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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등장하는, 부채 탕감
동서 고금을 막론하고 등장하는, 부채 탕감
  • 승인 2017.12.01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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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 문명과 역사를 함께하는 것이 채권-채무 관계다. 도저히 갚을 수 없는 빚을 갚지 않아도 되게 해 주는 부채 탕감 역시 그만큼 역사가 깊다. 메소포타미아에서는 BC 2400년에 왕이 모든 부채를 탕감하는 칙령을 발표했다. 고대 유대 사회에는 50년마다 한 번씩 오는 안식년인 '희년'에 모든 부채를 탕감하고 빚 때문에 노예가 된 사람은 해방시키는 율법이 있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정치지도자 솔론이 BC 594년 단행한 '솔론의 개혁'의 핵심 내용도 부채 탕감이다. 빚 때문에 빼앗긴 토지를 되돌려주고 노예가 된 사람은 자유의 몸으로 풀어줬다. 

서양 뿐만 아니라 우리 역사를 살펴봐도 부채 탕감이 드물지 않게 등장한다. 신라 문무왕 때에 어려운 백성의 빚을 탕감하고 이자 면제를 단행했다는 기록이 있다. 또 조선시대에도 흉년이 들거나 나라에 경사가 있으면 춘궁기에 빌려주었다가 추수 후에 되돌려 받는 곡식인 환곡과 같이 백성이 나라에 진 빚을 탕감해 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물론 이와 같은 빚 탕감을 악용해 나라에서 탕감해 준 빚을 끝까지 받아 내 사욕을 채우는 관리도 적지 않아 문제가 되기도 했다.

정부가 상환능력이 없는 장기 연체 소액채무를 탕감해 주는 장기소액연체자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10년 이상 갚지 못한 원금 1000만 원 이하의 빚을 내년 2월부터 신청을 받아 심사를 거쳐 없애 준다는 것이다. 재산이 없고 월 소득이 99만 원 이하인 159만 명이 대상으로, 탕감될 채무 원금은 최대 6조 2000억 원에 이른다. 부채 탕감은 역대 정권마다 등장하는 단골 공약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 때는 720만 명에 대한 신용대사면이, 박근혜 정부에서는 322만 명에 달하는 채무불이행자 빚 탕감 공약이 있었다. 

부채 탕감에 대해서는 반대의 목소리도 작지 않다. 성실하게 빚을 갚은 사람이 오히려 손해를 보기에 형평성에 문제가 있고, 버티면 된다는 도덕적 해이가 확산될 수 있다는 것 등이 주요 이유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역사에서 부채 탕감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그만큼 빚으로 인해 고통을 받은 서민이 많았고, 그것이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해결책을 개인에게만 맡겨 두지 않고 국가나 사회가 나서는 지혜를 발휘했다는 점은 되새겨 봐야 할 대목이다.  

유명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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