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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눈물
인간의 눈물
  • 승인 2017.05.30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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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세계랭킹 1위 중국 커제(19)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에게 0 대 3으로 완패했다. 커제는 마지막 대국을 벌이다 안경을 벗고 눈물을 훔쳤다. 이미 화장실에 달려가 혼자서 펑펑 운 뒤였다. "오직 나만이 알파고를 이길 수 있다"고 큰소리쳤던 그였다.

커제는 "이길 수 있는 한 톨의 희망도 갖기 어려웠다"고 했다. 알파고는 완벽해졌다. 지난해 한국의 이세돌 9단과 대국을 벌인 알파고를 향상시킨 '알파고 2.0'이었다. 실력이 최소 프로 20단은 된다니, 신의 경지에 다다랐다는 말이다. 그간 알파고는 '셀프 대국' 50판도 두는 강화학습 과정을 거쳤다고 한다. 프로 기사들은 그 기보를 보고 "저 먼 미래의 대국을 보는 것 같다"고 혀를 내둘렀단다.

여태까지 반상 위에 우주가 있다며 바둑의 수는 무한하다고 했다. 그런데 '바둑의 무한'은 경우의 수로 따져보니 10의 170제곱이라는 유한수라고 한다. '무한 우주'라고 했던 것이 알고보니 엄청나게 큰 수였다. 인간은 그 엄청나게 큰 수를 무한과 동일시하며 직관, 감(感), 통찰력으로 투시했으나 알파고는 철저한 계산으로 그 위에 올라섰다. 이 가공할 만한 점령 앞에서 인간이 눈물을 흘렸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인간으로 하여금 기존 한계를 조금씩 넘어설 수 있게 할 것은 분명하다. 이를테면 바둑에서도 먼 미래의 새 수가 나올 것이고 질병 치료, 에너지 절약, 혁신적인 신소재 찾기 등에서도 신기원이 이뤄질 것 같다. 바둑이라는 패턴 속에서 완벽한 경지에 이른 인공지능은 다른 패턴들에서도 그 경지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 다행인 것은 그 패턴을 인간이 설정한다는 점이다. 무엇이 문제인지 판단하는 능력, 어떤 것에 대한 가치판단은 인간의 영역이다. 하지만 가치판단조차 하나의 패턴으로 만들 수 있다면, 엄청나게 복잡해도 하나의 수식(數式)으로 만들 수 있다면 어떻게 되는 것일까. 인간 고유의 마지막 영역조차도 인공지능과 함께해야 할지 모를 일이다. 그때 인간은 어떤 존재가 될까. 기계와 융합하는 인간, 지금의 인간을 넘어서는 새로운 인간이 탄생하는 것일까.

아, 거기까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우리가 마지막까지 붙들어야 할 것은 정서, 눈물의 영역이다. 이세돌 1승의 기쁨과 떨림처럼 커제의 눈물이 우리를 크게 사로잡는다.

 

최학림 논설위원 the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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