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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문화산업, 예술가는 곧 노동자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문화산업, 예술가는 곧 노동자
  • 승인 2017.08.25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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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공연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대학 졸업 후 서울로 갈까 고민도 했지만, 당시에는 큰 이유 없이 부산에 남아 어느 공연기획사에 취업했다. 한 달간 진행한 어느 장기공연의 홍보와 티켓 판매 그리고 정산까지 3개월여의 시간이 지나고 그 회사는 폐업했다. 당시 사장은 회사의 재정문제와 가정사의 곤궁함을 얘기하며 나의 마지막 달 월급을 주지 못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몇 달간 요구했지만 끝내 그 돈은 받지 못했다. 그리고 미안하다며 다른 회사를 소개해주었다.

새로 옮긴 회사는 이전 회사보다는 좀 더 그럴싸해 보였다. 전국투어를 하는 대형공연(2000석 규모)의 부산 대행을 맡아 진행을 하는 곳이었고, 몇 달간 몇 개의 공연을 진행했다. 초기에는 공연만 진행하다가 시간이 흐를수록 공연 이외의 유통·무역 등의 일을 하더니, 얼마 후 나에게 퇴사를 요구했다. 회사 이름도 바뀌었다. 그렇게 두 번째 회사도 없어졌다. 그 회사에서 마지막 달 월급은 그로부터 6개월 정도가 흐른 후 받을 수 있었다. 마냥 기다리기만 한 것은 아니었지만, 기다리는 것 이외에는 크게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것도 사실이었다.

필자는 취업을 했고, 그 목적 중 하나는 돈을 벌기 위함이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출근을 하고(물론 공연이 있으면 일요일도 일한다), 공연이 있는 날에는 관객들이 모두 빠져나가고 정리까지 하고서야 퇴근을 했다. 이리 많은 시간 일을 하는데 수입은 어찌 이러할까 싶었다. 그리고 임금체불이 일상화되는 것도 매우 이상하게 여겨졌다. 이후에도 이런 일들은 왕왕 발생했다.

이런 경험을 통해 이것이 당시 각각의 사정에 기인한 것이 아닌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사회가 문화산업 혹은 문화노동자들에 대해 가지는 인식이 그러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10년 전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지금도 크게 변한 것 같지는 않다.

문화가 산업이 되어 많은 사람들이 향유하며 소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은 노동시간이 줄고 여가시간은 늘어나게 되어 문화산업의 비중은 점점 커졌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화를 소비하기 시작했다. 생산과 소비가 이뤄지는 문화산업에서 예술가는 노동자가 되었다. 직접적인 재화가 창출되는 것이 아니고 비가시적인 생산물이 생기는 경우이므로, 예술가가 노동자임을 스스로 증명해야했다. 이 증명은 보상과 직접 연결된다.

지역의 음악가는 자신들의 무대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는 것이 힘들거나 어려운 일이라고 한다. 공연을 의뢰하는 많은 이들이 이미 아는 이들이거나 그들의 동료이거나 혹은 서로의 사정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자신들의 무대는 이미 돈을 받을 수 없다고 정해버렸다. 그들의 무대가 노동이던, 아니면 활동이던 정당한 보상은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지금은 그 보상이 반드시 경제적인 것일 필요는 없다. 앞서 말했듯이 그들은 대부분 동료이다. 서로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보상은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다른 예로 음악공연을 만드는 것은 기획과 기술 스탭을 비롯한 모두이다. 그 중 하나가 무대에 서는 음악가인데, 공연의 관객들은 무대에 서 있었던 이들만을 기억에 남기고, 전체 공연을 진행했던 책임자는 공연의 수익만을 기억에 남긴다. 창작자의 생산물은 그 흔적이라도 남기게 된다. 하지만 기획이나 기술스탭의 노동은 만들어짐과 동시에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하나의 공연이 마무리되고 난 후, 사장은 이렇게 얘기할 수 있다. "넌 도대체 이번 공연에서 뭘 했니. 페이(월급)은 나중에 정산해줄게."

세상 모든 노동에는 보상이 당연하다.
 


김혜린

뷰직페이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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