가 해빙무드로 접어들면서 현대아산의 대북관련 사업 재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대북사업은 현대그룹의 상징과도 다름없지만 지난 10년 간 금강산 길이 막히면서 명맥만 겨우 남았다.
 

9일 재계에 따르면 남북이 오는 4월 3차 정상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하는 등 비핵화 논의가 급진전하면서 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사업 재개 가능성이 주목받고 있다.
 

2014년 현정은 회장이 금강산관광 16주년 기념행사에서 현대아산 임직원 등과 함께 기념식수를 하고 있다. /현대그룹 제공

현대아산과 현대그룹 측은 일단 신중한 반응을 내놓았다. 그룹 관계자는 "남북간 문제들이 하나씩 해결돼 전면적인 관계개선까지 이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해왔던 대로 일희일비하지 않고 담담한 마음으로 (대북 사업 재개에 대비해) 준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금강산 관광이 다시 시작되려면 많은 절차들이 남아있다. 금강산 관광은 2008년 박왕자씨 피격 사건 이후 전면 중단됐다. 우리 정부는 관광 재개의 조건으로 피격 사건의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약속, 한국 관광객의 신변안전 보장 등을 요구했지만 아직 북한의 답을 듣지 못했다.
 

여기에 유엔(UN) 대북 제재 문제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진상 규명이나 재발 방지, 신변안전 보장 등은 남북이 서로 협의하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이라며 "실질적인 관광 재개의 걸림돌은 UN 제재"라고 설명했다. UN 제재가 풀리려면 북·미 대화가 우선 이뤄져야 하고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북미·간 합의도 필요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조건들이 갖춰진 이후에나 금강산 관광 재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대그룹 내부에서는 대북 특사단의 남북 합의 내용이 파격적이라는 점에서 이번엔 관광 사업이 재개될 여건이 갖춰질 것이란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
 

현 회장이 대북사업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중견기업으로 전락한 현대그룹의 침체한 분위기를 뒤집을 기회가 될 수 있다.
 

현 회장이 대북사업에 두는 의미는 각별하다. 2003년 취임 직후부터 줄곧 대북사업에 끈질긴 의지를 보여왔다. "금강산 관광객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금강산 관광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그의 말은 유명하다.
 

사진은 2004년 7월의 금강산호텔 개관식 모습. /현대그룹 제공

대북사업은 고향이 이북인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숙원이었다. 1998년 소 1001마리와 함께 직접 북한을 찾고는 이듬해 현대아산을 세워 사업을 본격화했다. 2003년 현 회장의 남편인 정몽헌 회장이 불법 대북송금에 연루돼 투신을 하기도 했다.
 

게다가 현 회장은 지금 반전의 카드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에 놓였다.
 

현대그룹은 사실상 현대엘리베이터가 홀로 지탱하고 있다. 최근 몇 년에 걸친 혹독한 구조조정 과정에서 알짜배기 계열사인 현대증권과 현대상선 등을 모두 잃었다. 한때 재계 1위까지도 올랐지만 이제 자산규모 2조 원 수준의 중견그룹 신세가 됐다.
 

유일한 기둥인 현대엘리베이터 마저 최근 글로법 기업들이 국내시장에 진출면서 점유율을 위협받고 있다. 해외시장에서도 이렇다할 성과가 없다. 지난해도 매출은 늘었지만 수주 경쟁 심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대폭 감소했다.
 

올해 초에는 현대상선이 현 회장을 배임혐의로 고소까지 했다. 현 회장이 매각 당시 모든 임직원에게 삼계탕을 보내고 "이별이 아직도 와 닿지 않는다"는 편지까지 썼을 정도로 아꼈던 계열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속내가 복잡할 수밖에 없다.
 

현 회장은 남북 관계가 일촉즉발 위기에 놓인 올해 초 신년사에서 남북 화해를 갈망하는 메시지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군사적 긴장으로 인해 대화와 교류의 문이 닫혀있고 어두운 전망이 거론되지만 언젠가는 평화의 길로 접어들 것을 의심치 않는다"며 "선대 회장의 유지인 남북간의 경제협력과 공동번영은 반드시 우리에 의해 꽃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 회장은 또 지난 달 평창올림픽 기간 방남한 북한 삼지연관현악단 공연을 직접 관람했다. 

장도영 기자 tonio@bstoday.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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