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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구 박사의 글로벌 時事 펀치] 문재인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지침서

"한국의 철도가 북한을 넘어 시베리아 철도로, 중국의 철도로 연결돼 부산에서 출발한 열차가 유럽으로, 런던까지 갈 수 있는 세상을 원한다."

"부산에서 출발해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가는 철도가 있으면 좋겠다는 꿈을 꿨다."

전자는 지난 8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제3차 동방경제포럼 기조연설 후 후대에 물려주고 싶은 경제적 유산이 무엇이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한 대답이다. 후자는 2013년 9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 말이다.

4년이라는 시간 차이와 보수와 진보라는 대통령의 성향 차이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극동지역을 매개로 남북한과 러시아의 경제협력을 역내 경제공동체, 나아가 다자안보체제로 발전시켜 궁극적으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에 활용하겠다는 생각에는 차이가 없어 보인다.

대통령이 러시아 체재 중이던 7일 새벽에는 경북 성주에 사드(THAAD, 고도도미사일방어체계) 잔여 발사대 4기가 '임시배치'되었다. 귀국 후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고도화되는 가운데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대통령 지지자들과 지역주민들은 촛불시민혁명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가 시민주권의 시대정신을 짓밟았다고 비판한다.

그래서인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지난 8~9일에 실시한 정기여론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지지율은 6월 이후 처음으로 70%대로 하락했다. 앞으로 미국 전술핵의 한반도 재배치나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을 주장하는 보수파로부터는 물론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대북제재 강화 필요성을 강조하는 대통령에 대한 지지자들의 실망감과 비판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청와대는 물론 외교안보정책을 담당하는 정부 고위 당국자 어느 누구도 우리가 처한 상황을 국민들에게 소상하게 설명하지 않고 있다. 주변국에 기대지 않고 우리가 운전석에 앉아 남북관계를 주도하겠다는 대통령의 '운전석론'이 공염불처럼 들리는 이유다. 내가 안전운전을 한다고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운전석에 앉기 전에 목적지는 분명하게 정해야 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교통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청와대 국가안보실이 문재인 정부의 외교안보정책의 밑그림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돌이켜보면,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는 대통령 취임 후 1년이 조금 지난 시점에서, 박근혜 정부는 1년 5개월이 지나서야 상세한 국가안보전략 구상을 밝힌 바 있다.

2004년 3월 노무현 정부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가 발간한 '평화번영과 국가안보'에서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 '남북한과 동북아의 공동번영', '국민생활의 안전 확보'를 국가안보의 목표로 제시했다.

이명박 정부의 외교안보전략 지침을 담은 '성숙한 세계국가'(2009년 3월 발간)에서도 '상생과 공영의 남북관계', '협력 네트워크 외교 확대', '포괄적 실리외교 지향', '미래지향적 선진안보체제 구현'을 외교안보전략의 목표로 설정했다.

2014년 7월 박근혜 정부 국가안보실은 '국가안보전략'이라는 지침서에서 '영토·주권 수호와 국민안전 확보', '한반도 평화 정착과 통일시대 준비', '동북아 협력 증진과 세계 평화·발전에 기여'를 국가안보 목표로 제시했다.

사용된 용어와 각론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을지언정 내용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우리가 제자리걸음을 반복하는 동안 주변상황은 요동을 쳤다. 특히,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은 예상을 훨씬 초월하여 강화되었다. 북한의 의도와 능력에 대한 평가가 잘못되었다면 제대로 된 대응책이 나올 수 없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 의도를 대외협상에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지렛대로 보는 나라는 더 이상 없다. 이것은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체제 생존 보장을 위해 핵무기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보는 북한은 핵 포기를 전제로 한 어떠한 대화에도 응하지 않을 것이다.

압도적인 군사적 우위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의 저항 없이 핵과 미사일 능력을 완전히 무력화시킬 수 없다. 미국이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한다면 서울과 도쿄는 불바다가 될 것이다. 이것은 동아시아를 무대로 한 세계대전에 다름 아니다. 외교는 도덕이나 당위성이 아니라 생존과 국익을 위해 벌이는 또 다른 이름의 전쟁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가안보전략 지침서에는 박근혜 정부의 흔적 지우기나 차별성이 아니라 군사와 외교 양 측면에서 한반도에서 전쟁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들이 담겨야 한다.

 

 

 

조진구 고려대 평화와민주주의연구소 연구교수

<이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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