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링, 당구…그 즐거웠던 날들 ‘영미~ 고마워!!’
컬링, 당구…그 즐거웠던 날들 ‘영미~ 고마워!!’
  • 승인 2018.03.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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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학교 앞 태양당구장의 마지막 손님으로 나갔다가, 다음 날 첫 손님으로 입장한 경험이 있다. 그때는 당구가 어찌나 재미있었는지 모른다. 지하철을 타면 주변 사람들의 머리가 당구공으로 보였고, 잠을 자러 누우면 천장은 당구대가 되었다. 175cm 키에 50kg 겨우 넘는 깡마른, 허약 체질임에도 당구장에서 여섯 시간 서서 당구 치는 것은 거뜬했다. 피곤한 줄도 몰랐다. 

이제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컬링 도사다. 하우스, 티라인은 물론 스킵, 스위퍼, 테이크아웃, 프리즈, 히트 앤 롤이 무슨 의미인지 다 안다. 첫 경기를 보던 날 선수가 던진 첫 스톤이 원 안이 아닌 한참 위에 놓이는 것을 보고 ‘무슨 선수가 그리 힘이 없나’라고 혀를 찬 사람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젠 안다. 그게 가드라는 것을. 

컬링을 볼 때마다 든 생각은 당구였다. 스톤 커버도 노랗고 빨게 마치 당구공을 보는 듯했다. 투구자가 투구한 스톤이 자기편이나 상대팀 스톤을 맞고 그 스톤이 또 다른 스톤들을 연쇄반응 마냥 쳐내 하우스 밖으로 몰아내는 장면은, 마치 당구의 3쿠션을 보는 듯했다. 가드 스톤 옆을 스치듯 지나간 후 하우스 안의 상대 스톤을 히트 앤 스테이하는 모습에서, 당구 사구에서 상대 흰 공을 깻잎 한 장 차이로 비켜가며 빨간 공 두 개를 치는 것과 같은 스릴을 느꼈다. 

회를 거듭할수록 대한민국 대표팀의 작전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떤 스톤을 쳐야 득점이 되는지, 어떻게 쳐야 어떤 스톤이 밖으로 나가는지 예측할 수 있었다. 스톤의 반 정도 맞으면 내 스톤과 맞은 스톤은 대략 45° 정도 방향으로 튀어 나간다. 반을 기준으로 맞는 두께가 얇으면 내 스톤은 직선에 가깝게 가고, 상대 스톤은 45° 이상 좌 또는 우로 간다. 반보다 두껍게 맞으면 내 스톤은 45° 이상 좌 또는 우로, 상대는 직선에 가깝게 진행한다. 모두 당구에서 배운 지식이다. 동네 당구 30년의 연륜이다. 실은…당구 처음 배울 때 누구나 아는 기초 중의 기초다.

컬링에서 당구의 끌어치기와 밀어치기가 가능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끌어치기는 내 공이 다른 공을 친 후 뒤로 되돌아 오는 타법이고, 밀어치기는 내 공이 다른 공을 친 후 멈추지 않고 앞으로 전진하게 하는 타법이다. 두 타법이 가능하다면 10엔드 4점 뒤지고 있어도 한 큐(스톤)에 동점을 만들 수 있다. 찍어치기(일명 맛세이)가 있다면 어떨까? 하우스 중심에서 상대 스톤을 아웃시키면서 힘 조절로 내 스톤은 정확히 중심에 있게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상상만으로도 즐겁다. 

대한민국 컬링은 누군가에게는 애국심을, 다른 이에게는 스릴을 전하며 즐거움을 선사했다. 필자에게는 30년 전 태양당구장에서 느꼈던 첫 큐대의 손맛을 느끼게 해줬다. 오랜 만에 방 천장을 당구대로 상상했다. 

대한민국 여자–남자 컬링팀,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즐거웠던 날들이었습니다.

덧붙인다면, 마침 당구계에도 낭보가 날아 들었다. 올림픽 폐막식이 있었던 지난 달 25일 최성원(부산시체육회)–강동궁(동양기계) 3쿠션 복식팀이 독일 비어센에서 열린 ‘2018 세계팀 3쿠션 선수권’ 결승전에서 오스트리아팀을 누리고 우승을 차지했다는 소식이었다. 한국 3쿠션 사상 최초의 세계선수권 2연패다. 

글쓴이 민강인, 공대를 졸업하고 20여 년간 금융업과 소매업에 종사했다. 최근 대학원에 진학해 '전략커뮤니케이션'을 공부 중이다. 요즘에는 사주명리학에 심취하며 ‘케렌시아(피난처)’와 '사회 소통 전문가'를 동시에 꿈꾸고 있다. strongman.min@gmail.com 

* 본 칼럼의 내용은 본보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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