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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입니다' 다시 꺼내 보는 노무현에 대한 기억
'노무현입니다' 다시 꺼내 보는 노무현에 대한 기억
  • 승인 2017.05.26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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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겐 각자의 노무현이 있다. 그를 좋아했던 사람은 물론 정치적 지향이 달랐던 사람에게도 노무현은 하나의 기억으로 남았다. 여기서 굳이 기억이라고 표현한 건 노무현 전 대통령이 역사적 사건이나 업적보다는 인간적 면모로 좀 더 진하게 각인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는 노무현을 볼 때마다 민들레 씨앗이 연상된다. 그는 기록이 되어 역사 속에 잠드는 대신 기억이란 이름의 씨앗이 되어 이야기로 피어난 사람이다. 아마 직접 면 대 면으로 노무현을 만난 이도 있을 것이고, TV 매체를 통해 접한 이도 있을 것이며, 남겨진 글과 말로 기억하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어떤 형태로든 노무현과 만난 사람은 각자의 방식으로 그를 기억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노무현은 각자의 기억 속에 이야기로 피어나 우리 주변에서 숨 쉰다. 노무현에 관한 책과 영화가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지 않나 싶다. 노무현이 바랐던 세상이 오기 전까지 노무현은 현재진행형의 기억이 될 수밖에 없다.


25일 선보인 '노무현입니다'는 인간 노무현에 관한 다양한 기억들을 끌어모은 또 한 편의 다큐멘터리다. 시큰둥하게 또 노무현 이야기라고, 새 정부의 출범에 맞춘 장삿속 아니냐고 오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단언컨대 '노무현입니다'는 종전까지의 이야기들과는 확연히 다른 측면이 있다.

영화는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경선 과정을 중심으로 노무현을 기억하는 이들의 인터뷰를 이어나간다. 단순하고 익숙한 구성이지만 종전의 영화들과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노무현과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빛나는 순간, 승리의 역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던 노무현의 승리는 그 자체로 정치 역사에 남을 만한 각본 없는 드라마나 다름없다. 영화 역시 그 흥분을 감추지 않는다.

연출을 맡은 이창재 감독은 사실을 건조하고 균형감 있게 전달하는 대신 쿵쾅거리며 감정을 고양하는 쪽을 택했다. 영화는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환희하고 그가 남긴 인간적인 면모를 자랑스러워 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다. 사실 그간 감독이 고수해온 스타일과는 다르다. 나는 이 선택을 지지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노무현이란 이름은 우리에게 죄책감으로 내리 앉았다. 긴 시간 우리는 그를 지키지 못했던 것에 가슴 아파하고 미안해하고 슬퍼했다. 애도의 시간을 거치고 있다고 해도 좋겠다. 하지만 진정한 애도를 위해선 긍정과 환희도 필요하다. 우리가 그토록 지키고 싶었고, 그리워했던 인간 노무현의 아름다운 시절이 여기에 있다. 그가 남기고 간 씨앗들이 막 싹을 틔우려는 지금, 그를 제대로 떠나보내기 위해서 필요한 이야기가 적절한 타이밍에 도착했다.

 

 

 

 

 

 


송경원 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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