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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구 박사의 글로벌 時事 펀치] 일본은 없다

일본 아사히신문의 하코다 데쓰야 국제담당 논설위원은 지난 1일자 `사설 여적(余滴)'이란 칼럼에서 트럼프 대통령 방한시 `독도 새우'를 만찬 메뉴에 올린 한국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서울지국장을 지낸 그가 한국에 대해 잘 알고 누구보다 애정을 가지고 있는 지한파라는 것을 잘 아는 필자로서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하코다 위원은 우리말로 옮기기 어려운 `아마에(甘え)'를 이유로 들었다. 응석이나 어리광이란 의미이지만, 일본어 아마에는 좀 더 복잡하고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아마에'의 상대는 호의를 가지고 있어 도를 크게 넘지 않는 한 참는다. 1965년의 국교정상화 이후의 한일관계를 보면 식민지 지배 피지배라는 부(負)의 역사도 있지만 경제력에서 월등히 앞선 일본이 `형'의 입장에서 `아우'인 한국의 조금은 무리한 요구도 받아들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이 세계 10위의 국가로 성장하면서 양국은 국제무대에서 경쟁하는 상대가 되었다. 2012년 8월 전격 독도방문으로 한일관계를 냉각시켰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해 일본의 빈축을 샀다.


이런 가운데 제기된 `아마에'의 배경에 한국은 북한 문제를 안고 있는 분단국가이며, 대국도 아니고 피해자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질 것이라고 생각해 행동했다면 주변의 이해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하코다 위원의 지적에는 공감할 수 없다. 독도 새우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의 국빈만찬 초대가 청와대 누구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문재인 대통령 측근들의 머릿속에 `일본은 없다'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일본은 없다'란 책이 1990년대 베스트셀러가 된 적이 있다. 일본과 일본인의 모습을 극단적으로 왜곡했던 이 책의 저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다가 변신해 탄핵에 몰린 박 전 대통령을 신랄하게 비판했던 전 국회의원인 전여옥 씨다. 이 책은 KBS 도쿄특파원 시절의 전 씨가 알고 지내던 재일 르포작가 유재순 씨의 원고와 아이디어를 훔쳤다고 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지난 4일 한미 공군은 최신예 전투기와 스텔스 폭격기 230여대를 동원한 역대 최대 규모의 공중훈련인 `비질런트 에이스' 훈련을 시작했다. 또 제프리 펠트먼 유엔사무차장이 5일부터 나흘간 북한을 방문 중에 있다. 문 대통령은 오는 13일부터 16일까지 취임 후 처음으로 중국을 국빈 방문한다. 예상을 훨씬 초월하여 강화되고 있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우리 정부의 군사적·외교적 해결 의지와 노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지난 11월 29일 새벽 북한은 새로 개발한 `화성-15' 미사일을 시험발사했으며, 정부 성명을 통해 "국가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케트강국 위업이 실현되었다"고 선언했다. 북한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 없지만 문 대통령은 이날 아베 총리와의 전화회담에서 대북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취임 후 6개월이란 짧은 시간 동안 한국의 대통령이 일본 총리와 지금처럼 많이 만나고 전화통화를 한 적이 없다. `평화 공존과 공존 번영'이라는'문재인 정부의 한반도정책'(통일부 자료)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중국만이 아니라 일본의 협력도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문 대통령이 여러 번 강조했듯이 한반도에서 전쟁, 특히 핵전쟁은 막아야 한다. 지난달 29일자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1차 북핵위기 때 미 국방장관이었던 윌리엄 페리는 순항미사일로 영변을 폭격하기 위한 군사작전계획을 작성했으며, 이를 위해 미군 3만 명을 한반도로 증파하는 문제를 한국 정부와 협의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하타 쓰토무 일본 총리에게도 전달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사작전을 실행에 옮기지 않았던 것은 공격실행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그 결과가 바람직하지 않아서였다. 현 단계에서 북한 미사일이 미국 본토에 도달하지 못하고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할 수 없다고 해도 한일 양국은 북한의 미사일 사정권 안에 들어간 지 오래다. 한국과 일본은 현실적으로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을 가장 피부로 느끼는 나라다.


그렇지만 식민지 지배와 피지배라는 과거역사문제는 안보 면에서의 한일 양국의 협력을 어렵게 하고 있다. 양국은 당면한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면서 `제재와 압박'을 `대화와 교섭' 국면으로 어떻게 전환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또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일본 국내의 반일친북 이미지를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가 합의한 셔틀 정상외교를 조기에 복원하고, 역사문제가 양국관계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야 한다. 조만간 발표될 외교부의 위안부 합의 검증 TF의 검증 결과는 향후 한일관계의 방향성을 결정하는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이다.

 

 

 

 

 

조진구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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