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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자 메시지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25년

1992년 12월 3일, 영국의 통신 회사 '보다폰'의 단문메시지서비스(SMS) 개발 팀 일원이던 닐 팹워스는 사무실 컴퓨터를 이용해 짧은 한 줄을 쳤다. "메리 크리스마스." 이 내용은 한창 파티를 즐기고 있던 자신의 상사인 리처드 자비스의 휴대전화로 보내졌다. 노키아의 초기 휴대폰 '오비텔901'을 쓰던 리처드는 답신은 하지 못했다. 그때만 해도 폰엔 문자판이 없어 메시지를 입력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요즘 같으면 별것 아닌 이것은 세계 최초로 발송된 문자메시지로 역사의 한 장을 장식했다. 이듬해인 1993년 노키아는 문자 전송이 가능한 휴대전화를 상용화했다. 
  
그로부터 25년, 문자메시지는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 왔다. 보다 진화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메신저 등에 밀리는 감도 없진 않지만 문자메시지의 대중성도 무시할 순 없다. 통화할 만큼 친하지 않은 친분 관계나 음성 통화를 하기엔 좀 멋쩍은 상대에겐 먼저 문자를 보내는 게 예의처럼 되어 간다. 경조사를 알릴 때도 마찬가지다. 

신용카드 사용 내역에서부터 행사 초대장, 회사 공지문 안내 등은 물론이고 지진이나 태풍 같은 긴급 재난이 발생해도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 심지어 말로 하면 미안해서 보내는 문자,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 날씨가 추우니까 옷 잘 챙겨 입으라는 당부에 이르기까지 마음이 담긴 따뜻한 메시지로도 읽힌다.  
  
문자메시지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는 알 수 없다. 환경의 요구에 따라 점점 더 세련된 다수의 의사소통 방식으로 변형돼 갈 것이라는 예상은 가능하다. 

여담이지만 얼마 전 스마트폰이 고장 났는데 사흘 만에 복구했다. "고 ○○○님께서 ○월 ○일 별세하셨기에 삼가 알려드립니다." 본인 상을 당한 모바일 부고장 하나가 뒤늦게 배달됐다. '그녀'의 발인은 이미 끝난 뒤였다. 마지막 가는 길을 가 보지 못해 미안했다. SNS만으로도 충분히 소통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동료 중엔 한 달에 한두 번 본가와 처가를 찾아서 '기계치'인 두 어머니의 문자메시지를 일일이 지우면서 읽어 드리는 경우도 있다. 좀 더 빨리 알려 드렸으면 좋을 사항을 뒤늦게 읽어 드릴 땐 본인이 미안해지더라고 했다. 문자메시지가 나쁜 건 아니지만 때론 음성이, 면 대 면이 필요한 이유다. 

연말연시가 다가온다. 이번만큼은 '영혼 없는' 단체 문자 대신 꼭 필요한 곳이라면 말 한마디라도 살갑게 건넬 수 있기를 바란다. 

김은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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