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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쇼족' 때문에 알바는 찬밥을 먹는다
'노쇼족' 때문에 알바는 찬밥을 먹는다
  • 승인 2018.03.08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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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중반 서울 시내 닭갈비집에서 알바를 6개월 정도 한 적이 있다. 사무실이 밀집한 곳이었는데 점심시간에는 시장 난리통이 따로 없었다. 가끔 점심 예약하는 손님들이 있었다. 테이블을 비워두고 밑반찬만 놓고 기다리면 대부분 시간에 맞춰 잘 오셨다. 드물긴 했지만 사전 통보 없이 오지 않는 손님들도 있었는데 그리 신경 쓸 일은 아니었다. 올려 놓은 반찬만 치우면 됐다. 테이블이 놀았으니 사장님은 안타까워했는지 모르지만 알바 입장에서 손해볼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예약하면서 닭갈비 4인분 또는 볶음밥 3인분을 미리 철판에 조리해달라는 주문이 올 때는 신경이 곤두섰다. 다행히 때가 되어 예약 손님이 오면 좋은데 간혹 오지 않아 점심 매출과 식재료 손실로 사장님이 이중으로 낭패를 볼 상황이 발생하게 될 수도 있었다.

간혹 편의점 알바에게 점심 식사비를 주는 대신 유통기한 임박한 삼각김밥이나 컵라면 먹으라고 해서 비난 받는 점주들이 보도되곤 한다. 20년도 더 지난 닭갈비집 사장님과 지금의 일부 편의점 점주님들의 마인드는 대동소이한 것 같다. 결론을 얘기하자면, 닭갈비집 사장님은 낭패를 보질 않았다. 주인 잃어 식어 버린 닭갈비와 볶음밥은 알바의 식사가 되었다. 알바의 식사비가 굳은 것이다.

이번 달부터 식당을 예약하고 아무런 얘기 없이 오지 않는 이른바 '노쇼족(No-Show)'은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노쇼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에 외식업 위약금 규정을 도입, 시행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예약한 후 1시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취소하거나 나타나지 않으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없다.

하지만 이 규정에 강제성이 없고, 극히 일부 식당 말고는 대부분 영세 음식점들이 예약금을 미리 받을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다만 노쇼족에 금전적인 피해를 줘야 한다는 방향성에는 동의한다. 앞으로 다양한 사례들이 나타날 것이니 해당 기관에서 상황에 맞게 보완하지 않을까 한다.

2015년 현대경제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식당, 병원, 미용실, 고속버스, 그리고 소규모 공연장 등 5개 서비스 사업자들이 노쇼로 연간 4조5000억원의 매출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른 식자재, 이미용용품, 의료용품 등을 공급하는 업체도 함께 손해를 볼 수밖에 없는데, 그 손실은 연간 3조7800여억원에 달했다. 두 손실을 합하면 무려 연간 8조2800억원이다.

매출 손실에 따르는 고용 손실은 덤이다. 고용 유발계수(매출 10억원 당 신설되는 일자리의 수)로 계산해보면 고용 손실은 해마다 10만 8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었다. 비단 매출과 고용 손실뿐일까? 손님과 가게간의 불신과 신뢰 파괴는 오롯이 사회적인 손해다. 이는 계산 조차 불가능하다.

노쇼족들은 이런 피해와 손실뿐 아니라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할 것이 있다. 나타나지 않으면 동생이나 조카뻘 되는 알바생들이 고된 서빙 뒤 허기진 배를 찬밥으로 채울 수 있다는 점이다. 20년도 더 된 그때 점심으로 먹은 딱딱해진 볶음밥은, 마치 남이 먹고 남은 찬밥을 먹은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다시는 떠오르고 싶지 않은 추억이다. 그때를 생각하면…아직도 서럽다.

글쓴이 민강인, 공대를 졸업하고 20여 년간 금융업과 소매업에 종사했다. 최근 대학원에 진학해 '전략커뮤니케이션'을 공부 중이다. 요즘에는 사주명리학에 심취하며 ‘케렌시아(피난처)’와 '사회 소통 전문가'를 동시에 꿈꾸고 있다. strongman.min@gmail.com 

* 본 칼럼의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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