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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들의 침공
벌들의 침공
  • 승인 2017.08.07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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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어느 인터넷서점 전자책 판매량 순위에서 10위 내에 들어갔던 한 소설. <벌들의 역사>란 제목의 이 책은 노르웨이 작가 마야 룬데의 작품으로, 인간과 벌 간의 상관관계를 다룬다. 벌이 살아 있던 시대, 벌이 사라지는 시대, 벌이 사라진 시대의 사회상을 그때마다의 주인공을 통해 독자들에게 비춰 준다.

이 소설의 전개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여러 환경단체는 환경오염으로 꿀벌들의 개체 수가 급감하면서 인류에게 재앙을 안길 것이라고 누차 경고하고 있다. 꽃가루를 옮겨 식물 번식을 돕는 꿀벌이 멸종하면 식량 위기가 닥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들은 또 식용 꿀에서 유해 화학물질이 검출되는 경우가 있다며 친환경농법을 목이 쉴 정도로 외치고 있다.

꿀벌의 수난은 더 큰 벌의 공격에도 기인한다. 그중 외래종인 등검은말벌의 창궐이 예삿일이 아닌 모양이다. 2003년 부산에서 처음 발견된 이 벌은 현재 휴전선 인근까지 그 세력을 확대했다. 아열대 지역이 고향인 등검은말벌의 생육에 최근 몇 년간 이어진 무더운 날씨가 최적의 조건이 되고 있다. 이러니 그 기세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을 태세다.

등검은말벌이 특히 위협적인 건 먹이 중 70%가 꿀벌이라는 점이다. 양봉 농가에 공포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사람에 대한 공격성도 무척 강하다. 지지난해에는 등검은말벌 벌집을 제거하던 소방관이 벌에 쏘여 숨지는 사고가 났을 정도다.

부산에서 각종 벌집 제거 요청도 쇄도하고 있다. 부산소방안전본부는 지난달 하루 평균 70회나 벌집 제거를 위해 출동했단다.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최근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도심지 벌집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이처럼 사람에 이로운 벌은 사라지고, 해로운 벌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다. 가히 '벌들의 침공'이라 할 만하다. 이 모든 원인에 잘못된 인간의 행동이 자리 잡고 있다. 무분별한 소비와 마구잡이 에너지 낭비 같은 탐욕이 생태계를 교란한 것이다.

마야 룬데는 <벌들의 역사> 서문에서 이렇게 갈파한다. "벌과 곤충은 우리 삶의 터전인 지구의 건강을 측정할 수 있는 온도계와도 같다"고. 요즘 타는 듯한 불더위가 고통으로 살갗을 파고든다. 말벌의 독침처럼.

 

이준영 논설위원 g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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