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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개국 지도자와 30만 조문객이 운집하는, 태국 푸미폰 국왕의 '세기의 장례식'
34개국 지도자와 30만 조문객이 운집하는, 태국 푸미폰 국왕의 '세기의 장례식'
  • 승인 2017.10.24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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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에 가면 신들이 노닌다는 숲(神遊林)이 있다. 경주시 보문동, 구황동, 배반동에 걸쳐 남북으로 길게 누에고치처럼 누운 낭산이 그곳이다. 사적 제163호로 지정되어 있지만 높이는 100m 남짓해 신령스러운 곳이 맞나 의구심을 자아내기도 한다. 하지만 낭산은 예부터 서라벌의 진산으로 대접받았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신라 제18대 실성왕 12년(413)에 낭산에 구름이 일어 누각같이 보이면서 오랫동안 향기가 피어올라 왕이 신령이 내려와 노니는 것으로 여겨 나무를 베지 못하게 했다고 한다.

신라 최초의 여왕인 제27대 선덕여왕이 잠들어 있는 곳도 이곳 낭산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내가 아무 날에 죽을 것이니 나를 도리천에 장사 지내도록 하라"고 하였는데, 신하들이 그곳이 어딘지 몰라 물으니 여왕이 낭산 남쪽이라 말했다고 한다. 도리천은 불교에서 세계의 중심이라고 하는 수미산의 꼭대기에 있다. 30여 년이 지난 문무왕 19년(679)에 여왕의 무덤 아래에 사천왕사가 건립되었는데, 사천왕천 위에 도리천이 있는 까닭에 선덕여왕의 신령스러움에 모두 탄복했다고 전한다.

이승을 하직한 다음에 신들이 노니는 세계의 중심 수미산에 돌아가고 싶어 한 신라인들의 염원이 낭산에 서려 있는 셈이다. 수미산에 돌아가고 싶은 것은 비단 불교국가 신라에만 그치는 것은 아닌 듯하다. 70년 126일간 왕위에 올라 세계 최장수 국왕 기록을 세웠던 태국의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이 지난해 10월 13일 향년 88세의 나이로 서거하면서 수미산에 왕을 모시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국왕 다비식이 열리는 화장터 중앙에 수미산을 형상화한 50m의 건축물을 세우는 등 수미산으로 국왕을 떠나보내려는 노력이 착착 진행 중이다.

푸미폰 국왕의 장례식이 사후 1년을 넘겨 25일부터 닷새간 방콕 왕궁과 사남 루엉 광장에서 거행된다고 한다. 세계 34개국의 지도자들과 왕족들을 비롯하여 30만 인파가 운집할 예정이다. 장례식 둘째 날 길이 18m, 높이 11.1m의 금빛 왕실전차에 오르는 국왕은 상상의 수미산 앞에서 화장되어 영면에 들어간다. 3억 바트(102억 원)를 들여 수천 명의 건축가와 예술가를 동원해 1년간 준비한 마지막 가는 길이라고 하니 과연 '세기의 장례식'이라 부를 만하다. 

임성원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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