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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착발토포(捉髮吐哺)...머리카락을 쥐고 음식을 뱉다
<사기> 착발토포(捉髮吐哺)...머리카락을 쥐고 음식을 뱉다
  • 승인 2017.05.26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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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가 만사'라는 말은 만고불변의 진리이다. 국가든 회사든 좋은 인재를 적재적소에 배치하면 흥하고 그러지 못하면 망하거나 도태하는 건 불문가지. 용인술의 대가로 알려진 청나라 강희제가 입버릇처럼 한 말은 "정치의 승패는 사람 쓰는 것에 달렸다"였다.

어렵사리 인재를 구할 때 흔히 '삼고초려(三顧草廬)'라는 성어를 쓴다. 촉한의 유비가 은거하고 있던 제갈량의 초옥으로 세 번 찾아갔다는 데서 유래한다. 이보다 훨씬 오래되고 수사학적 아름다움을 지닌 고사성어가 '착발토포'이다. 사마천의 <사기> '노주공세가(魯周公世家)'편에 나온다.

주공은 공자가 꿈속에서조차 만나고 싶어 한 정치적 롤모델. 주공은 형인 무왕의 병사(病死) 이후 아들 성왕이 어려서 즉위하자 섭정이 되어 초기 주(周)나라를 안정시키고 문물을 정비하는 등 큰 업적을 남겼다. 주공은 건국의 공로로 노(魯)나라를 봉지로 받았지만 형을 보좌해야 했기에 대신 아들 백금(伯禽)을 책임자로 보냈다. 주공은 떠나는 아들에게 아래와 같은 말을 전한다.

"나는 한 번 머리를 감을 때 세 번 머리카락을 쥐었고, 한 번 식사를 할 때 세 번 음식을 뱉고서 인재를 기다렸지만(我 一沐三捉髮 一飯三吐哺 氣以待士(아 일목삼착발 일반삼토포 기이대사)), 천하의 현인을 잃을까 두려워했다." '일목삼착발 일반삼토포'에서 '착발토포'라는 성어가 나왔다.

인재가 찾아오면 기다리게 하지 않고 감던 머리카락을 쥐거나 넘기던 음식을 뱉은 채 맞이했다는 뜻이니, 얼마나 현인을 귀하게 여겼는지 알 수 있는 고사이다.

인재란 과연 뭘까? 애공이 공자에게 물었다. "어떻게 하면 백성들이 따르겠습니까?" 공자의 대답. "곧은 사람을 들어 굽은 사람 위에 올려 놓으면 백성들이 따를 것이며, 굽은 사람을 들어 곧은 사람 위에 올려 놓으면 백성들이 따르지 않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정직이 인재의 바탕이라는 메시지이다.

갓 취임한 문재인 대통령의 광폭 인사가 세간에 화제이다. 호남 출신 총리에 이어 피아 구분이 안 되거나 학력과 성별을 초월한 장관 지명과 비서관 임명 등…. 인사청문회를 거쳐 봐야 알겠지만, 표면적으로는 국민의 공감을 사기에 충분한 '개혁·통합' 인사라 할 만하다. 말 만들기 좋아하는 언론들은 문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딱 부러지는 '딱지'를 붙이지 못해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다. '코드인사'니 '고소영' '강부자'니 하는 공통분모를 찾기 힘든 탓이다.

다만 용두사미가 되어선 안 될 터. 임기 5년 내내 '착발토포' 정신으로 천하의 인재를 두루 등용하기를.

 

 

 

 

 

 

 

 

 

윤현주 논설위원 hoho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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