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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난민' 북극곰

30년 만에 눈이 내렸다는 미국 플로리다주에선 몸이 꽁꽁 언 녹색 이구아나들이 줄줄이 나무에서 떨어진 채 발견됐다. 동부 버지니아주 리치먼드 연못에선 고니의 몸 일부분이 얼음 속에 갇히고 말았다. 느닷없이 찾아온 추위는 동물들에게도 청천벽력과 같은 사건이 되고 있다. 

최근 북미 지역을 강타하고 있는 '최강 한파'와 '겨울 폭풍'이 모두 북극 한파 때문이라고 한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북극 기온이 상승하고, 극지방과 중위도 지방 간 기온 차이가 상대적으로 줄어들면서 공기 소통을 막아주는 제트 기류가 약해져 북극의 찬 공기가 남하한 것이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북극의 위기는 대표적인 '기후 난민'으로 손꼽히는 북극곰에게도 최악일 수밖에 없다. 해빙에 의존해 살아가는 북극곰은 기후변화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중요한 지표종으로 북극 생태계 전반과 기후변화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 한 달여 전 해양생물 보호단체 '시 레거시(Sea Legacy)'의 공동 설립자인 폴 니클렌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1분짜리 짧은 영상이 전 세계인을 울렸다. 

캐나다 배핀 섬에서 촬영한 이 영상은 몹시 야윈 북극곰 한 마리가 금세라도 쓰러질 것 같은 몸을 움직여서 먹이를 찾아나서는 모습이 담겼다. 급기야는 사람들 거주지 근처를 배회하다 쓰레기통을 뒤지는 모습으로 이어졌는데 니클렌은 "이 북극곰은 늙은 게 아니라 굶주림으로 서서히 죽어가는 중"이라고 말해 충격을 더했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기후 변화를 주범으로 지목했다. 기온이 상승하고 해빙이 녹아내리면서 북극곰이 점점 먹이를 찾기 힘들어진 것이다. 

지난 주말 부산에서 열린 '제31회 해운대 북극곰 수영축제'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올해도 6000여 명의 '인간 북극곰'이 차가운 겨울 바다에 뛰어드는 결기 찬 모습을 보여 주었다. 행사 참가자는 물론이고 그들을 지켜본 수많은 이가 단 한 번만이라도 '북극곰의 눈물'로 은유되는 지구온난화 문제에 대해서 생각했으면 좋겠다 싶었다. 북극곰의 굶주림과 '최강 한파'는 같은 연장선상이다. 

북극은 멀지만 북극의 위기는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오는 11~12일 우리나라에 또다시 강추위가 찾아올 예정이란다. 북극곰과 인간, 다 같이 안녕한지를 물어야 할 시대다. 

김은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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