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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종학과 고든 램지
홍종학과 고든 램지
  • 승인 2017.11.23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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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은 다른 지역보다 유독 소주가 강세를 보여 왔다. 보수적인 부산·경남 사람의 입맛도 세월 따라 바뀌는 모양이다. 올해 부산·경남지역 이마트에서는 수입 맥주 매출이 소주 매출을 처음으로 넘어섰다. 맛과 향의 다양성, 취향에 따라 골라 먹을 수 있어서 맥주가 인기란다. 
 
요새 맥주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둘 있다. 먼저 우여곡절 끝에 21일 임명된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다. 맥덕(맥주 덕후)들은 홍 장관을 '맥주 대통령'이라고 부른다. 서울의 한 맥줏집에서는 '홍종학 에일'이라는 맥주까지 팔 정도다.

이런 대접을 받는 이유는 2013년 그가 발의한 '주세법 개정안' 때문이다. 2014년 4월부터 시행된 주세법 개정안으로 소규모 맥주 양조장에서 만든 맥주의 외부 유통이 가능해졌다. 카스나 하이트밖에 없는 대기업 독과점 시장이었던 한국 맥주 산업의 판도를 뒤바꾸어 놓았던 것이다.  

또 한 명 단골 맥주 안주로 입에 오르는 인물은 세계적인 유명 셰프 고든 램지다. 그는 카스 맥주 모델이 되어 광고에서 카스를 마시고는 '블러디 프레시(Bloody Fresh, 끝내주게 신선하네)'라고 외쳤다. 최근에는 한국을 방문해 각종 방송에 출연하며 "한국 맥주에 대한 혹평은 한식 문화를 제대로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자신 있게 분석했다. 

이코노미스트지의 기자 다니엘 튜더가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고 쓴 기사에 대해서도 "나중에 그 기사를 쓴 기자를 만나면 엉덩이를 한번 차야겠다"고 허풍을 쳤다. 맛은 상대적이라 내가 맞고 남이 틀렸다고 할 수는 없다. 따져 보니 다니엘 튜더는 한국 맥주에 대한 비판으로 한국 맥주 맛이 좋아지는 데 기여했다. 고든 램지는 무엇을 가져가고 무엇을 우리에게 남겼을까. 맥주 맛 대신 돈맛에 '블러디 프레시'를 외친 건 아니었을까. 

단지 더 맛있는 맥주를 먹고 싶었던 맥덕들에게 이번 장관 임명 과정은 씁쓸했다. '혼자만 잘살면 무슨 재민겨!' 초선 국회의원 시절 홍종학의 홈페이지에 내걸렸던 슬로건이다. 구린 돈 냄새는 사람의 눈과 입을 막고 판단을 흐리게 만들어 왔다. 쌉싸래한 맥주를 한 모금 마시고, 다들 초심으로 돌아간 청량감 넘치는 세상을 꿈꾼다. 

박종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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