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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방 전쟁
책가방 전쟁
  • 승인 2018.01.0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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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한 디자인에 뛰어난 쿠션감, 그리고 통기성·내구성·경량성은 기본이다. 친환경 특수 원단과 튼튼한 사각 프레임, 다양한 수납 공간, 보온·보랭 기능을 가진 물병주머니까지. 이 정도에 놀라면 곤란하다. 버튼을 돌리는 방식으로 손쉽게 어깨 끈이 조절되고, 무게를 분산하는 인체공학적 설계가 척추만곡증이나 골반불균형도 예방한다. 표면에 반사필름과 야광이 적용되거나 끈에 호루라기가 달린 것도 있다. 위험에 대비해 안전을 지킨다는 아이디어다.
 
요즘 초등생 책가방은 단순히 책만 넣고 다니는 가방이 아니다. 부착된 센서가 집 안의 단말기와 연결돼 아이의 귀가와 외출을 스마트폰 앱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제품도 나왔다. 해외 브랜드 중에는 물에 빠졌을 때 뜨는 부력이나 지진 발생 때 머리를 보호하는 기능도 보인다. 

책가방 시장이 뜨는 이면에 '골드 키즈'가 자리한다. 저출산 시대에 생겨난 이 신조어는 외둥이로 태어나 왕자나 공주처럼 대접받는 아이를 뜻한다. 귀한 아이를 위해 부모는 물론 양가 조부모·고모(이모)·삼촌까지 8명의 지갑이 열린다는 '에잇 포켓' 현상도 이와 관련된 용어다. 책가방 한 개를 몇 년 동안 사용하는 건 옛날 얘기다. 최근엔 학년마다 책가방을 새로 사거나 두세 개를 구입해 바꿔가며 메는 경우도 많다. 

새해가 열리기도 전에 이미 시작된 책가방 전쟁이 새 학기 전, 설을 앞두고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가격이 점점 고가화해 웬만한 유명 브랜드는 10만 원을 훌쩍 넘고 명품 브랜드는 100만 원에 육박한다. 그런데도 백화점을 비롯한 각종 매장에선 제품이 없어 못 판다는 얘기가 들린다. 1년 전 4000억 원 규모에 달했던 국내 초등생 책가방 시장은 해마다 성장 추세다. 

부모의 등골을 빼먹는다는 '등골 브레이커'가 처음 등장한 게 고가 노스페이스 패딩점퍼 열풍이 불었던 2011년 겨울이다. 뒤를 이어 지난해엔 롱패딩이 중·고생 학부모들의 허리를 휘청거리게 했다. 이제 초등생 책가방으로까지 내려온 걸까. 어쩌면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전쟁은 시작된 건지도 모른다. 부모가 장만한 유모차에서부터 경제적 계층 차이는 확연하다. 하나뿐인 자녀를 최고로 키우고 싶은 것이 부모 마음이다. 자신은 상처받아도 아이의 상처는 원치 않는다. 이런 마음을 이용해 구매를 부추기는 자본주의의 상술, 참 무섭다.

김건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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