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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라이프
원더풀 라이프
  • 승인 2018.01.05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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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원더풀 라이프'는 인생과 행복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안다미로제공

국내에 꾸준히 신작을 선보이는 일본 감독들 중 현재 가장 확실한 티켓 파워를 가진 이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일 것이다. 그는 영화감독 데뷔작인 '환상의 빛'(1995)으로 베니스 영화제에 초청된 이후, 칸 영화제의 단골손님이 되면서 20년 넘게 세계 영화팬들의 주목을 받아왔다.

삶과 죽음, 범죄와 윤리, 가족과 커뮤니티 등 다양한 소재와 이슈를 다뤄왔지만 그의 영화가 일관되게 천착하고 있는 것은 형식에 대한 고민이다. 

방송 다큐멘터리스트로서 먼저 이력을 쌓았던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서 그것들을 교차시키고 허물어뜨림으로써 얻게 되는 효과에 대해 줄곧 탐구해왔다. 1998년 작인 '원더풀 라이프'는 그가 오리지널 시나리오를 쓴 첫 연출작으로, 이러한 그의 관심사가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다. 

설정도 무척 신선하다. 죽어서 '림보'에 도착한 사람들은 모두 "천국에 가지고 갈 단 하나의 기억을 골라야 한다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들은 사흘 안에 이 질문에 대답해야 하고, 선택된 기억은 림보 직원들에 의해 영상으로 재현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각본을 쓰면서 인터뷰한 수많은 일반인들 중 몇 명을 영화에 캐스팅했는데, 그들이 등장하는 장면에는 돌발적인 대사와 행동들이 포함돼 있다. 가령, 빨간 구두를 신고 춤을 췄던 어린 시절을 선택한 할머니가 아역 배우에게 춤을 가르쳐 주는 장면에서 할머니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 디테일들 때문에 당황하는데, 그 실제 상황이 영화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과거에 있었던 일과 기억의 어긋남, 그래서 그 추억과 재현 사이에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간극은 대개 다큐멘터리 재연 영상이 가지는 한계 혹은 특성을 드러내지만, 이 영화에서는 반대로 픽션이라는 외피 안에 사용된 논픽션적 요소로써 오히려 영화적 현실에 신뢰를 더하는 역할을 한다. 

비전문배우들이 추억을 재현하는 현장에서 촬영한 메이킹 필름을 삽입한 부분도 눈에 띈다. 실험적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이러한 시도들을 통해 고레에다 히로카즈가 추구한 것은 '재현'을 뛰어넘는 '생성'이었다.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바다출판사) 비전문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당황하는 순간과 그들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고 이런 저런 고민을 이야기 하는 순간은 완전히 반대 방향에서 관객들에게 이 상황이 매우 현실적이라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20년 전만큼 두드러져 보이지는 않을지라도 영화의 형식에 대한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탐구와 실험은 계속되고 있다. 그 흐름에 주목해 보는 것은 그의 작품을 관람하는 즐거운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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