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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 코뿔소
회색 코뿔소
  • 승인 2017.08.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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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에서 사는 동물 가운데 코끼리 다음으로 큰 동물이 코뿔소다. 몸 길이는 3~5m, 몸무게는 1~3.5t에 이른다. 아프리카와 인도 등지에 서식하는데, 약재로 쓰이는 뿔 때문에 밀렵꾼의 표적이 돼 세계적으로 멸종 위기에 놓여 있다. 초식동물인 코뿔소는 시력이 약해 눈앞만 볼 수 있을 정도인데 대신 후각이 발달해 있다. 평소에는 온순한 편이지만 위험한 상황에 처했다고 판단하면 큰 뿔을 앞세워 땅이 흔들릴 정도로 엄청난 속도와 기세로 위험 대상을 향해 돌진한다.

이 같은 코뿔소의 습성에서 착안한 경제·사회 용어가 '회색 코뿔소(grey rhino)'다. 위기관리 전문가인 미셸 부커 세계정책연구소 대표가 2013년 1월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발표한 데 이어 저서 <회색 코뿔소가 온다>에서 다시 강조하면서 유명해졌다. 코뿔소는 몸집이 커 멀리 있어도 눈에 잘 띈다. 땅이 흔들리는 것으로 코뿔소가 달려 오는 것도 알 수 있다. 또 코뿔소가 돌진해 오는 상황에서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사실도 모두가 안다. 이처럼 충분히 발생할 것을 예상할 수 있고 그 파급력도 엄청나게 크지만, 이를 무시하거나 제대로 대처하지 않으면 통제 불능의 위기를 맞게 되는 위험이 바로 '회색 코뿔소'다.

'회색 코뿔소'와 함께 거론되는 용어가 '블랙 스완(black swan)', 즉 '검은 백조'다. 현실에서 상식적으로 거의 일어나기 어려워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태를 가리킨다. 이와 유사한 '네온 스완(neon swan)'이라는 용어도 있다. 검은 백조가 현실에서 거의 드물기는 하지만 나타난 적이 있다는 점에서 블랙 스완은 극단적인 예외적 현상으로 일어날 수 있는 사태를 가리키는 반면 '네온 스완', 즉 스스로 빛을 내는 백조는 현실적으로 절대 불가능한 상황을 말한다.

중국 경제에 대해 '회색 코뿔소'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그림자 금융'을 비롯해 부동산 거품과 기업 부채 등이 대표적인 중국 경제의 리스크 요소로 꼽힌다. 중국 정부 스스로도 지난달부터 잠재적 경제 위험 요소를 거론했고, 미국의 주요 언론은 연일 중국 경제에 대한 경고를 내보내고 있다. 가뜩이나 가계부채와 실업, 양극화 등에다 '북한 리스크'라는 '회색 코뿔소'의 위협에 노출돼 있는 우리 경제다. 나라 안팎에서 질주하고 있는 회색 코뿔소들이 언제 우리 눈앞에 들이닥칠지 모른다.

 

유명준 논설위원 jo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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