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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복지농장
동물복지농장
  • 승인 2017.08.2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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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이 인간의 밥상에 오르기 전까지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농장이 있다. 지난 2012년 도입된 동물복지 인증제도를 거친 친환경 동물복지농장이다. 이른바 밀식사육이 저항력을 저하시켜 가축들이 질병에 걸리는 현상이 심화되자 이를 막아 보자는 취지다. 닭의 밀식이 진드기를 낳고, 진드기가 살충제의 과용을 부르고, 살충제가 잔류농약으로 쌓여 사람을 해친다. 이 위험한 먹이사슬을 동물복지가 끊을 수 있을까.

닭 농장이 복지농장으로 인정받으려면 1마리당 사육면적이 0.14㎡ 이상이어야 한다. 1평(3.3㎡)에 20여 마리 정도다. 복지농장이라기에 무색할 정도로 좁다. 하지만 일반농장에 비하면 놀랄 만하다. 일반농장은 1마리당 면적이 0.05㎡(25×20㎝)로 1평에 60마리가 들어간다. 바닥면적 30평 아파트에 닭을 풀어 놓으면 복지농장은 600마리를, 일반농장은 1800마리를 사육하는 셈이다. 여기에 케이지를 2~3단 쌓아 올리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닭에게 여름은 잔인한 계절이다. 섭씨 40도를 육박하는 기온, 두꺼운 털과 땀구멍 없는 피부, 피부를 뚫고 피를 빠는 진드기, 옴짝달싹도 못하는 밀식 등으로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여름철 더위와 살충제 과용 등으로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상태에서 겨울철 조류 인플루엔자(AI)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지난겨울 AI로 인한 살처분이 한국은 3700만여 마리였던 반면 일본은 170만여 마리에 그쳤다. 방역능력의 차이가 직접적 원인이긴 하겠으나 더 근원적 원인은 밀식이 가져온 스트레스일 것이다.

닭의 스트레스에 대해 무슨 조치라도 취했어야 했다. AI로 올해만 3700만 마리의 닭이 생매장당할 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아무도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농약 성분이 함유된 계란 소동으로 나도 피해자일 수 있다는 판단이 서자 시민들은 무척 뿔이 난 상태다. 이번 기회에 사회적인 공분에 그치지 않고 동물복지농장을 확산시키는 방안이 강구되어야 한다. 밀식이 얼마나 무서운가 하면 식물도 스트레스로 열매를 맺지 못하거나 최후엔 죽음을 택할 정도다. 농약을 뒤집어 쓰고도 목 빼들 공간조차 허용되지 않은 닭이야 오죽했겠는가.

이상민 논설위원 ye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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