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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다리 끼임 사고
굴다리 끼임 사고
  • 승인 2017.05.24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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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강을 넘지 않고, 강은 산을 뚫지 않는다.'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공생하는 대자연의 질서를 이르는 말이다. 하지만 사람이 만든 길은 그렇지 않다. 강심(江心)에 말뚝을 박아 넘기 예사이고, 터널을 만들어 관통하는 해악을 서슴지 않는다.

길의 횡포는 자기네들끼리 만날 때도 여전하다. 소로는 철길이나 대로에 막히기 일쑤다. 예전 길을 이용하던 사람들은 건넛마을과 영원히 단절되는 신세가 된다. 부산 동해선 개통 때 주민들이 벌인 잔치에도 이런 아픔이 깔려 있었다. 일제 강점기 당시 철로 건설에 한마을이 두 동강이 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한 세기 가까이 이어진 이 고통이 교량식 철도 건설로 해소되었으니 그 기쁨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산업화 시절, 도시와 농촌을 가리지 않고 옛길을 마구 가로질러 간 게 철로나 고속도로들이다. 이 와중에 선심 쓰듯 겨우 숨 쉴 만큼 틔워 준 공간이 굴다리이다. 주택가로 적합하지 않은 이곳은 배고픈 세월에 도시 빈민들에게 제 한 몸 뉠 수 있는 삶터가 되기도 했다. 도시에서 유년을 보낸 중년들에게 굴다리 추억이 많은 이유다. 이 회상이 노근리 민간인 학살과 같은 비극의 현장에 머무르면, 굴다리는 폐부를 찌르는 아픔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처럼 질곡의 역사를 걸어 온 굴다리가 이제 거추장스러운 존재로 다가오니 답답한 노릇이다. 최근 부산 부산진구 새싹로 일대 굴다리들에서 연속으로 통행 차량이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올해 들어 유사한 사고가 10번이나 있었다니 운전자 탓만은 아닌 것 같다. 비슷한 사고가 전국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으니 부산만의 일도 아닌 셈이다. 이 원인은 모두 굴다리 높이가 낮아서이다. 시간은 흘러 차량 구조는 달라지는 데 굴다리 모양은 그대로이니 사고가 안 나면 이상할 정도다.

여기서 의문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른다. 굴다리를 높이면 될 걸 왜 이리 미련하게 구는지. 이 물음에 엄청난 공사비에 엄두를 못 낸다는 답만 되돌아온다. 영락없이, 아이는 크는데 옷값 없는 가난뱅이 신세다. 자본주의 욕망이 낳은 병리 현상이다. 이는 차량 이용을 불편하게 만든다. 이 애로가 '차 없는 도시'란 반가운 손님을 데려올 계기가 될 수 있을까. 단점을 장점으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유럽의 환경 도시들도 이런 과정을 거쳤다.

이준영 논설위원 gap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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