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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인구절벽
  • 승인 2017.07.31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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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절벽, 고용절벽, 소비절벽, 소통절벽….

절벽이라는 신조어가 자꾸 생긴다. 절벽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절벽이 인구절벽이다. 한 사회를 궁극적으로 멸망시키기도 한다. 30일 보건복지부와 통계청은 2017년 출생아 수가 36만 명이 될 것으로 추정했다. 우리나라는 작년까지 한 해 출생아 수의 심리적 마지노선인 40만 명선을 유지했으나 이제 절벽 아래로 추락할 일만 남았다. 올해 들어 1~5월 출생아 수는 15만 9600명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4% 줄었다. 아파트 분양가보다 더 높은 변동률을 기록했다니 말이 되는 일인가.

인구절벽의 치유책을 경제에서 찾는 한 해답은 없다. 미국 경제학자 해리 덴트가 제시한 개념인 인구절벽은 생산가능인구(15~64세)의 비율이 급속도로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그는 2년 전에도 제16회 세계지식포럼에서 한국이 2018년께 인구절벽에 직면해 불황을 겪게 된다며 이민촉진과 출산 장려책을 제시하였다. 고마운 충고이지만 틀렸다. 한국인들이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경향은 스스로 행복감을 느끼지 못해서다. 부모 세대가 겪은 경쟁이라는 유산을 자식에게 대물림하기 싫은 것이다. 그동안 출산 장려금으로 해결하려던 적도 있었다. 돈뭉치가 아니라 아이를 행복하게 키우려는 사회적 합의와 실천에 대한 믿음을 쥐여 주어야 했다.

인구절벽 세계 1위를 질주하는 이면에는 이런 가설도 있을 수 있다. 아리스토 파네스의 희극작품 '리시스트라테'에서 리시스트라테는 도시국가 그리스의 아내들이 남편과의 잠자리를 거부하는 성파업을 하도록 선동하자 전쟁과 정복을 일삼던 남자들은 전쟁을 멈춘다. 이 작품에 비추어 보건대, 현재 벌어지는 인구절벽은 우리나라 출산가능 연령층의 집단적인 파업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구호를 외치지 않을 뿐 아이들이 행복감을 느끼는 사회가 오기 전에는 타협하지 않을 것처럼 보인다.

출생아가 1970년대 한 해 100만 명에서 2002년에 49만 명으로 절반이 됐다. 세계에서 한 세대 만에 출생아 수가 반으로 줄어든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아이가 행복해하는 나라를 만들면 인구절벽은 사라진다. 그것이 아니라면 무슨 정책으로 풀릴 일이 아닐 것이다.

 

이상민 논설위원 ye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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