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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충제 계란, 탈원전, 그리고 '다이어트'

 

조지 오웰(1903~1950)의 소설 <동물농장>에 계란과 관련한 이야기가 나온다.

나폴레옹을 위시한 지배계급인 돼지들은 암탉이 낳는 계란을 팔아 곡물과 식량을 사들이기로 했다. 암탉들은 강력히 반발했다. 귀여운 병아리로 부화돼야 할 계란을 시장에 내다 팔다니! 암탉들은 분노해 집단행동을 결의했다. 투쟁 방식이 흥미롭다. 암탉들은 집단으로 서까래로 날아 올라가 알을 낳고 아래로 떨어뜨려 깨뜨려 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암탉들은 그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사료를 지급받지 못했으며 밤마다 몰래 살해되어 갔다.

<동물농장>은 옛 소련사회의 독재와 폐쇄성을 풍자한 정치우화이지만 암탉과 관련한 대목에선 섬광처럼 비치는 뭔가 있다. 최근 우리 사회를 강타한 '살충제 계란' 파동이 오버랩되기 때문이다. <동물농장>의 암탉들이 조직의 부당한 처사(계란 반출)에 맞서 계란을 '깨뜨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면, 이 땅의 암탉들은 농장주들의 부당한 처사(농약 살포)에 맞서 살충제 계란을 '퍼뜨리는' 방식으로 맞선 것이다.

엄밀하게 말해 암탉들이 살충제 계란을 퍼뜨린 것은 아니다. 암탉은 그저 알을 낳은 죄뿐, 퍼뜨린 것은 농민과 유통업자들이다. 공장식 축산 방식인 케이지에 갇혀 일생 알만 낳다 죽어 가는 암탉들은 집단행동을 꿈꿀 수 없는 그저 동물일 뿐이다.

하지만 우연히 드러난 '살충제 계란'은 단순히 계란 문제를 넘어 사회 전반의 과소비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기제로 작동하고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는 너무 많이 먹는 게 병이 되었다. 과거에는 못 먹어 병이 왔지만 이젠 너무 먹어 병을 자초하고 있는 것이다. 유례없는 먹거리의 풍요로움과 싼 가격은 생산 방식의 '고도화'에 기인한다. 그것은 공장식 집단사육 방식이며 항생제와 성장촉진제, 농약의 과다 살포를 내포한다. 이것이 어찌 닭만의 문제이겠는가. 식탁에 너무도 빈번히 오르는 소·돼지·오리와 생선류, 각종 채소류 등 거의 모든 1차 먹거리와 2차 가공음식에도 해당하는 문제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먹거리의 양과 맛에만 눈이 멀어 그것이 어떻게 생산되고 어떤 경로를 거쳐 식탁에 오르는지에 대해선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는다. 무슨 일이 터지면 반짝 관심을 가지지만 그때뿐이다.

살충제 파동을 겪으며 '동물복지농장'을 말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반짝 대안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동물복지농장이 주류를 형성하려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인식의 틀을 바꿔야 한다. 우선 생산자는 정직해지고, 고비용 저효율을 감내할 자세가 되어야 한다. 물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관심과 지원이 따라야 할 터이다. 소비자들은 비용 추가 지출을 감내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좋은 질의 먹거리를 지금보다 조금 비싸게, 보다 적게 먹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

이쯤에서 생각을 넓혀 보자. 우리 사회의 다이어트 대상이 어디 먹거리뿐일까.

신고리 5·6호기 공사 중단 등 탈원전과 관련한 이슈가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탈원전은 미래지향적 정책임에 틀림없건만, 반대 세력들은 온갖 이유를 들어 강력한 저항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다. 그 저항의 기저에는 '원전 마피아'의 기득권 유지 욕심과, 지금처럼 싼값에 전기를 펑펑 쓰고 싶다는 대중의 욕망에 편승한 보수세력의 정략이 도사리고 있다.

사실 탈원전을 달성하려면 향후 60년 이상 걸린다. 그동안 신재생에너지 기술은 얼마나 비약적 발전을 할 것인가. 작금의 기술과 비용의 한계점을 들어 탈원전 반대를 부르짖는 것은 퇴행적이다. 더욱이 향후 처리 비용을 감안하면 원전은 결코 값싼 에너지가 아니다. 시시각각 지하에 쌓이고 있는 방사성 폐기물의 처리는 고스란히 후손들의 몫이 될 것이다. 우리가 정녕 안전한 사회를 꿈꾼다면, 어느 정도의 전기요금 인상을 각오해야 한다. 또 전기 과다 사용을 줄이는 '전기 다이어트'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어디 전기뿐이랴. 흥청망청 쓰는 물도 공기도 기름도 다이어트 대상이다. 무엇보다 우리 욕망의 다이어트! 우리가 쓰는 것 중에 자연에서 빌려오지 않은 건 아무것도 없다. 자연은 풍요를 제공하지만 남용 시 반드시 보복을 가한다. 닭의 반란에서 그 분노의 기미를 읽어야 한다.

 

 

 

 

 

 

 

 

윤현주 논설위원 hoh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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