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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온 파이어
브레인 온 파이어
희소 뇌질환 극복한 저널리스트 '수잔나' 그린 실화
  • 승인 2017.12.01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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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브레인 온 파이어'는 희귀병에 걸린 한 저널리스트가 이를 극복해나가는 이야기를 그린다. 도키엔터테인먼트 제공

겨울을 견딜 수 있는 건 언젠가 봄이 올 것을 알기 때문이다. 사람은 고통의 무게가 아니라 그것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음에 절망한다. 병마와 싸우는 이에게 어쩌면 죽음을 선고받은 것보다 더 무거운 절망은 자신이 무엇 때문에 아픈 건지 이유를 알 수 없을 때일지도 모르겠다. '브레인 온 파이어'는 원인을 알 수 없는 병과 싸우는 한 여성의 괴로움을 따라가는 영화다.

스물한 살 수잔나(클로이 모레츠)는 매사 당당하고 자신감 넘친다. 꿈꾸던 직장인 뉴욕 포스트에 입사해 세상을 다 가진 것만 같은 기쁨도 잠시 그녀는 어느 날부터 알 수 없는 피로에 시달린다. 계속된 불면증과 집중력 저하에 병원을 찾아 여러 검사도 해보지만 원인을 알 수 없다. 그러는 사이 증상은 점점 심해져 환청에 시달리고 급기야 발작까지 이어진다. 원인을 찾을 수 없자 동료들은 그녀가 약물 중독이 아닌지 의심하고 이에 격분한 조안나는 폭력적인 반응까지 보인다.

고통의 과정 구체적으로 응시
주변 인물에 감정이입하게 돼

정체불명의 희귀 뇌질환에 걸린 수잔나의 삶은 점점 피폐해진다. 육체적인 고통보다 괴로운 건 이유를 알 수 없는 상황 때문에 벌어지는 오해와 불안감이다.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증상만을 놓고 쉽게 정신병이라 판단하지만 가족들은 그녀를 포기하지 않는다. 수잔나 카하란의 동명의 논픽션 수기를 영화화했는데 원작인 책은 정신질환으로 오해받는 증상 때문에 고통받은 그녀의 체험과 주변 사람들의 증언을 회고록의 형태로 재구성했다. 부모와 주변인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희귀병을 밝혀냈고 이후 뇌장애 질환 치료에 보탬이 되었다는 점에서 일견 '로렌조 오일'(1992)을 연상시킨다.

하지만 '브레인 온 파이어'(7일 개봉)는 주인공이 아니라 차라리 그 주변인물에 감정이입하고 바라보게 되는 영화다. 대개 이와 같은 소재를 영화화 할 때 이를 극적으로 재구성하기 마련인데 제라드 배렛 감독은 이를 최대한 자제하고 고통의 과정을 구체적으로 응시한다. 수잔나는 육체라는 감옥에 갇혀 끊임없이 괴로워하지만 주변인들은 해줄 수 있는 게 없다. 아무 해결의 기미 없이 누군가의 고통을 바라보는 건 사실 꽤 지치는 일이다. 답답함과 안쓰러움이 교차하는 와중에 점점 무감각해지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 사실이 섬뜩하게 자각될 때 영화는 실낱같은 해결의 실마리를 제시한다.

드라마적으로는 실패에 가깝다. 눈물을 쥐어짜 내는 방향으로 인물을 몰고 가지 않기 때문에 감동과는 거리가 멀다. 수잔나 역의 클로이 모레츠가 감정적으로 모자란 부분을 메우기 위해 고군분투 해보지만 역부족이다. 마지막 10분 남짓 메디컬 드라마의 면모를 발휘하지만 이미 주변인은 물론 관객마저 지쳐버린 상태다. 그럼에도 희귀정신질환을 앓는다는 게 어떤 일인지, 끝내 포기하지 않는 의지가 왜 중요한지 건조하게 자각시킨다는 점에서 짚어볼 만한 지점이 있는 영화다.

 

송경원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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