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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뉴니스', 안정감 '순애보'와 해방감 '개방연애' 사이 끊임없는 갈등
  • 윤성은 영화평론가
  • 승인 2017.11.1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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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뉴니스'. 영화사 진진 제공

시대가 빠르게 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 사람을 향한 순애보가 영화와 유행가의 단골 소재로 유효한 것은 역설적으로 그것이 인간의 본성과는 먼 감정 혹은 행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영화들에서 불륜, 자유연애주의자 등은 종종 한 사람을 향한 순정이 얼마나 고결한 것인지 보여주기 위한 장치로 등장해왔다. 그에 비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연인에게 매여 있지 않고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을 서로 허용해주는 '개방연애'에 대해 털어놓은 작품은 드물다. 그 발상 자체가 지나치게 파격적이라는 이유도 있겠고, 무엇보다 공감을 유도해낼 만큼 스크린에 '제대로' 옮겨놓는 데는 부담이 따랐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9일 선보인 '뉴니스'는 보다 솔직하게, 그리고 성공적으로 동시대의 사랑을 묘사한 영화다. 데이팅 앱에 올라온 사진들을 빠르게 넘기는 주인공들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이 영화는 자칫 가볍고 천박해질 수 있는 소재에도 불구하고 캐릭터, 서사, 영상 표현 등 모든 면에서 과감함과 신중함의 균형을 적절히 맞춰 나감으로써 고급스러운 요리를 완성했다. '라이크 크레이지'(2011), '우리가 사랑한 시간'(2015), '이퀄스'(2016) 등 독특한 감성의 로맨스 영화로 정평이 나 있는 드레이크 도리머스 감독이 이번에는 메가폰을 잡고 좀 더 논쟁적인 이슈를 꺼내 들었다.

데이팅 앱을 통해 만난 '마틴'과 '가비'는 한동안 뜨겁게 사랑하지만, 그 온도만큼 권태도 빨리 찾아온다. 등을 돌리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다 잠이 들던 두 연인은 곧 다른 사람에게 눈을 돌린다. 그들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사랑에 대한 위험한 실험을 계속하다가 개방연애에 이른다. 처음에는 짜릿한 흥분도 경험하지만 이러한 해방감은 일 대 일의 관계가 주었던 안정감과 양립하기 어려워지고 두 사람은 두 번째 난관에 봉착한다.

여기서 서사는 빠르게 내달리던 사랑이야기를 잠시 멈추고 마틴의 트라우마와 가비의 방황에 대해 짚어준다. 두 사람의 내면에는 각각 과거의 고통스러운 기억,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고, 그러한 결핍이 그들을 데이팅 앱 등을 매개로 한 가벼운 사랑에 끊임없이 탐닉하게 만든 요인으로 설명된다. 그래서 이들의 연애담은 현대인들의 고질적인 고독과 그것을 넘어서는 성숙이라는 테마로 확장된다.

'뉴니스'(newness)라는 제목 또한 이들 사이에 시작되는 새로운 관계와 각자의 새로운 출발을 동시에 의미한다. 대담한 연애 방식과 보편적인 사랑의 감정이 공존하고 충돌하고 다시 하나의 결말로 통합되는 과정에서 색다른 긴장감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윤성은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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