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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명하복과 정약용, 상관의 부당함은 거절해라
상명하복과 정약용, 상관의 부당함은 거절해라
  • 승인 2017.11.1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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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산 정약용이 황해도 곡산 부사로 있을 때였다. 감사가 급한 공문을 보내와 은광의 광부를 200명 징발해서 정조의 호위부대인 장용영의 둑 쌓는 일을 지원하라고 재촉했다. 그런데 그는 감히 말을 듣지 않았다. 백성들의 부역은 가능한 한 줄여야 하고, 설사 그렇다 해도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 현명한 목민관이라는 믿음에서였다. "상사의 명령이 공법에 어긋나고 민생에 해를 끼치는 것이면 마땅히 의연하게 굽히지 말고 확연히 자신을 지키도록 할 것이다." "비록 상사가 독촉하더라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있어야 한다." '목민심서' 봉공(奉公) 편 예제(禮際)·수법(守法) 조항이다. 다산의 '목민심서'는 '공직자의 바이블'이다. 상관의 명령이 법에 어긋나거나 백성에 이롭지 못하면 반드시 거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곳곳에 있다. 

다산은 상관의 부당함을 결코 지나치지 못했다. 섬에서 귀양을 살던 한 처녀가 하급관리의 성희롱에 시달리다 못해 바다에 투신자살하는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그 지방의 현감은 상부에 돈을 뿌렸고, 상급기관의 장은 이를 눈감아 주었다. 비리를 척결해야 할 암행어사마저도 모른 체했다. 다산은 '보고 라인'이 이렇듯 비리에 의해 붕괴되는 것에 대해 분노했다. 

이런 일이 봉건 시대인 조선에만 있었던 게 아니다. 상명하복은 지금 '민주국가'라는 대한민국의 견고한 한 풍경이기도 하다. 상명하복의 위계질서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폐해가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최순실게이트다. 최근에는 군 사이버사령부 심리전단이 불법적인 정치 댓글공작을 벌였는데, 국방부장관이 적극 개입했고 그 뒤에는 대통령의 지시가 있었음이 드러났다. 부당한 지시가 아래를 타고 내려간 건 국정원 댓글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상명하복의 어두운 그늘은 검찰, 군대, 기업, 병원 등 한국 문화 전반에 드리우지 않은 곳이 없다. 

상관의 부당한 명령이나 지시에 대한 아랫사람의 입장은 어떤 것이어야 하나. 다산은 이렇게 이르고 있다. "상관이 무례하면 벼슬을 버려야 한다. 자리를 잃을까 두려워하고 겁먹은 말씨와 표정이 얼굴에 있으면 상관이 업신여겨 계속 독촉하게 된다." 이런 마음으로 윗선의 지시를 거절한 사례도 많다. 인류는 그렇게 진보해 왔다. 

김건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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