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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빛나는'] 시력 잃어가는 남자와 영화 음성 해설 만드는 여자
[영화 '빛나는'] 시력 잃어가는 남자와 영화 음성 해설 만드는 여자
  • 승인 2017.11.2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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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빛나는'은 가와세 나오미 감독 특유의 서정적 연출과 유려한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미사코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영화 음성 해설을 만들고 있다. 그녀는 일상에서도 자신이 보고 있는 것을 어떻게 말로 묘사해야 할지 연구하는 등 열정을 가지고 이 일에 매달린다. 그러나 모니터링 모임에 참여하는 시각장애인들은 그녀에게 더 높은 수준의 해설을 요구하고, 그녀는 번번이 좌절한다. 그중에서도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포토그래퍼 나카모리의 지적은 늘 날카롭다. 해설이 많으면 상상할 여지를 주지 않는다고 불만을 표시하고, 해설을 생략하면 피해간다고 꼬집는 나카모리에게 미사코는 공격적으로 반응하고 만다.

미사코에게 요구되는 많은 자질들은 영화를 향한 시각장애인들의 갈망에서 비롯된다. 그들은 적확한 양의 해설, 객관적이면서도 생생한 묘사는 물론이요 영화에 대한 작가의 깊이 있는 해석이 곁들여질 때만이 영화를 듣는 동안 온전히 그 안으로 들어가 거대한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사코는 영화감독을 만나 인터뷰를 하기도 하고, 눈을 감고 거리를 걸어 보기도 하지만 갈피를 잡지 못한다. 문학 작품을 영화화시킬 때 감독들이 끝없이 고민하는 것들을 그녀는 지금, 반대로 하고 있다. 이미지를 어떻게 언어로 옮길 것인가.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친절하게, 정확하고 깊이 있게. 그것이 '본다'라는 '축복'을 받은 그녀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여기에는 사실 연출가의 고민이 그대로 투영되어 있다. 데뷔 20년차, 칸영화제에 일곱 번이나 초청된 세계적 감독 가와세 나오미는 '빛나는'(23일 개봉)을 통해 영화의 본질과 기능에 또 한 번 질문을 던진다.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완벽히 전달하기 위해 관객들의 감각을 꿰뚫고자 하는 열정과 그에 상응하는 좌절감, 약간의 성취감과 희열 등이 미사코의 상황과 감정변화를 통해 잘 전달된다.

영화의 사운드, 특히 음성 언어로 빛의 예술을 오롯이 표현해내는 것은 미사코와 나카모리가 그녀에게 던져준 또 하나의 과제다. 전작들에서 능란하게 연출해왔던 것처럼 가와세 나오미 감독은 두 인물의 관계와 교감을 통해 영화 속 영화와 자신의 영화를 동시에 완성시킨다. 시력을 완전히 상실한 후 자신의 심장과도 같았던 카메라를 던져버린 나카모리를 생각하며 마사코가 눈물을 흘리는 대목은 '가장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적이 있는 사람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공감능력이며, 이는 가와세 나오미 감독의 영화들이 가진 문화를 초월한 에너지의 원천이기도 하다. 익스트림 클로즈업과 햇살이 무짓개 빛으로 들어오는 방, 영화 해설 내레이션과 서정적인 피아노 선율 등 빛과 소리의 균형이 영화의 주제를 잘 감싸 안고 있는 작품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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